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현 대한민국교육봉사단 공동대표

박경현 대한민국교육봉사단 공동대표
박경현 대한민국교육봉사단 공동대표

대표님은 교사 출신으로 학교사회복지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하신 걸로 아는데요. '대한민국교육봉사단'은 어떤 단체인지 소개해주세요.

'청년들의 건강한 사회참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함께 잘 사는 사회를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에 대한 고민들을 하던 여러 기독교 단체들이 뜻을 모아서 2009년에 대한민국교육봉사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TFA(Teach For America)라는 교육봉사단체가 이슈화 되면서 우리도 교육봉사를 하자는 움직임이 더 커졌고, 그래서 ‘동행, 나눔, 변화’라는 핵심가치를 가지고 시작하게 되었죠. 기독교의 정신으로 훈련된 대학생 봉사자들이 멘토 봉사자가 되어 교육 불평등으로 소외되고 방향성을 잃은 청소년과 동행하면서 우리가 가진 시간과 재능을 나누고 이를 통해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자는 비전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 ‘씨드 스쿨’은 청소년이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멘토링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아동, 청소년이 멘티다 보니 학습을 매개로한 멘토링이 많습니다. 하지만 원래 멘토링의 의미는 멘티보다 지식, 경험이 많은 사람이 오랜 기간 멘티를 지지하고 성장하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학습에 국한되지 않고, 멘티가 성인으로 성장하는 데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죠.

멘토는 아이들에게 키다리 아저씨 같은 사람, 큰 바위 얼굴 같은 사람이 되어주는 것으로 저희 멘토링 프로그램 '씨드 스쿨'의 방향성이기도 합니다. 개개인이 자기 안에 있는 힘과 재능을 발견하고, 자존감을 회복하고, 미래에 대한 진로 계획을 세우고 나아갈 수 있게 돕는 청소년 정서·진로개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죠. 관계 형성, 자기 발견, 강점 발견, 가치관 발견, 비전 수립 등의 목표와 내용으로 멘토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전과 후 멘토링 활동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오프라인 대면 활동이 불가능해지면서 스태프와 자문위원들이 재빠르게 현황을 분석하고 목표달성을 위한 기대 수준을 조정, 커리큘럼을 재구성했습니다. 온라인 의사소통 시 유의할 점, 화면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유용한 활동 교구 개발, 멘토의 활동 팁과 유의사항들을 넣어서 활동 매뉴얼북도 새로 제작하고 예상되는 장애요인들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했습니다.

처음엔 모두가 어색한 세팅에 긴장하고, 잘 할 수 있을지 불안했습니다. 학교 현장 리더인 M들에게 강력한 사전 교육을 제공하고, 멘토봉사자인 T들에게 과거 1박 2일이나 2박 3일로 하던 오프라인 집합교육을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하여 제공했습니다. 많은 설명과 예시자료를 동영상으로 제작해서 업로드하고 피드백을 수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온라인 씨드스쿨이 출범했는데 다행히 우려와 달리 젊은 세대인 멘토 봉사자들과 멘티인 중학생들은 이러한 변화에 잘 적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프로그램 종결 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중학생 멘티나 학교의 교사들, 멘토 봉사자 등 모든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점은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강원도나 경상도와 같은 중학교에서도 씨드스쿨을 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전국에서 훌륭한 대학생들이 멘토로 참여할 수 있었던 점입니다. 가장 큰 불편함은 직접 대면해서 활동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취약한 가정환경에 있는 청소년일수록 이런 상황에서 건강한 성장 발달의 기회가 제한되기 때문에 잠시라도 소통의 끈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상황이 달라지기를 기다리기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수정 및 보완해 나간다면 새로운 경지를 개척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멘토와 멘티들은 비대면 멘토링 프로그램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나요?

우선은 저희가 '씨드 스쿨'을 할 중학교와 협약을 맺습니다. 그리고 그 학교의 학생들에게 직접 홍보를 하며 참여를 권합니다. 학교의 선생님들도 학생들에게 저희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소개도 하면서 함께 활동하게 됩니다. 기존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던 멘토의 모집, 선발, 교육 역시 전면적으로 온라인으로 전환했습니다. 멘토는 저희 단체에서 모집 공지를 하는데, 신청하면 서류면접과 전화면접 등을 거쳐 선발하고 교육과 훈련을 통해 멘토로 거듭나게 됩니다. 대한민국교육봉사단의 뜻에 동의하고 의지가 있는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멘토가 될 수 있습니다.

