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숙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 관장
박영숙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 관장

문제 제기

2021년 현재 우리나라 노인인구 비중은 16.5%다. 우리나라는 이제 몇 년 안으로 초고령사회(超高齡社會)가 된다. 과연 우리는 2025년 초고령사회를 준비된 채 맞이할 수 있을까? 이미 초고령사회에 살고 있는 선진국은 과거 어떠한 과정을 거쳤나?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복지서비스와 복지인프라만 계속 늘리면 될까? 그러다가 다단계 복지로 가는 것은 아닐까? 이미 다단계 복지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40년 전부터 복지서비스를 유형화하면서 2000년대에는 대형화된 복지시설에서 노인복지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추세와 사회·문화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백세 시대'를 맞아 노인의 삶을 어떻게 돌봐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글에서는 노인을 노인복지 서비스 수혜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노년기의 발달과업을 중심으로 노년이 의미 있는 생애 주기가 되도록 설계하는 방안에 대해 짚어 보고자 한다.

초고령사회와 1인 고령자가구 증가

초고령사회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공동체를 일컫는다. 10월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1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6.5%로 집계됐다. 이는 2025년 20.3%, 2030년 25.0%, 2040년 33.9%, 2050년 39.8%, 2060년 43.9%가 될 것으로 각각 전망됐다

우리나라도 이미 일부 지역은 고령인구 비중이 20%가 넘어서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전남이 23.8%로 고령인구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이어 경북(21.5%), 전북(21.4%), 강원(20.9%) 순이었다.

누구나 혼자 될 수 있는 노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이미 소득이 줄어든 상태에서 스스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 고령자 1인 가구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지할 만한 사람과의 사회적 관계 영역이다. 사회적 관계는 노년기 건강의 가장 기본인 외로움, 우울과 관련 있으며 노년기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외로움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이미 영국에서는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장관과 자살담당관도 내각에 신설한 바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9년 우리나라 1인 가구 중 60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33.7%로 나타났다. 초고령사회에서 노인의 주 가구형태는 1인 가구 또는 부부세대인데, 부부 중 한 명이 건강하지 않은 경우 배우자가 돌봐야 하기 때문에 노인복지서비스는 지금보다 더 다양하고 세부적이어야 할 것이다. 노인사례관리를 통해 현장에서 경험한 노인의 욕구는 <표 1>과 같다. 이러한 욕구를 복지기관 서비스로만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역사회에서 인적·물적 자원을 다양한 방식으로 연계·지원함은 물론 노인의 선택권과 참여가 존중되는 서비스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표 1> 노인 사례관리 영역 별 욕구

위험한 사회와 ‘소셜’ 문화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새로운 방식의 학습과 문화를 습득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생태환경 문제나 정보지식 혁명의 전개에 따른 신기술 패러다임의 등장 또한 통제할 수 없는 새로운 위험 유형을 등장시키고 있거나 등장시킬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소셜(social)' 문화는 인간의 존재론적 위상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게 한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를 고려할 수 있는데, 그 하나는 고독(solitude)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친교(friendship)의 문제다. 마크 오제(Marc Augé, 1995)의 지적대로, '미디어 침투 공간(mediated spaces)' 인 '비장소(non-places)'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즉 미디어만 바라볼 뿐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 그런 상황에서 고독은 필연적이다. 이는 현대사회의 대인 관계, 특히 친교 관계와 직결된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의 친구는 오프라인이나 전통적인 사회의 친구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튜 테데스코(Matthew Tedesco, 2010)의 말대로 "아무런 요구를 하지 않는" 친교가 보편화되는 사회가 도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사회문제와 사회통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중년, 장년, 노인으로 갈수록 생활적·경제적·정서적으로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는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인간은 사회적 지지를 통해 존중과 가치를 인정받으며 사회적 관계와 공동체를 이루고 건전한 행동을 촉진하게 된다. 그런데 사회적 지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위험한 사회로 가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고독으로 나타나며 이는 개인의 불행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전염병’이기에 고독을 질병으로 보고 선진국들은 관련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의 ‘고독’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가 인류의 숙제가 되었다.

노년기 발달과업

초고령사회에 무엇을 준비해야하는가? 노년기 발달과업에 대하여 펙(Peck)과 해비거스트(Havighurst) 등 여러 학자들이 다양하게 주장하고 있다. 남경인(2018)은 60세 이후 노년기 발달영역을 지적 영역, 정서적 영역, 사회적 영역, 신체적 영역으로 구분하였고 각 영역별 발달과업을 세부적으로 기술하였다(<표 2> 참고). 그동안 노인복지 영역에서는 여가문화 위주의 복지서비스를 실시하였으나 이제는 발달과업을 중심으로 개인, 사회, 국가가 역할에 맞게 함께 노년기를 준비하며 맞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표 2> 한국 노년기 발달과업

맺는 말

우리 사회는 노인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우리 사회는 노인을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을 기대하기보다 노인복지 서비스의 대상자로 보고 있으며 노인에게는 참여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노인에게 의견이 있을 것이라고 얼마나 생각하고 질문하는가? 은퇴 후 갑작스레 남아도는 여유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 노인에 대한 사회의 태도, 삶의 질, 재정상의 어려움, 건강 문제, 외로움 등을 하나하나 챙겨봐야 한다. 여가활동과도 직업상 이력과도 다른, 제2의 일거리를 만드는 방법, 나아가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 같은 것까지 모든 것이 노년기에서 해야 할 새로운 과업이다. 그런데 이러한 준비 없이 맞닥뜨리는 노년기는 개인뿐 아니라 사회에도 큰 문제로 대두된다. 그리고 이것은 은퇴 후의 과제가 아니라 평생에 걸쳐 이루어져야 할 과정이다. 노년의 삶은 절망적인 것이 아니며, 의미와 목적, 희망이 있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긍정적으로 맞이하는 자세여야 한다. 폴 투르니에의 저서 ⌜노년의 의미⌟에서 '나이 들어가는 것도 배워야 한다'고 한 것처럼 노년기의 발달과업을 이제는 배워야하는 시대이다. 노인의 살아온 삶과 직업 그리고 지혜가 다른 세대와 교류하고 나눔이 되도록 해 우리 삶이 더 풍요로워지게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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