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원 사회복지사
박희원 사회복지사

어렸을 적, 만화에 나오는 파워레인저를 꿈꿨던 적이 있었다. 파워레인저는 악당을 물리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베풀며, 늘 정의로니까. 내가 생각하는 사회복지사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또 다른 파워레인저였다.

2019년 5월, 나는 또 다른 파워레인저를 꿈꾸며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에 입사했다. 복지관 안에는 뇌성마비인의 행복한 삶을 동행하기 위한 사회복지사, 치료사 등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그중 나의 업무는 홍보 담당이었다. 사회복지 홍보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대학교 시절 사회복지학과 수업을 들으면서 사회복지의 역사, 사회복지사의 역할과 자세, 사회복지 관련 법과 기술을 배웠지만 사회복지 홍보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복지관의 홍보담당자 역할이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복지관 이용 고객이 쉽고 편리하게 복지관 소식과 복지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복지관 이용 고객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뇌성마비장애 또는 복지관의 존재를 알려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사회복지사이자 홍보담당자로서 복지관의 홈페이지와 SNS 등의 홍보채널을 관리하고, 홍보지와 소식지 같은 출판물을 제작하기도 하며, 뇌성마비장애 관련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는데 그 첫 발걸음을 내디디며 겪는 여러 어려움과 앞으로 내디뎌야 할 발걸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신발 끈 풀린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곳’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었다. 마음은 늘 가까이 있어도 몸은 떨어져 있어야 했고, 얼굴을 보며 안부 인사를 건네던 모습은 전화나 문자 등으로 바뀌었다. 복지관의 모습이나 업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늘 사람들이 모여 시끌벅적한 만남의 장소였던 복지관은 코로나19 전환 운영으로 말소리 대신 사회적 거리두기로 마음을 전했다. 이전에는 고민하지 않아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복지관에서 이용 고객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어떠한 모습을 담아야 할지, 어떤 콘텐츠를 제작해야 할지 막막했었다.

나의 관점에서 콘텐츠를 제작하자니, 내가 이용고객 당사자가 아니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잘 몰라 사람들에게 어떠한 마음의 움직임도 줄 수 없다는 점이 고민이었다. 또 유대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이용 고객에게 연락해 이야기를 하자니 조금은 어려웠다. 그래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복지관에서의 하루’라는 주제로 독자투고 공모전을 기획했는데 그중 나의 생각을 바꾼 글이 있었다.

“나는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을 ‘신발 끈 풀린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복지관 밖에서의 나는 종종 사람들의 시선을 느낀다. 보통 사람들의 시선으로는 내 모습이 마치 어쩌다 가끔 풀리는 신발 끈처럼 불편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작 나는 24시간 내내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내 불편함에 대해 마음을 쓰지 않는다.”

-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 독자투고 공모전 당선작 중 일부 발췌

박희원 사회복지사는 “사람 중심의 이야기를 담는 사회복지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희원 사회복지사는 “사람 중심의 이야기를 담는 사회복지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용자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이야기에 귀 기울일 것

그동안 복지관, 사회복지사를 파워레인저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기관, 그리고 사람이라고만 생각해왔던 지난날을 반성한다. 사회복지사라는 역할을 잊은 채 홍보담당자로 일하면서 사진 한 장과 무미건조한 육하원칙의 짤막한 글을 콘텐츠라고 만들며 배포했던 날들을 되돌아본다.

징검다리는 개울을 건너기 위해 드문드문 돌을 놓아 만든 다리이다. 작은 개울을 건널 때면 어떤 사람은 별 어려움 없이 건널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징검다리마저 소중할 수 있다. 물론, 한강에 놓인 커다란 다리처럼 웅장하진 않을지 몰라도 징검다리를 이용하는 분들의 보폭에 맞게 놓아진 돌처럼 이용 고객과 함께 울고 웃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 중심의 이야기를 담는 사회복지사로 나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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