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 자원봉사활동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가?

코로나19로 인하여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세계 고위급 정치포럼 <HIGH-LEVEL POLITICAL FORUM 2021>에서 세계자원봉사협회(IAVE)가 전 세계의 자원봉사 리더십 단체/기관 70여 곳을 조사하여 발표한 '팬데믹 시기에 자원봉사자들의 활동과 전망'에 따르면, 팬데믹 상황에서도 자원봉사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늘었지만, 활동의 제약 때문에 자원봉사자의 활동이 55%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이에 따라 자원봉사 단체/기관들은 온라인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20 한국의 자원봉사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원봉사활동에도 비대면화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처음으로 비대면/온라인 활동에 대한 항목을 추가하여 조사했는데, 응답자의 10.2%가 비대면 장소(집, 직장 등)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하였고, 향후 비대면/온라인 봉사활동 참여 의향이 79.7%로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시민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비대면/온라인 활동 참여에 적합한 환경 조성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고령층, 장애인 및 사회적 약자가 겪는 디지털 소외

우리나라의 '2020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4대 정보취약계층(장애인·저소득층·농어민·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72.9%로 2019년 69.9% 대비 2.8%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문별 결과를 살펴보면, 디지털정보화 접근수준은 93.7%, 디지털정보화 활용 74.8%, 디지털정보화 역량 60.3% 순이며, 계층별로는 고령층 디지털정보화 수준이 68.6%로 가장 낮으며, 저소득층(95.1%)이 가장 높고, 장애인 (81.3%), 농어민(77.3%) 순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정보화 수준이 낮게 잡힌 고령층과 장애인의 '온라인 사회참여 활동비율'만 살펴보면, 각각 51.1%, 50.4%로 일반 국민(45.5.%)보다 높게 나타나, 일상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공감도도 높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참여 욕구와 실천도 많이 하고 있다. 사회참여 내용으로는 고령층의 경우 ①사회적 관심사의견 표명(28.4%), ②정부/지자체/공공기관에정책 및 의견 제시(17.0%), ③온라인 투표, 여론조사,서명 등(16.8%), ④기부나 봉사활동(12.8%) 순으로나타났고, 장애인의 경우 ①사회적 관심사 의견표명(42.7%), ②정부/지자체/공공기관에 정책 및의견 제시(31.9%), ③온라인 투표, 여론조사, 서명등(33.4%), ④기부나 봉사활동(23.3%) 순으로나타났다.

2030년까지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실행에 있어서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No one leave behind)'가 중요한 모토가 되고 있다. 이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한 사람도 빠뜨리지 않고 돕는 것과 함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자원봉사에 참여하고자 원하는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고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현실 세계에서 이주, 장애, 연령, 사회경제적 차이, 성적 지향 등으로 겪는 차별과 불평등은 디지털 세계에서도 비슷한 양상이고, 더 나아가 고령층 전반이 영향을 받고 있다. 정보와 소통에서의 소외는 정부와 단체/기관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소외계층을 돕는 일을 어렵게 만든다. 디지털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부와 기업 차원의 노력이 있으나, 정부는 다양한 요구를 섬세하게 담지 못하고 기업의 경우 상업적 목적이 앞서는 문제가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사회복지 영역에서 디지털격차를 잘 살펴서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을 고안하고, 실천하고, 모델링을 하면서 격차를 줄이는 정책으로까지 제안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디지털격차를 개선할 수 있는 사례에는 무엇이 있을까?

자원봉사에서의 디지털격차는 필자의 편의상 1)자원봉사와 시민참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부딪히게 되는 장애물을 제거해주어 원하는 사람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노력, 2)소외되고 있는 시민들에 대해 자원봉사로 격차를 줄여주고자 하는 노력, 3)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디지털 기술을 통해 자원봉사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돕는 노력으로 나누어보고, 국내외 사례를 통해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1. 자원봉사·시민참여를 개선한 사례

자원봉사자들이 전통적인 활동에 익숙해 있는 상황에서 누구나 온라인 활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온라인으로 쉽게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때로는 기금 모금 캠페인, 사회 이슈에 대한 서명, 국민청원 등 온라인상의 시민참여가 피상적인 자원봉사 형태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참여는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 아이들의 학습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적 지원, 세월호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 등 사회참사 재발 방지와 기후변화 대응과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정책과 관행의 변화 등 여러 사회문제에 대해 시민들의 의식을 깨우고 연대하게 하여 높은 수준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적극적 시민권을 행사하는 데에도 디지털 기술은 새로운 형태의 참여를 열고 있다. 특정 이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모으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정치, 사회적 및 기후 위기 등 당면 문제에 대한 논평의 가능성도 열고 있다. 이를 통해 개인적인 의견이 여론 형성으로 연결되고 정책 변화까지 만들어 내는 새로운 영향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사회적협동조합(빠띠), 여러 시민단체들, NPO지원센터 등이 이를 위한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독일 인터넷 플랫폼 <정부에게 물어보세요 (FragDenStaat.de "Ask the State")>는 시민들이 디지털 기술, 소셜 미디어와 유머를 사용하여 손쉽게 행정문서를 요청할 수 있도록 도와 시민들이 권리를 행사하는 방식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FragDenStaat는 시민과 정부 당국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하며, 정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 당국의 늦장 대응에 도전하는 활동을 한다. 시민(단체)들은 FragDenStaat 웹 사이트의 미리 작성된 편지 양식을 활용하여 지자체와 회사 간의 계약서 요구, 투명한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문서 공개 요구, 해당 지자체의 공공건물에 에너지 인증서 요구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정보 요청을 한다. FragDenStaat 플랫폼은 어떤 부처가

정보 요청에 가장 빠르게 응답하는지 경쟁을 붙여서, 기존에 몇 주가 걸리던 응답이 하루 만에 이뤄지도록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기도 했다. 우승한 부처에는 축구 스타가 승리를 축하하는 골세레머니 영상을 선물로 보내기도 한다.

