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용찬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연구실장
변용찬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연구실장

지난 2년여 동안 코로나19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제한 등의 사회적 거리두기, 원격 수업과 재택근무 등 물리적 접촉을 최소화하는 정책이 추진되면서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다른 혁신적인 사회 변화가 초래됐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비대면, 비접촉 등으로 표현되는 언택트 문화가 확산됐다. 언택트 문화의 확산은 우리 사회 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온라인 쇼핑, 배달 문화의 확산 등 소비 패턴까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언택트 문화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나타나는 사회 변화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의 경우, 이러한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인해 오히려 여러 가지 사회 적응 문제를 겪게 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각종 서비스가 비대면으로 전환됨에 따라 장애인들의 고립 정도가 심해지고 있고, 건강 및 의료, 자립생활 및 지역사회생활, 정보접근, 교통 및 물리적 이동, 문화향유 등 장애인 삶의 영역 전반에 걸쳐 다양한 차별이나 인권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장애인이 코로나19에 확진되거나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자가격리하게 되면, 생활지원 인력이 없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데 매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비장애인 중심의 긴급 재난서비스로는 장애인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애인복지관이나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장애인복지서비스 지원기관의 운영 중단으로 인해 돌봄 공백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대면서비스 위주의 돌봄서비스나 이 외의 인적서비스가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게 되어 현장에서는 많은 혼란이 있다. 이처럼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서비스가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됨에 따라 돌봄 부담이 가족에게 전가되고, 이에 따라 가중 된 돌봄 부담을 견디지 못한 가족 구성원들이 소진을 겪게되면서 가정이 위기 상황에 처하는 사례가 많이 발견된다. 특히 발달장애인 가정을 중심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도 언론에 보도 된 바 있다. 그 외에도 코로나19로 인하여 불안이나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가 많아 정신 건강에도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장애인 등 정보취약 계층이 겪는 어려움이 가중된다. 비대면 사회에 서 디지털 격차는 일상생활의 불편과 사회적 고립을 초래하고, 결국 정보취약계층을 더욱 소외시킨다. 코로나19로 인해 무인점포나 키오스크 등 새로운 문물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과거의 정보 격차 해소 노력과는 또 다른 차원의 노력이 요구 되고 있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비대면 문화 확산이라는 사회 환경에 대응하여야 하는 바 장애인 인권의 보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장애인복지정책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비대면 문화 확산에 걸맞게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장애인복지정책의 방향은 첫째,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다시 오는 상황에 처하더라도 다시는 장애인이 이번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감염병이 다시 오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과거 메르스 사태 때에도 장애인은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장애인들은 당시 겪었던 어려움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반복해 겪고 있다.

코로나19는 감염병임에도 의료적 측면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삶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 고 있다. 특히 경제사회적 조건과 생활환경이 열악한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그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감염병 대응 정책 도 보건의료적 측면의 대응만이 아니라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포괄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정책이 되어야 한다. 또한 코로나19가 장애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삶의 영역별로 또 장애유형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감염병 대응 정책 역시 장애유형이나 삶의 영역별로 제시되어야 한다. 중복장애, 중증장애, 감염병에 취약한 유형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더 집중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하며, 개별화된 지원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다시 올지도 모르는 감염병에 대비해 장애인이 다시는 이러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비대면 중심 사회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모든 정보의 제공이 장애인에게도 접근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염병 예방, 발생·조치 현황, 서비스 제공, 지역 내 복지 인프라와 자원 등에 관한 충분한 정보가 적극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인터넷과 대중매체에 접근하기 어려운 장애인을 고려해야 하며, 병원, 격리시설, 서비스 제공기관 내에는 장애인을 위한 안내 자료와 장애인을 지원하는 인력이 배치되어야 할 것이다. 각종 언론이나 정보 매체,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교육이나 모임은 모든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참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의 정보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비대면 온라인 수업 확산에 대비하여 청각장애인에게는 수어나 영상을, 시각장애인에게는 보조기기를 활용해 읽을 수 있도록 파일을 제공하는 등 장애인의 접근성을 제고하고,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 아울러 키오스크 역시 터치스크린 외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버튼을 추가하고, 음성으로 메뉴가 안내 되도록 제작되어야 한다. 또한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할 때 불편함이 없도록 여러 대의 키오스크 가운데 최소 한 대는 휠체어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높이에 설치되어야 한다.

비대면 시대를 맞이하여 장애인 관련 서비스의 상당 부분이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있으나 장애인의 경우, 각종 장비의 부족으로 인하여 비대면 시대 서비스 접근성이 제한을 받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에게 다양한 온라인 전자 장비 등을 지원하여 장애인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는 다양한 사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온라인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셋째,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장애인복지 전달체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은 종합적이어야 하고, 장애유형이나 삶의 영역이 고려되는 방향으로 수립·실행되어야 한다. 또한 보건과 의료, 복지가 상호 연계된 체계를 구축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돌봄 공백이 발생하였을 경우, 보건·의료·복지가 상호 연계된 커뮤니티케어 시스템을 구축해 대처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의료적 측면뿐 아니라 보건과 복지를 넘어 다양한 분야가 종합적으로 연계되는 사회적 돌봄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중앙 및 지방정부는 장애인이 비대면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장애인자립생활센터나 장애인복지관 등 장애인복지 서비스 제공기관과 협력하여 비대면 시대에 걸맞는 돌봄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활동지원 서비스 제공기관은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여 활동지원사를 충분히 확보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서비스 제공기관은 향후 비대면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더라도 일정 비율 이상의 대면서비스를 유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비대면 사회에서는 발달장애인 등의 가족이 돌봄부담 증가로 인하여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장애인 긴급돌봄시스템을 구축하여 대응하여야 한다.

또한 사례관리종합상담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정교한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희망복지지원단을 통한 통합사례관리체계를 운영해 왔고, 서울시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를 통한 가정방문 활동 등을 실시해 왔다. 그러나 현행 복지 상담 및 지원 체계는 복지 수요자들의 욕구와 이에 대응하는 사회적 급여나 서비스를 연결해 배분하는 서비스 진입단계로써 기능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는 상담이 종합적·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례관리종합상담시스템이 원활히 정착된다면, 보다 실질적인 종합상담이 가능해지면서 복지사각지대 위기가구도 보다 쉽게 찾아내 지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가 장애인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증적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근거기반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향후 가칭 ‘코로나19와 장애인’에 관한 대규모 실태조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초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장애인권 보장을 위한 종합적인 장애인권 및 정책 연구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감염 취약계층인 장애인의 기본권 보장과 장애 포괄적이며 개별화된 장애인 지원 서비스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다시 올지도 모르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장애인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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