미국에서는 정신건강정책의 패러다임이 정신의료기관에서 지역사회로 변화해왔고, 이러한 변화 속에 임상사회복지사의 역할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3월 1일,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적 정신건강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지역사회기반, 전 국민 대상의 정신건강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세부 정책이 담겨있다.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임상사회복지사의 역할 대두

미국에서는 1963년 ‘지적장애인시설과 지역사회 정신건강센터설립법’이 제정되면서 정신건강정책 의 방향이 입원 수용에서 지역사회 정신건강체계 로 전환됐다. 지역사회정신건강센터에서는 단기 입원치료, 외래환자치료, 부분입원, 24시간 응급 서비스, 일시거주시설 제공, 진단 및 심리평가, 지 역사회기관 및 전문인력 자문 및 교육, 사례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정신과 의사, 임상심리사, 정신과 간호사, 임상사회복지 사 등이 지역사회정신건강센터에서 팀을 이루어 대상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2020년 12월, 미국 보건부 산하 보건의료자 원·서비스청(Health Resources and Services Administration, HRSA)에서는 ‘행동건강서비스 제공인력 현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체 행동건강서비스 제공 인력 중 사회복지 사가 30%(23만9410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 하고 있었으며, 2030년까지 약 114% 증가한 51 만337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전미사회복지사협회에서는 2019년 사 회복지 인력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사 회복지학 석사 학위 보유자 중 25.9%가 정신질 환이 있는 클라이언트와, 7.7%가 약물중독이 있 는 클라이언트와 함께 일하고 있다고 보고하여 총 33.6%가 행동건강 서비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사회복지사 중 65.8% 가 클라이언트 중 과반수가 정신건강문제가 있다 고 응답했고, 클라이언트 중 35.1%가 약물남용문 제를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를 통해 미국의 행동건강서비스 체계에서 사 회복지사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사회복지현장 전반에서 클라이언트의 행동건강 관련 욕구를 인지하고, 이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85년 뉴욕타임즈의 한 기사에서는 정신건강 서비스의 중심이 지역사회로 이동하면서 사회복 지사의 역할이 주도적으로 대두되는 ‘조용한 혁명 (quiet revolution)’이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수십 년에 걸친 정신건강서비스 개편 과정에서 사 회복지사의 역할은 계속 강화·확대되어 왔다. 현 재 임상사회복지사는 미국의 모든 주에서 정신건 강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정신건강서비스 제공이 특정 소수만이 아닌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 을 향상하겠다는 목표 아래 이루어졌다. 이에 따 라 현재 사회복지사들은 지역사회정신건강센터뿐 만 아니라 아동 및 가족 기관, 이민자 기관, 청소년 기관, 가정폭력생존자 를 위한 기관 등 다양한 기관에서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임상사회복지사는 정신과 의사, 임상심리사, 심리상담사와 비교했을 때 개 인, 가족, 지역사회, 국가를 둘러싼 다체계를 사정·개입하고, 사회정의에 대한 지향성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를 가진 소수자들에 대한 개입 에 특화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정신건강정책

미국에서 정신건강서비스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고, 접근성을 향상시 키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 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미국 사 회 전체적으로 우울, 불안, 자살 등 다양한 정신건강 위기가 심화됐다. 이 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3월 1일 첫 국정 연설에서 ‘국가적 정신건 강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신건강 정책을 주제로 발표했다. 바이든 정부의 정신건강정책은 크게 △정신건강서비스 전달체계 역량 강화 △정신건 강서비스 접근성 향상 △건강한 환경 조성을 통한 정신건강 개선으로 구분 되며, 각 항목별 세부 정책이 포함돼 있다.

