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 신구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이세형 신구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에 대한 담론이 다양하다. 이제는 코로나19의 존재를 인정하고, 코로나 바이러스와 더불어 사는 세상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코로나19의 불편함은 수용하지만, 이제는 이를 통제 범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현장에서도 위드코로나에 대한 소위 '작전'이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사회복지시설은 지역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우리 사회에서 지역 밀착형 복지를 주로 담당한 주체는 코로나19에서 살아남았다. 이제는 그 '살아남음'을 통해 익힌 생존전략을 기반으로 새로운 복지에 대한 질서와 문화를 만들어내야 할 때다. 필자는 위드코로나를 앞두고 '다시 세상을 이롭게' 라는 우리 사회의 공동목표를 위해 사회복지서비스를 어떻게 재구성하면 좋을지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사회복지서비스의 재구성은 국가만의 책임을 넘어 사회복지시설, 기업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과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야 한다. 물론 착한 마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작전으로 위드코로나에 최적화된 사회복지서비스를 만들어낼 것인지 자문해야 한다. 위드코로나를 앞두고, 우리가 한 번쯤 고민해볼 '작전'에 대해 살펴보자.

첫 번째 작전은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구체적 접근이다. 이제는 복지서비스의 섬세함이 요구되고 있다. 이전에는 서비스를 정해진 시간에 정확히 제공하는 것이 주요한 과제였다면, 앞으로는 서비스를 가공하고 활용하는 방법까지 제공해야 한다. 즉, 추가적인 작업이 요구되는 것이다. 일례로, 과거에는 도시락을 제공했다면, 지금은 대체식으로 제공되는 반건조 식품을 가정에서 쉽게 조리할 수 있는 매뉴얼까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무인음식주문 단말기인 키오스크(kiosk) 작동법을 비롯하여 비대면 온라인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SNS 활용법 등 살아가는데 필요한 세세한 기능도 익혀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적인 능력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도 신경 써야 한다. 따라서 ‘다시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섬세한 접근이 요구된다.

두 번째 작전은 공간을 새롭게 디자인할 준비를 해야 한다. 기존 사회복지시설은 물리적인 공간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상당부분 지역사회의 기대를 충족했다. 그러나 위드코로나 시대에는 공간이 주는 안정감, 편리함, 공동체 의식 등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즉, 물리적 '집합'을 통해서 추구한 가치를 새로 디자인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우리가 만날 위드코로나 시대에 사회복지시설은 물리적 공간 기능을 기반으로 사회적 공간을 확장하도록 재설계해야 한다. 사회복지실천 현장에서는 이제까지보다 더 지역이 기능하도록 준비하고 설계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회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사회안전망은 서비스 수혜자에게 실익을 제공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세 번째로 살펴볼 작전은 서비스 이용자의 욕구를 새롭게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사회복지서비스가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필자는 사회복지현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욕구조사의 범주에 '몸을 소비하는 방식'을 추가할 것을 권한다. 욕구조사에서 어떤 것을 원하는지 묻는 것을 포함하여,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몸을 소비하는 방식'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는 위드코로나 시대에 더욱 유용하게 쓰일 주요한 작전이다. 우리 사회에서 '몸을 소비하는 방식'에 대한 관심은 주로 경제적인 소비가 가능한 계층만을 타깃으로 진행되곤 했다. 즉, 자본의 쓰임이 중요한 요소였다. 필자는 이러한 패러다임을 사회복지현장에 최적화해 시도해볼 것을 추천한다. 어려운 이웃의 삶이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면, 사회복지서비스가 ‘삶의 결핍’을 제거하거나 감소시키는데 실질적인 기능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네 번째로 고려할 작전은 사회복지서비스 유통구조의 개선이다. 코로나19는 기존의 유통경로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즉, 공급자나 소비자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유통구조는 불안을 유발한다. 물론 현재는 충분한 방역시스템이 가동되어 상당부분 이러한 불안이 해소되었지만, 위드코로나 시대에는 고민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사회복지현장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복지서비스를 유통시켰다. 대면중심의 사업은 상당부분 비대면 전략을 통해 실천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위드코로나에 적합한 유통경로를 확보하고 새롭게 만들어내야 한다. 이제는 음식 주문을 키오스크에서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새로운 시도는 사회복지실천 현장에서도 필요하다. 기존 온라인 플랫폼을 폭 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복지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역량 강화 노력도 요구된다.

다섯 번째 작전은 프로젝트 매니저 기능의 강화다. 프로젝트 매니저라는 개념은 1950년대 미국 국방부가 무기체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입했다. 오늘날은 ‘프로젝트 매니저’가 모든 산업에 광범위하게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사회복지실천 현장의 시각에서 보면 사회복지서비스야말로 다양한 프로젝트의 집합인 경우가 많다. 물론 사회복지현장에서는 이를 프로그램이라고 일컫는다. 다시 말해, 이미 사회복지현장에서는 프로젝트 매니저의 역할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필자는 이러한 ‘프로젝트 매니저’ 의 실질적인 기능 강화를 제안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사회복지서비스가 점점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사회복지서비스를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를 충족하기 위한 조건 역시 까다로워지고 있다. 나아가 사회복지 실천에 있어 다양한 주체와의 협업도 매우 강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복지실천 현장에서는 하나하나의 서비스를 프로젝트로 정의하고, 이를 완성시키기 위한 고도화된 전략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에 대한 작업 단위를 세분화해야 한다. 관련한 네트워크를 분석하기도 하고, 서비스의 효율을 검토하는 등의 실질적인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필자는 다섯 가지 ‘작전’을 제시했다. 이러한 '작전'이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아 사회복지서비스가 다시 세상을 이롭게 하는데 활용되길 희망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거나, 혹은 알고 있는 것을 좀 더 명확히 실천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준비운동도 필요하다. 준비운동으로 필자는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물어보길 권한다. 참고할만한 질문은 다섯 가지다.

1. 지금 우리는 무엇이 불편한가? 혹은 불편하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2. 불편함에 적응하고 있는가? 혹은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는가?

3. 새로운 대안을 찾는다면 누굴 만나야 하는가?

4. 만날 사람이 정해졌다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

5. 과연, 우리는 어려운 이웃에게 어떤 이익을 주고 싶은가?

위 질문에서 각자 필요한 부분을 추가하거나 보완해도 좋다. 새로운 ‘작전’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질문이 요구된다. 질문을 통해 해답을 구하고, 실천의 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위드코로나 시대에는 알고 있는 것보다 실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다섯 가지 작전을 제안했고, 이러한 작전은 반드시 우리 사회 어려운 이웃에게 분명한 '이익'을 만들어내는데 활용되길 기대한다. 사회복지실천 현장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실천이다. 실천이 동반되지 않는 고민은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위드코로나를 앞두고 많은 고민이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고민의 중심을 실천에 두자. 실천을 위해서 업무를 세분화하고, 이를 완성시키기 위해 제대로 된 ‘작전’을 활용하자. 그리고 가급적이면 빨리 움직이자. 왜냐하면, 이 글이 소비되는 이 시간에도 우리의 이웃 중 누군가는 힘들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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