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모 안동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
성은모 안동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양산했으며,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국가 및 사회 차원의 노력 중의 하나가 ‘멘토링 활성화 정책’이었다. 코로나19로 새로운 사회환경의 변화를 맞이한 시점에서 멘토링 정책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멘토링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친구 멘토르(Mentor)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출정 후 20년 뒤 귀향했을 때, 어린 아들 텔레마쿠스를 돕는 경험 많고 나이 많은 멘토르(Mentor)의 모습에서 ‘현명하고 성실한 조언자’ 또는 ‘스승’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멘토(Mentor)’의 개념이 나왔으며, 이를 하나의 교육시스템으로 창안한 것이 ‘멘토링(Mentoring)’이라 할 수 있다.

공공의 목적으로 등장한 ‘멘토링 활성화 정책’

멘토링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우리의 삶 속에서 개인과 가정, 그리고 조직 및 기관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 왔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공익적 목적을 위해 멘토링에 체계적으로 접근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근래의 일이다. 당시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는 우리나라의 경제적 구조를 심각한 불균형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사회·경제적으로 위기를 맞이하면서 중산층이 몰락하고 저소득층화와 취약계층의 고착화 현상이 심화되었고, 고용불안과 소득분배의 불균형, 세대 간의 갈등과 국민통합 저해 현상은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양산하게 됐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 경제적 비용은 그만큼 증가하게 됐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국가 및 사회 차원의 노력 중의 하나가 ‘멘토링 활성화 정책’이었다. 저소득·취약계층이 사회의 주류 집단 관계망으로 진입하는 데 있어 걸림돌은 경제적 또는 물질적 부족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걸림돌은 개인 역량의 약화와 사회적 관계망 및 사회적 지지체계의 단절에 있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공공의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멘토링은 저소득·취약계층이 주류계층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의 개인 역량을 함양시켜 자립이나 자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안정된 성장과 발달을 도모하고, 다양한 사회적 정보와 조언, 안내 및 지도와 같은 사회화 기회를 제공해 사회적 관계망과 지지체계를 견고하게 함으로써 성공적인 사회 구성원으로서 거듭나게 하는 정책인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보건복지부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위탁해 2011년부터 ‘멘토링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2021년 6월 기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멘토링 협력기관은 1348개로 매년 100개 이상의 기관이 협력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는 추세를 보면, 멘토링의 사회적 요구와 효과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멘토링 활성화를 위한 개념 및 운영 방식의 재정립

그렇다면 국가 차원에서 멘토링 정책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 고민해 봐야 할 내용이 무엇일까? 멘토링에 있어 다음 두 가지에 대한 재정립이 요구된다. 하나는, 복지영역에서 멘토링의 개념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멘토링이 사회의 공공적 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복지영역에서 많은 자원봉사자가 재능 나눔 봉사활동 중의 하나로 멘토링을 실행하고 있으며 사회복지 기관에서도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멘토링은 봉사활동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멘토링은 반드시 봉사활동으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무료 멘토링도 가능하지만 금전적 지원을 받는 유료 멘토링도 필요에 따라서 얼마든지 가능하다. 공공의 목적을 위해 무료봉사로써 멘토링을 통해 재능기부 등의 다양한 활동도 가능하지만, 모든 멘토링을 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봉사로 멘토링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필요에 따라서 무료봉사가 아니더라도 재능 있는 인재를 모셔와 멘티들에게 멘토링을 제공하여 공공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이것 또한 멘토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멘토링의 제공이 중요하지, 이것이 봉사영역에서 무료로 이루어지는가 아닌가에 대한 논란은 사실상 불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다른 하나는, 멘토링의 운영 형태에 대해서 보다 명확한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멘토링이 사회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확대되어 실행되면서 멘토링 운영 형태의 개념이 불명확해지고 있다. 즉, 멘토링과 멘토링이 아닌 활동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점이다.

멘토링과 유사하게 멘토(경험과 지식이 많은 사람)와 멘티(경험과 지식이 적은 사람)의 관계로 이루어지는 상담, 코칭, 교육, 봉사 등이 그 예이다. 단편적으로 대학생(멘토)과 초·중·고등학생(멘티) 간 이루어지는 학습지원 활동의 경우, 멘토링이라면 멘티가 학습을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심리적·사회적·경험적 지식을 지원하는 과정과 활동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들어가 보면 개별 또는 집단 과외 또는 교육을 제공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라면 이것을 멘토링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유형을 멘토링으로 볼 수 있는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멘토링이란 무엇이며, 멘토링을 제공한다는 것은 어떠한 내용과 활동을 제공해야 하는 것인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멘토링 운영의 내용과 방식에 대한 역할 재정립이 요구된다 하겠다.

