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우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책임연구원
이선우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책임연구원

2019년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발생한 이래 우리는 아직도 코로나19와 장기전을 펼치고 있다. 하버드세계보건연구소(Harvard Global Health Institute, 2020)에 따르면 전 세계 전염병 발생빈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그 파급력도 커지는 추세이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친 사례를 꼽아 봐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이 쉽게 떠오른다. 특히, 이번 코로나19는 알파형(영국), 베타형(남아프리카공화국), 감마형(브라질), 델타형(인도) 등 많은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여 감염 확산이 그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접촉 포비아'와 이에 따른 디지털 전환 가속화도 일시적 현상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한국전자통신연구원, 2020). 이에 따라 다가올 시대를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로 '위드(with) 코로나 시대' 또는 '코로나 뉴노멀(new normal)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스크 착용은 어느새 몸에 습관이 되었고 사회적 거리 두기는 당연한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듣고, 직장인들도 재택근무와 화상회의가 익숙하다. 많은 사람들이 직접 식당에 가기보다 휴대전화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직접 물건을 사는 것보다 온라인 쇼핑을 선호한다. 최신 영화는 인터넷으로 볼 수 있고, 유명 아티스트의 전시회나 공연도 온라인 플랫폼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접촉·비대면 기조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확산시키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사회전반에 걸친 디지털 기술의 적용 및 융합과 그에 따른 사회 구조의 혁신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Negreiro & Madiega, 2019).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로봇공학(robotics)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을 통해 구현되는 디지털 전환은 사회복지서비스에 있어서도 창조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선 사회복지현장의 대면서비스가 대부분 중단되거나 축소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온라인 서비스가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AI를 탑재한 돌봄로봇이나 IoT 기반 돌봄기기(배설보조기기, 식사보조기기, 이동보조기기)가 개발·보급되는 등 돌봄서비스 영역에서 디지털 전환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에서 첨단 ICT 활용은 긍정적인 측면이 많고 발전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복지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이 수요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주된 서비스 대상자인 사회적 취약계층의 여건과 편의를 고려하여 추진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2020)의 「2020 디지털정보격차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국민의 72.7%로 나타났으며, 특히 고령층(68.6%)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이 일반국민 대비 현저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참조). 취약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을 측정항목 별로 살펴보면 디지털정보화 역량수준(60.3%)과 디지털정보화 활용수준(74.8%)에 있어 일반국민과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그림 1 참조).

상대적으로 낮은 취약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코로나19와 관련된 다양한 인터넷/모바일 서비스 이용수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그림2 참조). 코로나19 관련 인터넷/모바일 신청서비스, 정보서비스, 배달서비스, 구독서비스의 이용률이 모두 일반국민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았다. 이러한 양상은 취약계층이 겪는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 문제가 사회적 배제로 연결되고 결국에는 더욱 커다란 사회적 격차(social divide)를 발생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적 양극화와 디지털 양극화 간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그림1 . 디지털정보격차 및 취약계층 디지털정보화 수준(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2020). 2020 디지털정보격차실태조사.)
그림1 . 디지털정보격차 및 취약계층 디지털정보화 수준(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2020). 2020 디지털정보격차실태조사.)
그림2. 코로나19 관련 인터넷/모바일 서비스 이용경험(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2020). 2020 디지털정보격차실태조사.)
그림2. 코로나19 관련 인터넷/모바일 서비스 이용경험(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2020). 2020 디지털정보격차실태조사.)

사회복지기관 간 디지털 격차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다른 분야에 비해 전반적으로 사회복지기관의 디지털 역량이 부족한 편이라는 점에서 기관 간 디지털 격차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황성철 외, 2020). 특히 농어촌 지역과 낙후지역의 시설은 제한된 디지털 인프라, 물적·인적 자원의 부족, ICT 활용 지식 부재 등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입장에서도 첨단 ICT를 사용하거나 스마트 기기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업무 부담을 느끼고 스트레스가 증가할 수 있다(남희은 외, 2021; 최병근, 2021). 이러한 문제 역시 예산부족과 인력부족, 인력충원의 어려움을 동시에 겪고 있는 농어촌 지역 영세시설을 중심으로 발생하기 쉽다. 결국 기관 간 디지털 격차가 지역 간 디지털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시행중인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2019~2023)」은 인구고령화에 따른 돌봄 욕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적 서비스 이용체계 구축: 지역사회 통합 돌봄 서비스"를 사회보장정책의 추진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보건복지부, 2019).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 개념을 적용하여 지금까지 공급자 관점에서 분절적으로 제공되어 온 사회보장 이용체계를 수요자 욕구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문제와 욕구를 종합적으로 사정(査定)할 수 있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서비스 자원을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원활한 정보 접근 및 소통, 의사결정과정에의 참여가 가능해야 하는데 앞서 설명한 디지털 격차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지역사회 통합 돌봄 계획은 달성되기 어렵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2.0 추진계획」에서는 디지털 격차 해소에 관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의 성과를 제시하였는데, 2020년 7월부터 1년 동안 농어촌 마을 574곳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하였으며 공공장소 1만5천 여 곳에 무료 와이파이를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관계부처합동, 2020; 2021). 또한 전국 17개 시·도에 디지털 배움터 1000여 개소를 설치하여 전 국민 대상 무료 디지털 역량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관계부처합동, 2020; 2021). 괄목할 만한 성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내용에서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 디지털 취약계층보다는 디지털 인프라가 중점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첨단 ICT가 발달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서도 사회복지의 본질은 변함없이 '인간중심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서비스에 최첨단 기술이 활용되었는지 여부가 아니라, 서비스 대상자가 이용하기 편리하였는지, 서비스 내용과 결과에 대해 만족하였는지, 그리고 종사자 입장에서 서비스를 잘 전달할 수 있었는지가 훨씬 중요한 문제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16년 일본 정부가 제시한 Society 5.0은 다른 국가들의 4차 산업혁명 관련 성장전략과 달리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사회문제의 해결을 핵심목표로 설정하고 인간중심의 초(超)스마트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방안을 포함하여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우리 정부의 ‘뉴딜 2.0’에서는 '휴먼 뉴딜' 영역이 새롭게 추가되었고 디지털 격차와 관련된 정책도 ‘휴먼 뉴딜’에 포함되었다. 디지털 취약계층 욕구에 기반하고 현장 종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진정한 사람중심 뉴딜이 달성되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Harvard Global Health Institute. (2020). Pandemic Preparedness & Global Health Security. Retrieved from https://globalhealth.harvard.edu/pandemics-and-health-security

Negreiro, M., & Madiega, T. (2019). Digital transformation. European Parliamentary Research Service.

관계부처합동. (2020).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관계부처합동. (2021). 한국판 뉴딜 2.0.

남희은, 임유진, 백정원, 김남숙, 윤영지. (2021). 장애인복지기관 종사자의 4차산업혁명 최신기술 관심도가 최신기술 활용 저항도와 불안도에 미치는 영향 : 최신기술 수용도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한국산학기술학회 논문지, 22(5), 188-198.

최병근. (2021).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사회복지시설의 향후 과제. 이슈와 논점, 1818, 1-4.

한국전자통신연구원. (2020). 코로나 이후 글로벌 트렌드 : 완전한 디지털 사회. https://ksp.etri.re.kr/ksp/plan-report/read.htm?id=817&dataDivCd=01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2020). 2020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https://www.nia.or.kr/site/nia_kor/ex/bbs/List.do?cbIdx=81623

황성철, 정무성, 강철희, 최재성. (2020). 사회복지행정론 (제4판). 정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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