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2018년부터 장애인과 노인이 같은 공간에서 재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공생형서비스’가 도입됐다. 이는 연령이나 장애유무를 떠나 안심하고 지역사회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역포괄케어 실현을 위한 중요한 지역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 공생형서비스의 모델이 됐던 ‘토야마형 데이서비스’에 대해 소개한다. 서비스 이용대상 통합의 의미와 우리에게 주는 함의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대상별로 복지정 책이 정비되어 왔기 때문에 연령·장애유형에 따 른 이용자 범위 설정이 당연시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제도 간 장벽으로 인해 또 다른 서 비스 공백이 생기거나 편의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고령 장애인도 그러한 예 중 하나다. 일본에서는 장애인이 65세가 되면 장애인복지제 도보다 개호보험이 우선 적용됨에 따라 65세 이 상의 재가 장애인은 개호보험을 통한 재가복지서 비스가 우선 적용되고, 지금까지 이용하던 곳 대 신 개호보험이 적용되는 다른 기관을 이용해야 하 는 경우가 발생한다. 일부 예외규정도 있지만 근 본적 대책은 아니다.

공생형서비스는 이러한 ‘65세의 장벽’을 허물 기 위한 방안으로 개호보험법과 장애인종합지원 법 개정을 통해 2018년 4월부터 제도화됐다. 이 서비스는 한 사업소에서 노인과 장애인이 함께 방문요양, 주간보호, 단기입소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공생형서비스 기관이 되기 위해 서는 기존 장애인복지서비스 기관과 개호보험서 비스 기관이 각각 개호서비스와 장애인복지서비 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 사업소로 지정 받아야 한다. 공생형서비스는 장애인 지역자립생 활지원, 노인의 지역포괄케어라는 일련의 커뮤니 티케어 정책과 맞물려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 로 기대된다.

 

토야마형 데이서비스의 시작

공생형서비스는 각 지역에서 전개됐던 일명 ‘공 생 케어’라는 이념과 실천에서 유래했다. 장애인, 노인, 아동 등 기존의 분절된 서비스 제공체제를 뛰어넘어 지역사회에서 모두가 어울려 살아가기 위한 커뮤니티 만들기라고도 평가된다. 이러한 실천은 1993년 토야마현 에 위치한 민간 데이서비스 사업소 ‘코노유비토마레( )’ 에서 시작됐다. 당시 병원에서 근무하던 소만 카요코 씨는 많은 입원 노인 들이 입버릇처럼 “죽더라도 집에서 죽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병원 의 한계점과 재가서비스의 중요성을 몸소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택로소(宅老所) 운영 방식을 접하게 된다. 택로소는 마을의 민가 등을 개조해 돌봄이 필요한 고령자들에게 주간보호나 야간보 호, 방문요양 등을 일체적으로 제공하는 소규모 재가서비스다. 2006년 개 호보험의 지역밀착형서비스로 제도화된 ‘소규모다기능형 재가서비스’의 원형이기도 하다. 소만 씨는 병원 동료 두 명과 함께 택로소 방식을 채용해 1993년 자택에서 ‘코노유비토마레’를 개소했다. 그는 당시를 다음과 같이 소회한다.

“예전에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청년, 동네를 배회하는 치매노인, 부모는 일하러가고 혼자 집에 있는 아이, 요샛말로 복지 대상자들이 마을에서 다같이 어울려 살았어요. 그런데 복지서비스가 정비되면 될 수록 그런 이웃들이 지역에서 설 자리가 없어지는 거에요. 입소시설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사람도 있지만 재가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나이나 장애유형별로 나뉘어서 그야말로 전문화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지역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거죠. 이웃이 어울려 서로 돕고 사는 그런 풍경이 그립더라고요. 그래서 애든 어른이든, 장애가 있든 없든 다함께 모여 살아가는 그런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어요.”

개소 후 처음 사업소를 찾아온 것은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의 어머니였다. 주변에 재가시설이 없어 잠시 아이를 맡아줄 곳을 찾고 있었던 터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이 사업을 시작한 동료의 어머니가 병환으로 쓰러져 돌봄이 필요하게 되면서 사업소에서 생활하게 된다. 이어 육아 중인 맞벌이 부모가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면서 방과후에 혼자 집에서 지내던 아이가 여기서 시간을 보낸다. 요양이 필요하던 동료의 어머니와 놀러온 이웃 할머니는 아이들과 곧잘 놀아준다. 아이들도 그런 할머니들과의 시간이 즐겁다. 마치 누군가 마을에 이런 곳을 만들어 주기만을 기다렸던 것처럼 동네 어귀 한산하던 민가에 사람들이 끊이질 않는다. 누구나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그런 문지방 낮은 돌봄 공동체가 필요했던 것이다.

삶의 터전을 옮기는 사람도 있지만 재가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나이나 장애유형별로 나뉘어서 그야말로 전문화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지역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거죠. 이웃이 어울려 서로 돕고 사는 그런 풍경이 그립더라고요. 그래서 애든 어른이든, 장애가 있든 없든 다함께 모여 살아가는 그런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어요.”

