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국립부경대학교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김은정 국립부경대학교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은 전자바우처 형태의 사회서비스가 복지영역에 등장하기 시작한 2007년 당시 설계됐다. 지역사회서비스혁신사업(Community Service Innovation: CSI)이 라는 명칭으로 시작된 이 사업의 목표는 초기부터 지역에서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지역이 발굴하고, 가능한 보편적으로 서비스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지역특성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발굴·지원하는 것이 우선되지만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지역 간 격차가 지나치게 커진다면, 이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초기부터 지역개발형사업과 구분해서 전국표준형사업을 마련하고, 전국적으로 운영가능한 사업들을 범주화해서 사업의 표준적 틀을 제공하고자 한 것은 이러한 맥락의 산물이다.

2022년 현재도 보건복지부는 지자체가 활용할 수 있는 14개의 표준적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이 시행된 지 15년에 이르면서 지역별로 서비스 대상, 자격기준, 서비스 내용, 운영 방식 등에서 각기 다른 서비스들이 378개 정도 운영 중이다. 2022년 기준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에 투입되는 국비는 전국적으로 대략 1770억원에 이른다. 최근 지역자율형 사회서비스 투자 사업으로 개발된 청년마음건강사업까지 포함하면 국비 총액은 1830억원 정도가 되며, 매칭되는 지방비까지 포함하면 이 서비스에 소요될 총 공공 예산은 약 2600억원이 넘는다. 사회서비스분야 국고보조사업으로써는 재정규모가 작지 않은 편이다.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의 정체성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 만큼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사회서비스도 드물다. 일반적으로 사회서비스는 대상과 내용을 중심으로 사업이 규정되고 구분된다. ‘노인: 장기요양서비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아동: 보육서비스’ 가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과연 지역사회서비스 투자사업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정책사업명을 통해서 보면 ‘지역, 사회서비스, 투자’ 3가지가 이 사업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요소라고 하겠다.

첫째, 이 서비스는 기획과 실행, 관리 모두에서 ‘지역자율성’이 명시적으로 강조된다. 개별 국고보조 방식으로 기획과 실행,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다수의 사회서비스는 서비스 대상이 나 사업 내용 등에서 전국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 표준화되어 있다. 반면 지역사회서비스투자 사업은 국고보조사업의 형태를 띄지만 지역자율형 사회서비스의 포괄적 범주에 포함되어 포괄보조 형태로 재정이 공급되고 있다. 포괄보조로 재정이 지원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최종성과를 중심으로 한 사업관리가 강조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상황을 반영하여 지역에서 서비스 내 용이나 이용자격을 상당 수준 융통성있게 조정 할 수 있다.

둘째, 이 사업은 당연하게도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정책 사업이다. 사회서비스는 사회구성원 다수의 일상을 지원함으로써 이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서비스 공급 확대를 통한 일자리 확충이 정책목표에 부수적으로 포함됐고, 이용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공급·관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용자들의 자기결정권이나 선택권을 보장해 주는 방식이 채택됐다.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도 이러한 맥락에서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준시장적 기제 안에서 실행됐다.

셋째, 이 서비스는 발생가능한 사회문제를 예방하고, ‘미래 투자적’ 성격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사회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 미래 복지수요에 대한 예방적 지원 등은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을 기존의 전통적 복지서비스와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이해되어 왔다. 물론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의 이러한 성격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 논란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도 대부분 이용자격 결정시 소득자산 기준이 적용되고, 서비스 대상도 아동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 전통적 복지대상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과연 무엇이 이 서비스를 기존 복지서비스와 구분되게 하는지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의 당면 과제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이 시작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약 15년이 지났다. 그간 지역의 사회서비스 기획·발굴 역량이 향상되고, 최종성과를 중심으로 한 사업 관리 역량 또한 일정 수준 이상 나타났다. 그러나 과연 지역의 사회서비스 욕구를 적절히 반영하면서 지역주도적·자율적으로 이 사업이 기획·실행되어 왔는지, 또한 준시장적 방식으로 공급하고 관리해 온 방식이 서비스 보편화나 효과성 제고에 기여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만은 어렵다. 나아가 지역의 복지환경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고, 인구나 경제구조도 급격하게 변동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사업이 추구했던 정책목표가 현재에도 여전히 의미있는 것일까? 이 사업이 지역기반 사회서비스로써의 정당성을 여전히 확립하고 있는가? 그간 이 사업을 둘러싼 주요 문제들을 중심으로 향후 이 사업이 풀어가야 할 과제를 다음과 같이 4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의 본질적 사업성격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다시금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에서는 이 사업의 성격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해야 한다.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에 대한 공공재정 투여의 정당성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비용 대비 효과성이 높다는 것으로부터 확보된다. 이것은 현저히 위험성이 높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나 긴급하게 개입해야 할 서비스는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을 통해 제공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다. 가능한 한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정보 또는 비용접근성이 높은 서비스가 사업 성격에 부합된다.

둘째, 서비스 이용 대상의 보편성을 확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용자격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문제예방적 서비스라면, 그것이 특정 인구에게만 집중되기 보다는 다양한 인구를 포괄할 수 있어야 하며, 이용자격 조건을 가능한 완화하여 보편성을 높여야 한다. 물론 이용료에 대한 본인부담금과 소득수준 간의 연동성은 더욱 높여갈 필요가 있다.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사회서비스 중에서 본인이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더라도 이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은 서비스의 경우, 이용자격을 엄격히 하는 것보다 본인부담금을 현실화하는 것이 이 사업에 대한 지역주민의 체감도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이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장기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셋째, 2007년 이후 이 사업이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에서 개발·공급되면서 현재는 사업 관리와 공급방식 자체가 수요를 결정해버리는 경직적 사업 구조가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 사업의 공급 방식 혁신이 필요하다. 대상자를 모집·관리하는 방식, 이용자격, 이용기간, 재판정 가능성 등에서 현장의 수요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는 관례를 과감히 혁신해야 한다. 지역사회 문제가 변화하면서 결과적으로 이용자나 사업 내용 또한 변화해야 하는데도 서비스 이용방식이나 이용시간 등을 융통성있게 조정할 수 없다면, 이 사업은 확장성을 갖기 어렵다.

넷째, 이상과 같은 사업 재구조화는 지역주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사업이 진정한 의미에서 지역사회에 의해 기획·실행되는 사업으로써의 정체성을 견지하려면, 해당 지역 전체의 사회서비스에 대한 중장기적 수요와 자원에 대한 분석에 근거해야 한다.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은 지역에서 새롭게 대두되는 사회서비스 수요에 대한 선제적 공급기제로 활용될 수도 있고, 다른 사회서비스들과 연계하여 효과를 높이는데 활용할 수도 있다. 지역의 자율재량성을 발휘해서 지역사회서비스의 통합성과 융통성을 높이는 디딤돌로써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서비스를 얼마나 많이 공급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지역주민의 일상영위 과정에 얼마나 탄력성있게 공급할 수 있는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이 지역주도적인 사회서비스의 기반 확충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시 자리매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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