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1년 반을 넘어서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이 커지는 것과 동시에 우리 사회 곳곳에서 생활 방식의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19의 대유행 이전에도 정보 사회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인 압력은 변화의 속도를 가중시키는 중요한 외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염병 대유행이 끝나도, 코로나19가 불러온 변화는, 이제 다시 이전 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일상적인 생활로 정착될 것이 분명하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촉발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전 사회적인 도입은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디지털 정보격차

우리 사회의 디지털 정보격차를 살펴보려면 인터넷 이용률과 스마트폰 사용률을 비교해보는 것이 가장 분명한 지표가 된다. 우선 연령별 인터넷 이용률을 보면 10대는 100%, 50대까지는 평균적으로 99.8%, 60대는 91.5%에 이른다. 그러나 최근 노인들의 인터넷 이용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기는 하나 70대 이상으로 가면 인터넷 이용률은 40.3%로 뚝 떨어진다(2019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연령별 디지털 정보화 수준뿐만 아니라 소득계층별 디지털 정보화 수준도 큰 차이가 있다. 중산층 또는 소득 중위계층으로 표현되는 일반 국민 대비 저소득층의 정보화 수준이 87.8%, 장애인이 75.2%, 농어민이 70.6%로 중위소득계층에 비해 12∼30% 수준까지 낮았다. 이 중에서도 고령의 저소득층은 64.3%로 중위소득계층에 비해 그 차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정보에 대한 접근이 스마트폰을 통해 이루어지는 상황이므로 스마트폰 보급률을 보면 디지털 정보화 수준의 차이가 더 분명해진다.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100%로 2위인 이스라엘(88%) 보다 높고, OECD 평균(76%) 보다도 20%나 월등하게 높다. 그러나 노인들의 스마트폰 이용은 주로 유튜브 동영상을 보거나 메신저를 주고받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학생들이 학습에 스마트폰을 이용하거나, 직장에 다니는 젊은이들이 자료검색이나 화상회의에 활용하고, 노인이 아닌 대부분의 연령대는 쇼핑이나 뱅킹에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과 대비된다. 스마트폰이 있어도 그 활용이 극히 제한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ICT를 활용한 새로운 사회서비스

하지만, 이러한 디지털 양극화를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만은 아니다. 디지털 양극화의 해소가 사회서비스의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잡게 되는 효과와 더불어 새로운 ICT 기술을 활용하여 효과적인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회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인터넷 이용률과 스마트폰 활용률이 젊은이들에 비해 극히 낮고, 정보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은 비단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이 아니어도 이미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제 노인이나 저소득층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사회서비스의 중요한 영역이 될 것이다.

스마트뱅킹을 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은행의 창구 앞에서 기다리고 앉아 있으니, 은행도 스마트뱅킹으로 지점을 폐쇄하고 창구 직원을 줄이면서, 대출이나 신용 평가 업무 등으로 전환하여 고부가가치를 가지는 생산적인 업무로 전환할 수 있는데, 인터넷과 디지털 문맹인으로 인해 원활하게 진행을 하지 못하여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의 일환으로 이들 은행이나 중앙정부, 그리고 지방정부가 나서서 인터넷 뱅킹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실제로 노인들에게 가장 유용한 사회서비스가 될 것이다.

또한 어르신들은 보이스 피싱이나 스마트폰을 활용한 인터넷 피싱에 노출되어 금융 사기의 피해자가 된다. 최근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백신 주사에서도 사전 신청을 인터넷으로 해야 하므로 필수적으로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어르신들은 자녀가 예약을 해 주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었다. 자녀가 있더라도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나 자녀가 없는 노인들은 다양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알지 못하여 신청할 수 없기에 사회안전망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디지털 격차 해소가 시급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등교 중지와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되면서 청소년들의 학습과 건강의 양극화도 심각해지고 있다. 2020년 7월, 경기도 교육연구원이 실시한 ‘코로나19와 교육, 학교 구성원의 인식을 중심으로’는 실증적인 통계로 그러한 차이를 보여준다. '온라인 수업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고 불편하다'는 비율은 가정경제가 상이나 중 정도인 가구(10∼12%)에 비해 저소득층 학생은 25%로 매우 높았다. 가정경제가 하층인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듣다가 어렵거나 궁금한 점이 생겨도 선생님이나 보호자에게 도움을 받기보다 혼자 해결하거나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다른 계층에 비해 5배나 많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학교 선생님이 매일 알림장 내용을 불러주고 준비물과 숙제를 까먹으면 잔소리도 해줬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가정 내 보호자 말고는 아무도 학생을 챙겨줄 사람이 없다. 그래서 보호자가 자녀의 학습과 과제에 신경 쓰고 말고의 차이는 예전보다 훨씬 더 큰 교육격차를 만들고 있다(시사IN, 20년 9월). ‘나의 보호자는 학교 일정과 공지사항을 확인하고 챙겨준다’는 비율조차 계층 간 차이가 벌어졌다. 형편이 어렵고 부모가 여유가 없는 가정의 경우 시시때때로 바뀌는 등교 일정을 숙지하지 못해 자녀를 미등교일에 등교시키거나, 등교일에 등교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상황이므로, 학생들에 대한 비대면 멘토 서비스가 절실하고, 긴급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우리 사회는 소득과 자산 등의 사회 양극화가 교육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많아지면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에서의 양극화도 심각한 상황이다. 디지털 정보격차를 방치할 경우 기회의 균등 보장이라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이 훼손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 적극적인 디지털 양극화 해소정책이 필요하고, 사회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 요구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70대 노인들이 소통이나 안부 확인 등 심리적 안정을 얻기 위한 메신저 활용이 87.8%로 이전에 비해 12.0%p 증가하여, 비대면 환경에서 인터넷이 국민 안전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것이 실제 데이터로 확인되는 등 스마트폰이 노인의 우울증 예방과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나아가 자살예방 등과 같은 사업도 도입될 수 있다.

상담센터를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고, 전화 상담으로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효율성이 낮은데, 메타버스나 사이버 공간에서의 소통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예전에는 청소년의 학습능력 향상을 위해 사용되던 MC2의 바이오피드백 기능이 심리 불안을 치료하거나 불면증 치료에 직접 도입되어 사용되고 있다. AI 스피커를 활용한 '손자 인형' 보급이 노인들의 치매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되어 건강보험 급여화가 추진되고 있다.

다양한 ICT를 활용한 새로운 사회서비스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이들 기술들은 시간 접근성과 거리 접근성을 낮추어줄 뿐 아니라 개인별 맞춤 서비스의 제공을 가능하게 하고, 익명성의 보장으로 멘토링 사업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멘토링 등 새로운 사회서비스의 영역과 수단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역사는 끌고 가지 않으면 끌려간다. 역사적 대변환기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우리가 구한말 쇄국정책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사회서비스에서의 적극적인 ICT 기술의 도입과 더불어, 디지털 양극화를 해소하는 멘토링 등 구체적인 사회복지 영역 확대와 개발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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