개소 후 처음 사업소를 찾아온 것은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의 어머니였다. 주변에 재가시설이 없어 잠시 아이를 맡아줄 곳을 찾고 있었던 터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이 사업을 시작한 동료의 어머니가 병환으로 쓰러져 돌봄이 필요하게 되면서 사업소에서 생활하게 된다. 이어 육아 중인 맞벌이 부모가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면서 방과후에 혼자 집에서 지내던 아이가 여기서 시간을 보낸다. 요양이 필요하던 동료의 어머니와 놀러온 이웃 할머니는 아이들과 곧잘 놀아준다. 아이들도 그런 할머니들과의 시간이 즐겁다. 마치 누군가 마을에 이런 곳을 만들어 주기만을 기다렸던 것처럼 동네 어귀 한산하던 민가에 사람들이 끊이질 않는다. 누구나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그런 문지방 낮은 돌봄 공동체가 필요했던 것이다.

 

위기를 극복하고 제도화되기까지

그렇다고 운영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사업소에 삼삼오오 들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과는 별개로 사업운영이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지자체 보조금과 몇 명 안 되는 유료 이용자의 이용료로 운영비를 충당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000년 개호보험제도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규제로 인해 자율성을 해칠 거라는 생각에 개호보험기관으로의 전환에 부정적이었지만 운영 안정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 역시나 전환 후 많은 장애에 직면하게 된다. 개호보험기관이 되면서 그나마 지원되던 지자체 보조금도 끊겼다. 또 개호보험 서비스 이용을 위해서는 노인이라 하더라도 등급판정을 받아야 하고, 케어플랜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해 기존의 느슨하고 자유로운 운영이 어려워졌다. 특히 아동과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게 되면서 공생 케어라는 이념까지 훼손될 위기에 처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그들은 국가를 상대로 개호보험제도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활동을 전개한다. 지자체(토야마현)도 개호보험 시행에 앞서 보조금을 투입해 공생 케어 사업소를 늘려왔던 터라 이들 사업소가 사라지는 손실을 막고자 정부부처와 적극적으로 협의에 임한다. 결과적으로 그간의 공생 케어의 성과가 인정되어 2003년부터 현 내에 특구를 지정하고, 해당 구역에 한해 개호보험제도 규제 특례를 적용받게 된다. 개호보험사업소에서 제공하는 주간보호서비스를 지적장애인과 장애아동도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후 토야마현 내 공생 케어 사업소 운영자들은 사업소간 연계를 통해 공생 케어 확산을 위한네트워크를 결성했다. 매월 정례회 개최, 연수사업과 창업 프로그램 등을 전개하는 일련의 활동에 힘입어 2006년부터는 현 전 지역에 특례가 적용됐고, 나아가 특구를 다른 지자체에도 확대 적용하여 실질적인 제도화를 이루어냈다. 이후 지역포괄케어와 지역 공생사회 실현이 사회복지정책의 주류가 되면서 공생형서비스 도입을 위한 각종 법 개정이 이어졌다. 지방 한 마을의 작은 실천이 ‘아래로부터의 변혁’을 통해 지자체 행정과 국가 정책을 움직이게 하는 큰 성과를 이룬 것이다.

토야마형 서비스는 커뮤니티케어의 본질을 잘 설명해주는 사례다. 지역사회가 가진 잠재력을 느슨한 관계성과 유연한 운영방식을 통해 발현시키는 지역 기반 케어모델이자 마을살이를 풍요롭게 하는 커뮤니티 만들기 운동이라고도 할만하다. 또한 칸막이 행정과 대상별 복지정책이 낳은 고질적 문제인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실천이었으며, 민관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를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아래로부터의 변혁이라는 특징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토야마형 서비스가 공생형서비스로 제도화된 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그 장점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지만은 않은 것 같다. 특히 대상 통합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용자 간 갈등 문제가 과제로 지적된다. 노인과 장애인, 아이들이 어울려 말벗이 되거나 서로를 돌보는 정서적 유대감이 긍정적 결과로 이어질 거라는 생각은 어쩌면 꽤나 공급자 중심의 사고일 수 있다. 모든 노인이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은 아닐 뿐더러 어떤 장애인에게는 아이 뛰어노는 소리가 때로는 신경질적으로 들릴지도 모를 일이다. 직원들은 다양한 이용자 간의 관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이상적인 케어 모델로 인식되지만 그만큼 관계성과 배려를 요하는 방식이기도 한 것이다.

코노유비토마레와 같은 돌봄 공동체는 각자가 가진 욕구를 중심으로 자연스레 모여든 주민들과의 소통 속에서 서비스가 생겨나 확산됐다는 특수성이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지역과의 소통이나 이용자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어울림에 대한 배려가 공생 케어 실천의 성공요인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커뮤니티케어는 ‘네트워크’

일본 개호보험서비스 중에는 이처럼 선구자들의 실천 모델이 제도화로 이어진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앞서 말한 택로소를 본 떠 만든 소규모다기능형 재가서비스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제도화 이후에 평가해보면, 원형보다 못하다고 평가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왜일까? 다소 직설적으로 말하면 이념 없이 외형만을 따왔기 때문이다. 지역이 가진 상황적 요소, 운영진의 미션과 노하우, 규격화하기 어려운 전문성, 서비스 공급자와 이용자의 미묘한 관계적 요소까지 모두 모방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같은 제도와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그 효과는 기대했던 것과 달리 나타난다.

우리나라가 추진 중인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통합돌봄)’에 대해서도 이러한 성찰이 필요하다. 선진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제도 틀이나 사례들의 외형만을 따라할 것이 아니라 얼마나 각 지역에 들어맞을지 각 지역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커뮤니티케어는 ‘네트워크’다. 기존 물적·인적자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할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지금 가진 것들에 대한 재해석과 활용, 그리고 ‘통합’과 ‘커뮤니티’의 토양을 가꾸기 위한 이념 설정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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