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삼성전자, 국민일보가 공동 주관하는 제19회 새내기 사회복지상 수상자로 선정된 정해옥 사회복지사(여·25)는 다소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부산여자대학 사회복지과를 졸업, 본격적인 사회복지사로 나서기 전 경남 창원에서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삼성전자, 국민일보가 공동 주관하는 제19회 새내기 사회복지상 수상자로 선정된 정해옥 사회복지사(여·25)는 다소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부산여자대학 사회복지과를 졸업, 본격적인 사회복지사로 나서기 전 경남 창원에서 산부인과 간호사로 근무했던 것. 운명인지 우연인지 정해옥 사회복지사가 첫발을 내딛은 곳은 다름 아닌 미혼모 생활시설인 사랑샘이다.

길 잃은 엄마·아기들의 수호천사
길 잃은 엄마·아기들의 수호천사


"이게 아마도 제 운명이었던 같아요. 사랑샘이 개원한 시점과 제 졸업 시점이 절묘하게 딱 들어맞았거든요."

이곳에서 그녀는 오갈데 없는 미혼모들을 24시간 돌보며 그들의 순산과 안정적인 사회복귀를 지원하고 있다. 2교대 지원이 안되다보니 말이 24시간이지 그녀의 하루하루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일과시간에는 미혼모들과 병원을 오가며 임신성당뇨, 임신중독 등의 건강체크는 물론, 퇴소 후의 자활을 돕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 운영, 그리고 생활상담까지 도맡아 해내고 있다.

일과 후에는 건물 4층과 5층에 마련된 숙소에서 13명의 미혼모들과 숙식을 함께 한다. 임신중에 있을지 모르는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한편, 한 곳에 마음 잡기 힘든 미혼모들의 생활지도와 보호자 역할까지 담당하는 등 언니와 엄마의 몫까지 해야 한다.

"한 새벽 3시쯤 됐나봐요. 갑자기 한 산모가 예정보다 빠른 진통이 왔어요. 숙소에는 모두 여자뿐이고… 평소에 훈련을 해뒀지만 갑자기 일이 닥치니까 당황스럽더군요. 부랴부랴 병원측에 연락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또 숙소에 무슨 일이라도 있을까 싶어 부리나케 돌아오고..."

한 해에 사랑샘을 거쳐가는 미혼모만 해도 약 100여명에 이르다보니 이렇듯 마음 놓고 잠 한번 푹 잘 수 없다.

아기를 잘 낳았다고 앞으로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미혼모 아이들은 위탁가정에 짧게는 수주일 길게는 수개월간 맡겨졌다가 국내나 해외입양된다.

한 해 평균 100여명이 넘는 입양대상아동들의 건강상태는 물론 이들이 위탁가정 내에서 어떻게 지내는지를 하나하나 체크하는 것도 정해옥 사회복지사의 몫이다.

"미혼모들은 대개 결손 가정 아이들이 많아요. 어리게는 중학교 친구부터 20대 초반까지 연령대도 다양하죠. 심지어는 사랑샘을 통해 무려 4명의 아기를 낳은 미혼모도 있어요. 두 번 이상 오는 친구도 다반사구요. 제대로 된 사회적 지지와 보호가 없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부모 없이 자란 미혼모의 경우 그 아이도 부모 없이 자라야 하는 비극이 대물림된다는 사실입니다"

위탁가정에서 다시 입양기관으로 입양되는 아이들을 보내면서 남몰래 눈물을 많이 흘려야 했던 정해옥 씨는 그러나 지금 돌보고 있는 산모들과 위탁가정 내의 아이들을 생각할 때마다 각오를 새롭게 다진다.

길 잃은 엄마·아기들의 수호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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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의지할 곳 없는 미혼모들이 자신의 흉금을 털어놓고 정보도 교환하도록 '러브샘'이라는 싸이월드 카페도 개설했다.
"아이들이 좋은 가정을 찾아 가거나, 미혼모들이 취업을 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되찾게 될 때 말할 수 없는 뿌듯함과 보람을 느낍니다. 다방면에 욕심 많은 제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하지요"

미혼모들과 그 아기들의 수호천사가 되기로 작정한 정해옥 사회복지사. 마른 샘에서 사랑을 길어올리는 그녀의 수고가 사랑에 목마른 이들의 변함없는 오아시스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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