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복지공동체 구축을 중심으로 -

최균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균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Ⅰ. 서 론

코로나 팬데믹(pandemic)이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 없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회적 혼란기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사회복지계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 앞으로 맞이할 포스트코로나시대를 대비하고, 향후 전개될 4차 산업혁명 등 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복지계는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

인구고령화, 노동시장의 불안정 등과 같은 신사회적 위험의 가속화와 함께 복지영역의 역할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다. 이 흐름에서 사회복지계는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등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국가 주도의 공공복지 확대에 대응한 민간복지의 활성화와 함께 생활밀착형 복지체계 형성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에 기반 한 ‘지역복지공동체’ 구축은 시대적 과제이다.

여기에서는 지난 70년 동안 민간복지를 선도하면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 사회복지협의회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전 전략을 모색하고자 한다.

Ⅱ.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연혁과 성장 단계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70년의 역사를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1952년 2월 15일 한국전쟁 기간 중 부산에서 ‘한국사회사업연합회’를 창립한 데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이후 ‘한국사회복지사업연합회’(1961), ‘한국사회복지연합회’(1965)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우리 사회의 사회복지계를 주도하는 기구로 성장하였다. 1970년대에 들어서서 사회복지 관련 법인과 시설에 대한 관리의 체계화, 외국원조 감소와 사회복지예산 부족에 대응(사회복지공동모금회 규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회복지사업법’(1970)을 제정하였는데, 이를 계기로 현재의 명칭인 ‘한국사회복지협의회’로 개칭하면서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1983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으로 법정단체로 지정되면서 시・도 사회복지협의회 설치(1984)가 이뤄졌다. 1990년대 중반 지방자치시대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1997년 시・도 협의회의 독립법인화를 진행하였고, 2003년 동법 개정으로 시・군・구 사회복지협의회 임의설치를 규정하면서 2004년부터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의 사회복지협의회 활동을 시작하였다.

1980년대 이후 다양한 사업 수행으로 성장을 지속하였으며, 2012년 SSN(Social Service Network)으로 CI를 변경, 사회복지협의회의 역할 변화를 시도하면서 과거와는 차별화된 위상 정립을 위해 새로운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각종 사업을 재구조화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과정을 단계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➀ 태동기(1952 ~ 1969) - 민간 사회복지시설 협의체 중심, ➁ 성장기(1970 ~ 1982) - 협의회의 위상 확립, ➂ 성숙1기(1983 ~ 1997) - 협의회의 고유 목적사업 확충, ➃ 성숙2기(1998 ~ 2012) - 조직 확대, 사업 확장, ➄ 변혁기(2013 ~ 현재) - 사회변화에 대응하며 새로운 가치 추구 등이다.

Ⅲ. 사회복지협의회의 현황과 성과

사회복지협의회의 조직은 2022년 현재 중앙협의회, 시・도 협의회 17개소, 시・군・구 협의회 161개소(설치율 71.2%)가 설치되어 있고, 직원 수는 약 1500명으로 전국 조직망을 갖추고 있다. 전체 예산은 약 1482억 원(중앙 - 약 727억 원, 시・도 - 약 272억 원, 시・군・구 - 약 483억 원)이다.

사회복지협의회는 지역 단위에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협의회가 실시하고 있는 사업 구성을 보면, 정부보조사업(복지소외계층 발굴, 지정위탁사업 - 푸드뱅크, 자원봉사등록, 나눔문화 등) 154억 원(전체 예산 대비 21.2%). 후원사업(민간위탁사업)으로서 기업의 지정기탁사업이 563억 원(전체 예산 대비 77.5%). 자체사업은 9억 원(전체 예산 대비 1.3%) 등이다.

이상과 같은 조직과 예산 그리고 사업을 통해 사회복지협의회가 우리 사회의 사회복지 발전에 기여한 성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민간복지 대표 기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둘째, 정부와 민간부문 간 가교(bridge) 역할의 수행을 통해 민관협력 증진에 기여하였다. 셋째, 사회복지정책 및 제도 개선을 위한 건의 및 사업 수행(공동모금, 사회복지정보화, 사회복지시설평가 등)을 통해 우리나라 사회복지제도 도입의 산파(incubating) 역할을 수행하였다.

Ⅳ. 사회복지협의회 발전 전략

1. 환경 분석

1) 공공복지의 지속적 확대

공공복지의 확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각종 바우처제도의 확대, 보육이나 노인돌봄을 중심으로 한 국가책임제 확대, ‘사회보장급여법’에 근거한 공공 전달체계의 확립 등 국가 주도 공공서비스의 확충에 따른 것이다. 또한, 사회서비스원, 지역 단위의 복지재단 등 유사 기능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의 설치가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회복지협의회의 입지가 점차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공공복지의 확대에 따라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 현상이 증가하고 있으나, 이를 민간부문의 책임을 의미하는 ‘계약 실패(contract failure)’로의 전가 현상이 증가하고 있어 민간부문의 위축이 나타나고 있다.