코로나19 환경에 맞춤형으로 진화해야 하는 멘토링 정책과 프로그램

다음으로 멘토링 정책이 지속적으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적응형 멘토링 활성화 정책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2020년 2월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새로운 사회적 환경의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코로나19는 사회, 경제, 문화, 그리고 교육 등 사회 전 분야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이전의 멘토링은 면대면 상황에서 멘토와 멘티가 서로 얼굴을 보면서 정서를 교감하고, 서로의 대화와 활동에 반응하면서 이루어진 것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멘토링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방식의 변화를 겪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면대면 방식으로 이루어졌던 멘토링이 비대면 방식의 멘토링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코로나19가 종식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도 언제나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멘토링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비대면 방식의 멘토링 활성화 정책을 다시 한번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은 저소득·취약계층에게 더욱더 큰 상황의 아픔으로 다가오고, 비대면 멘토링의 기회도 더 적어질 수 있는 위기감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비대면 멘토링이 위험하고 어려운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코로나19의 확산세 속에서 비대면 멘토링은 지역사회에 대한 멘토들의 다양한 재능기부 및 지식 나눔 활동에 대한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회적 활동이 비대면으로 전면 전환되면서 물리적 제약이 있던 사회 구성원들에게 시간적 여유와 공간의 접근성이 확장되면서 오히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비대면 상황에서의 멘토링이 보다 활성화됐다. 사회 구성원들이 비대면 상황에 익숙해지면서 비대면 상황에서 멘토와 멘티의 관계를 맺고, 학교, 기업, 그리고 다양한 기관에서 경험한 비대면 상황에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멘토와 멘티가 즉각적으로 소통하고, 1대1 또는 1대다의 방식으로 실시간으로 대화하면서 멘토링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비대면 멘토링의 가장 큰 장점으로 지역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멘토링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도서벽지 지역의 멘티는 도시지역의 멘티보다 다양한 멘토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비대면 멘토링으로 전환되면서 다양한 지역의 멘토와 멘티가 쉽게 참여하여 관계를 맺어 멘토링을 제공함으로써 수도권 중심의 멘토링 불균형 해소에도 기여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대면 멘토링을 보다 활성화하고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노력도 요구된다. 비대면 멘토링을 운영하는 데 있어 멘토가 직면하는 어려움은 분위기가 딱딱해지고 보다 더 긴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화면상으로 모든 대화가 이루어지다 보니 의사전달이 어렵고 서로의 대화에 대한 리액션이 이루어지지 않아 ‘흥’이 덜 난다거나, 대화의 거리감이 발생해 멘토와 멘티의 감정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여 공감이 다소 늦게 일어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는 우선 멘토가 멘티의 이름과 기초정보를 사전에 숙지하거나 모니터 옆에 붙여두고 멘토링을 진행하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멘토와 멘티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멘토와 멘티 간의 온라인에서의 실재감을 형성할 기회가 필요하게 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전략 중의 하나가 친근하게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다.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기 때문에 감정 및 의사소통에 있어 매우 호의적이게 되고 멘토링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게 된다.

또한 면대면 방식과 다르게 사전에 질문을 받는다든지 멘토링을 하기 전에 멘토링 회기 주제와 관련된 질문을 다양한 테크놀로지(구글 잼보드, 구글 독스, 멘티미터, 슬라이도 등)나 온라인 플랫폼에 제공되어 있는 채팅창, 또는 카카오톡 등을 활용하여 사전에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로 질문하고 대화하는 방식으로 이끈다면 비대면 멘토링이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비대면 멘토링을 활성화하기 위해 ‘온라인 멘토링 플랫폼’을 개발하여 활용하는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 멘토링 플랫폼이라 하면 온라인 공간에서 멘토와 멘티, 멘토와 멘토, 또는 멘티와 멘티뿐만 아니라 기관과 기관이 연결되어 그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멘토링의 가치와 정보, 콘텐츠와 자료, 그리고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이해될 수 있다.

멘토링이 향후 비대면으로 지속적으로 전개될 경우, 또는 면대면으로의 멘토링이 제공되더라도 온라인 멘토링 플랫폼은 비대면뿐만 아니라 면대면에서의 멘토링을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며, 매력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멘토링 활동에 특화된 온라인 멘토링 플랫폼을 개발하여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멘토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 최근 테크놀로지를 적용하여 온라인 멘토링 플랫폼 안에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멘토링이 이루어지는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것이다. 메타버스라는 가상의 현실 세계에서 멘토와 멘티가 자유롭게 대화하고 오프라인에서 할 수 없는 다양 방식의 멘토링 활동을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기술이 고도화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지만, 시대가 변화하고 있고 기술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멘토와 멘티의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멘토링도 변화하여 새로운 방식으로의 멘토링 정책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

향후 멘토링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멘토링의 기본적 개념과 운영 및 역할에 대한 방향성을 재정립하고, 나아가 국가 및 사회 차원에서 공공의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멘토링 정책이 사회적 환경의 변화와 세대의 변화에 맞추어 적응해 나간다면 우리나라 사회의 구조체계를 더욱 견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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