멘티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멘토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훌륭한 멘토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 같은 것이 있을까요?

멘토링의 성패는 멘토의 자질에 달려있다는 말이 있는데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물론 멘토의 역할이 중요하긴 한데, 100% 완벽한 사람만을 멘토로 뽑을 수는 없겠죠. 성공률을 높이고 실패율을 낮추려면, 멘토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저희가 상세하고 친절한 매뉴얼을 주고 훈련시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틀과 몇 단계의 지원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멘토로 활동해 본 사람들 중 리더십이 있는 사람, 더 헌신하고 싶은 사람을 선발해서 '마에스트로'로서 훈련시키고 책임과 권한을 부여합니다. 협약을 맺은 각 학교별로 마에스트로가 멘토와 멘티를 아우르는 리더 역할을 하고, 본부에서 현장을 모니터링하면서 프로그램이나 매뉴얼을 수정보완하며, 비전을 제공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멘티는 물론 멘토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줍니다.

온라인 멘토링이 활성화되려면 우선적으로 온라인 환경 구축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온라인 멘토링의 활성화라고 하면 먼저 컴퓨터나 장비 등 디지털 접근성을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고 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온라인 환경은 어느 정도 구축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여건 속에서 저희도 온라인 멘토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저희는 휴대폰 거치대, 이어폰 등이 포함된 교구 KIT를 제공했는데요. 비대면 멘토링에서 오히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인간적인 측면입니다. 각 학생이 갖고 있는 개인의 내적인 상태, 가정환경, 접속 환경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같은 방을 쓰는 가족이 있다거나 해서, 멘티들이 자기만의 공간에서 몇 시간씩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일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을 멘토에게 미리 알려주고, 그런 상황에서 당황하거나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죠. 멘티를 이해하고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고 도와줘야 멘티가 즐겁고 편한 기분으로 참여할까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함께 해결해나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말씀을 들으니, 비대면 멘토링에서는 오히려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할 것들이 많겠네요. 특히신뢰감을 쌓는 과정, 라포 형성에 있어서도 오프라인에 비해 어려움이 더 클 것 같습니다.

오프라인으로 할 때도 의사소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얼굴을 직접 보니까 답답함이 덜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그럴 수 없으니까, 답답함을 더 느끼게 됩니다. 작은 화면을 보면서 관계를 맺는 것의 한계, 답답함, 어려움이 큽니다. 온라인에 자신의 모습이나 배경이 노출되는 것에 불편함을 느껴서 카메라 화면을 아예 켜지 않는 멘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멘토가 솔직하고 겸손하게 물어보고, 멘토의 느낌을 이야기하죠.

"화면을 안 켜서 너의 표정을 볼 수 없으니까 소통이 잘 되는지 모르겠다. 얼굴을 보면서 말하고 싶은데, 혹시 뒤에, 방 모습이 나오는 게 꺼려지니? 그럴 때는 따로 배경화면을 쓸 수 있어. 얼굴이 다 나오는 게 싫으면 줌에 선글라스를 쓰는 기능이 있으니까, 그걸 사용해볼래?" 이렇게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마음을 열게 하고 있습니다. 두려운 마음이 있는데, 강요해서는 안 되고, 그 상황에서 자기 힘을 확인하고 스스로 내딛고 나갈 수 있게 해주는 게 멘토의 역할이 되어야 하겠죠.

코로나19 시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의 청소년들에게 의지가 되고 격려가 되는 멘토링 활동인 것 같습니다. 비대면 멘토링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정부나 기업의 지원도 더 필요하겠죠.

저희가 열심히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어려움은 재정입니다. 제안을 하고 예산을 받아서 활동을 해야 하는 만큼 많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공익을 위한 민간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 보니, 안정적으로 활동 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법령, 재원 조달 방법, 회계 방식 등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또 정부나 기업들과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더 발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 멘토링으로 회복탄력성이 높은, 미래 세대를 책임질 청소년을 키워낼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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