올해 8월, 설립 10년이 된 FragDenStaat는 그동안 10만명 이상의 문의자로부터 거의 20만건의 정보공개 요청 문의가 필요로 하는 개인과 기관으로 전송되었다고 한다. 이는 유머도 있고, 게임처럼 경쟁도 하면서 재미있게 시민참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편리한 공익 디지털 플랫폼으로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자원봉사 참여를 촉진시킨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디지털 인프라와 크라우드소싱 및 집단행동의 강점을 혁신적으로 사용한 이 창의적인 시도는 시민이 정보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고, 적극적인 시민권과 자원봉사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얻고, 정부가 책임 있는 정책을 수립, 집행할 수 있도록 하여, 시민과 독일정부 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한다.

2. 디지털 격차를 개선하기 위한 온라인 멘토링 사례

코로나19로 인해 초중고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디지털 환경에 따른 교육격차가 세계적으로 큰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온라인 멘토링에 많은 봉사자들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동행프로젝트'는 형편상 학원도 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온라인으로 생활 습관 형성을 돕는 돌봄 봉사, 자기주도학습 멘토링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트리니다드토바고 자원봉사센터에서는 학습 지원이 필요한 청소년들과 매칭하여 1:1 맞춤형 교육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 개별 태블릿 PC를 제공하여 개인별 수준에 맞춰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교육과정은 평가를 통해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반면 영국에서는 봉사자 2인이 한 학생을 멘토링하도록 하여 혹시나 있을 사이버 안전문제에 대비하고, 한 명의 봉사자가 참여를 못하게 되면 다음 봉사자를 선정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반드시 2명이 한 조로 활동하도록 하고 있다.

3. 인공지능(AI)로봇으로 원활한 자원봉사활동을 돕는 사례

로봇 기술의 발전은 이미 자원봉사 부문에서도 활용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멕시코의 적십자 구조대는 로봇뱀을 사용하여 잔해 속에 묻혀있는 지진 피해자를 찾아낸 사례가 있고, 이런 사례는 계속 증가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AI는 기존의 자원봉사활동을 대체할 수도 있는데, 어린이나 노인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고, 무인 자동차는 시각 장애인의 이동을 돕는 자원봉사자를 대체할 수 있다. 필요한 시기에 개별화된 맞춤 교육을 하고, 자원봉사자가 필요한 고유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여 자원봉사자의 활동 수준을 높일 수도 있다.

PARO는 인공지능(AI)으로 구동되는 대화형 로봇으로 2003년부터 일본과 유럽, 2008년부터는 북미에서 간병인을 지원해 오고 있다. PARO 로봇에는 촉각, 빛, 청각, 온도, 자세와 같은 다양한 센서가 있어 이름, 인사, 칭찬 등 사람과 환경, 음성의 방향과 단어를 인식 할 수 있다. 요양원에서 PARO는 치매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방황, 외로움을 줄이고 우울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자원봉사자(또는 직원)가 환자들에 대한 정서적 지원을 충분히 제공할 수 없을 때 환자를 진정시켜 자원봉사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해주고, 자원봉사자들이 없을 때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앞으로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위의 사례에서처럼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자원봉사와 시민참여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고, 자원봉사단체들의 봉사 관련 업무 프로세스에도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이 비영리 부문에 적용될 수 있도록 시민들 스스로의 자구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정부와 기업의 관심과 투자를 적극 이끌어내는 노력도 필요하다. 세계의 자원봉사 리더들은 향후 자원봉사는 이주민, 성소수자와 장애인들을 차별 없이 포용하고, 기술과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온라인 방식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젊은 층이 고령층에 스마트폰 활용 교육을 해왔던 것처럼, 이제 비대면 사회에 맞춰 디지털 소외계층의 디지털격차를 줄이기 위한 봉사활동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 아울러 현재 자원봉사단체, 자원봉사센터, 사회복지협의회와 사회복지기관 등에서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사례를

한데 모을 수 있는 지식 플랫폼도 필요할 것이다. 자원봉사자들과 도움수요자를 위해 필요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자원봉사 프로그램과 운영방식을 재조직화/재구조화하며, 이를 위한 기술적인 도구도 갖추게 된다면 코로나19로 인해 빨리 다가온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참고문헌

세계자원봉사협회(IAVE)온라인포럼 <디지털세계에서의 자원봉사 2020>

https://www.youtube.com/watch?v=3u1aw0lR1PM

세계 고위급 정치포럼 <HIGH-LEVEL POLITICAL FORUM 2021>

https://youtu.be/AHN_SKgVTZ4

이원규, 정희선 외, <2020 자원봉사활동 실태조사>

행정안전부, 한국자원봉사문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2020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서울동행프로젝트, https://www.donghaeng.seoul.kr

FragDenStaat.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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