먼저 ‘정신건강서비스 전달체계 역량 강화’ 측면에서는 국가적 정신건강 위기의 핵심으로 행동건강서비스 인력의 부족을 강조하며, 특히 미국 내 에 존재하는 지역 격차를 언급했다. 미국 국토의 3분의 1 이상이 인구밀도 가 낮아 정신건강전문가 또한 충분히 배치되지 않고 있으므로 이러한 지 역에 정신건강서비스 제공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 임상심리사, 임상사회복지사, 동료전문가 등 다양한 영역의 정신건강서비 스 제공 인력을 확충하고, 다양성 및 문화적 역량을 함양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행동건강서비스 제공 인력 및 다양한 정신건강 보조 전문가 집단 양성 △동료지원가를 위한 국가 인증 프로그램 구축 △일선 의료인 력의 정신건강 증진 △위기대응 핫라인 ‘988’ 가동 등 지역사회 기반 위기 대응 강화 △증거 기반 지역사회정신건강서비스의 접근성 확대 △새로운 실천 모델 연구 투자와 같은 세부 정책들이 제시됐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 은 기존 주정부 단위에서 이루어지던 동료지원가 인증을 연방정부 단위의 국가 인증 프로그램으로 확대하고, 정신건강위기·자살시도 등에 대처하는 핫라인 전화번호를 10자리에서 3자리인 ‘988’로 변경하면서 응급전화번호인 ‘911’과 유사한 위치로 격상하고, 전화상담 뿐 아니라 지역사회 단위의 정신건강위기대응 역 량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둘째는 ‘정신건강서비스 접근성 향상’ 정책 추 진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하 는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치료받지 않고, 정신건 강 문제 증상 발현 후 처음 진료를 받기 까지 평균 11년이 걸린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이러한 현상 이 나타나는 이유로 높은 의료 서비스 비용, 의료기관까지의 거리, 사회적 낙인 등을 지적 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 정신건강 및 약물중독 치료를 1차 진료 환경에 통합 △학생, 참 전군인 등 정신건강 취약계층의 정신 건강서비스 접근성 향상 △원격 및 가상 정 신건강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확대 △지역사회 내 정신건강 및 약물중독 서비스 제공자 배치 등을 세부 정책에 포함했다. 이 중 정신건강서비스 및 지원을 온라인 및 가상 서비스로 확대하고자 하 는 내용이 특징적인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 후 미국에서 ‘원격 정신건강 관리(Telemental Health)’ 수요가 급증한 것을 반영한 것이다.

셋째, ‘건강한 환경 조성을 통한 정신건강 개 선’ 항목에서는 정신건강 위기를 ‘의학적 위기 (medical crisis)’가 아닌 ‘사회적 위기(societal crisis)’로 본다. 의료 시스템을 넘어 정신건강 의 사회적 결정 요인(Social Determinants of Health)에 개입하고, 지역사회서비스에 투자하 며, 정신건강 및 회복을 촉진하는 문화 및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아동의 개인정보보호 강화 및 아 동 대상 온라인 광고 금지 △청소년을 위한 보다 강력한 온라인 보호 확립 △소셜미디어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유해성에 대한 연구 투자 △아동에 대 한 조기 개입 및 학교 기반 서비스 확대 △학생 학습환경 지원 △재소자를 위한 정신건강자원 확대 △사회서비스 및 휴먼서비스 전문가에 대한 기본 적 정신건강개입기술 훈련과 같은 세부 정책을 추진한다. 특징적인 점은 청소년 정신건강위기를 강조하면서 소셜미디어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부 정적 영향을 명시했으며,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관련 기업들의 개인정 보수집에 대한 규제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이다.

전 국민에게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하고, 권리적 차원에 서 서비스의 접근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를 강화·확대하고자 하는 바이든 정부 의 정신건강정책이 발표된 후, 정신질환을 경험하고 있는 당사자 단체, 연구자, 정신건강 전문가 집단 등 에서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의회에서도 이 계획 의 실행에 대응하기 위해 초당파적으로 정신건강 관련 법안이 입안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신건강복지와 사회복지사

우리나라 정부 또한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2021~2025년)’에서 정책 대상을 정신질환자 및 고위험군에서 전 국민으로, 지원 내용은 ‘정신 과적 치료’에서 ‘전 주기적 정신건강서비스’로, 지원목표 역시 ‘정신질환 자의 증상관리’에서 ‘전 국민의 삶의 질과 인권증진’으로, 정책 추진주체 도 ‘정신의료기관’에서 ‘정신의료기관과 지역사회’로 확대하겠다고 천명 하며, 2025년까지 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정책 변화에 따라 정신건강복지 이외 분야에서 종사하는 우리나 라 사회복지사들도 클라이언트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개입 역량을 향상시키도록 요구받는 상황에 좀 더 자주 직면하게 될 수 있 다. 정신건강 문제를 터부시했던 과거와 달리 코로나19를 계기로 정신건 강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이제는 누구나 아픈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고 있다. 지역사회 곳곳에서 일 하고 있는 우리 사회복지 실천 현장은 과연 이러한 변화에 반갑게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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