2) 민간복지의 구조와 특성 변화

복지부문의 확대에 따라 민간복지 영역에서의 변화도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두드러진 현상이 바로 민간복지 영역의 분절화와 개별화다. 이는 공동모금과 자원봉사 사업 독립화, 각종 사회서비스의 다양화와 시설의 다기화 등에 의한 결과다. 특히, 복지 분야별 협회의 이익단체화로 경쟁과 집단이익 추구 심리가 강화됨으로써 민간복지 영역을 전체 틀로 통합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민간복지 영역에서 정부의 사업지침과 보조금에 대한 의존성 고착화, 국가사업에 대한 ‘종속적 대행자’ 역할이 강화됨으로써 사회복지시설의 준공공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3) 지역사회 내 협의회 역할과 기능의 정체

지역복지 증진을 위한 기구로 사회복지협의회와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각각 존재하는 이중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는 명칭과 역할 혼돈으로 인한 결과다. 더군다나 이러한 구조에서 시・도, 시・군・구 사회복지협의회는 예산 부족, 전문 인력 부재 등으로 인해 역할 확대에 한계가 있다. 또한, 국공립시설 증가, 사회적 경제 영역의 성장 등과 같은 복지서비스 공급기관의 다양화는 협의회의 고유 역할인 민간복지의 협의・조정 기능 수행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내용을 종합하여 복지환경의 변화를 평가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1983년 법정단체화 이후 혁신을 위한 노력이 미약했다. 이는 새로운 기회 포착에 대한 소극적 태도와 함께 정부의 제한적 위임, 정부정책 ‘대행역’에 안주한 결과다. 둘째, 협의회 역할이 주변화 되고, 역할 혼란 현상을 겪고 있다. 이는 복지 분야별 협회의 성장과 독립화, 고유 역할인 ‘협의와 조정 기능’의 미흡에 기인한다. 셋째, 협의회에 관한 인식 오류의 고착화로 인해 정체성 혼란에 직면해 있다. 이는 민간기관(?)인 공공기관, 민간부문의 대표 기구인 공공기관(?)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혼란과 부재에 따른 것이다.

2. 혁신전략

앞서 언급했듯이 국가 주도의 공공복지 확대에 대응하고 민간복지의 활성화를 위해 사회복지협의회의 혁신이 필요하다. 이러한 혁신이 필요한 배경으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서의 인간주의 옹호 필요성 증가, 고령화 및 지역소멸 현상에 따른 복지수요 상이, 복지서비스의 지역성 및 분권화 강화, 지역 간 복지공급 역량 불균형, 생활밀착형 서비스 수요 증가 등을 들 수 있다. 이에 발맞춰 ‘지역복지공동체 구축’을 사회복지협의회 혁신 비전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역복지 구심축으로서의 위상 확립, 지역복지 혁신 주체로서의 역할 강화, 사회운동을 주도하는 시민사회 기구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각 전략별 목표와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복지 구심축으로서 위상 확립을 위해서는 지역복지 통합네트워크를 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법을 개정해 시・군・구 협의회를 의무 설치토록 하고 민간복지의 구심축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공동모금회, 자원봉사센터 등과 협력 강화, 민간 기관 간 연계 협력을 통해 유기적인 민간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둘째, 지역복지 혁신 주체로서의 역할 강화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복지서비스 혁신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경직성, 정보 독점, 소통 미흡, 획일성 등 공공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서비스 네트워크 구조 내에서 안내자(guide), 혁신가(innovator)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지역사회 복지서비스 플랫폼을 민관협력 활성화를 위한 기반으로 활용하여 생산, 소비, 분배, 고용 창출의 복지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셋째, 사회운동을 주도하는 시민사회 기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글로벌 가치 확산 주체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사회복지협의회는 새로운 가치를 전제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의 사회공헌, 나눔문화 확산 등 복지자원 동원 관련 사업을 확충해 나가야 하며 시장영역까지 포괄하는 사회서비스 제공 관련 사업 개발도 필요하다.

Ⅴ. 결 론

사회복지협의회가 지역복지공동체 구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이 필요하다. 즉, 현행 사회복지사업법 제33조항을 별도의 ‘장’ 체계로 개편하여 기존 고유 목적사업 외에 새로운 역할 부여를 통해 사회적 위상 강화, 시・군・구 협의회 의무 설치로 전국 조직화 완성, 정부와의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또한, 사회복지협의회가 포괄적 사회서비스 혁신 주체로서의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변화에 따른 새로운 가치와 대응과제 설정과 함께 사회혁신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이는 실질적 ‘지역복지공동체’ 형성 및 복지생태계 조성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바 시민참여 활성화, 지역사회 중심의 사회서비스 생산과 소비, ‘사회적 가치 노동’ 개발로 고용 창출 등과 같은 역할의 수행과 함께 지역사회 내 사회복지협의회의 역량 강화를 통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사회복지협의회가 보편적인 글로벌 가치를 지향하는 시민사회 기구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율적 조직, 독자 재원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사회운동성을 강화함으로써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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