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로 전면 시행…사회복지 현장에서는?

공태영 경기도장애인법정시설협회 정책실장
공태영 경기도장애인법정시설협회 정책실장

코로나19로 1년 반 이상을 힘겹게 버텨내고 있는 가운데 사회복지 서비스 현장에서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의 개정된 기준선이 적용되는 지금, 잠시나마 현장에서 체감하는 고민의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의 사회복지현장 적용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보니 사회복지종사자 처우개선이라는 문제를 근로기준법 하나로 다루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다만 개정된 법률이 적용되는 시점의 서비스 현장 변화 모습을 살펴보기 위한 시도는 의미가 있을 듯하다.

2017년 9월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있었던 현 정부의 사회복지종사자 근로환경 개선을 중심으로 열린 토론회(문재인 정부 좋은 일자리 만들기 대토론회에서는 놀람의 환호와 함께 아쉬움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특히 플로어에서 나온 한 아동복지시설 종사자의 서비스 현장의 상황 외침은 토론회가 끝난 후에도 그 자리를 함께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간 묶여있던 특례업종 제외가 이야기되는 순간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서비스 인력 증원이었고, 이를 뒷받침해 줄 ‘비용’의 증액으로 연결되는 도식이 떠올랐다. 하지만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서비스 인력을 위한 비용의 증액은 보장하기 힘들다’는 한 토론자의 이야기에 기뻤던 마음을 자중시키는 태세 전환을 하게 됐다. 정부부처 서비스 제공 인력 관리 담당자를 통한 현실 전달은 앞으로의 사회복지현장에서 특히 서비스 제공 환경의 문제 원인과 해법의 방향성이 달라질 것임을 예고했던 것 같다.

근로기준법 개정과 함께 이를 토대로 한 서비스 인력의 근로환경 변화는 사회복지 현장에서 누구나 찬성하는 목소리다. 한 명 한 명의 사회복지종사자들의 업무 강도 요인 중 하나인 ‘시간’의 제한은 분명 복지현장 서비스 제공 인력의 숨통을 트이게 하면서 조금 더 보장된 쉼의 시간을 기대하는 장치로 작용될 것임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방법론적으로 비용 절감의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는 부분이지만, 10여 년 가까이 사회복지계에서 가장 우선시 되었던 처우개선 목소리에 반응하는 법률 개정이라는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발걸음을 뗐다는 점에서 긍정의 박수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근로기준법 근로시간 조정에 대해 각 영역별 사회복지시설과 직능별 협회는 가이드라인 준비, 배포 및 노무교육 등 자체 자정작용 노력을 하며 근무시간 정의 및 업무 흐름도 개선 결과물을 노무사 등과 같은 전문 인력과 함께 수정·보완하는 데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실행하고 있다. 법을 위반하는 논란의 중심에 서지 않겠다는 의지와 법을 기준으로 복지서비스 제공 당사자 스스로의 업무환경을 이 시기에 개선해 보이겠다는 의지가 함께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사회복지서비스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이를 시작으로 올바른 사회복지시설의 모습을 가지길 원하며 ‘사업장’으로서의 근로기준법 지킴이의 역할을 온 힘을 다해 노력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여러 가지 방법론을 가지고 법 준수를 위해 준비하겠지만, 법을 지켜내기 위한 비용 증액이 원활히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이를 원인으로 하는 새로운 문제점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중 위에서 언급한 ‘서비스 제공 환경 안에서 새로이 발생하거나 기존 대비 심화되는 문제’로 ‘낮아지는 복지서비스 질과 양의 축소’를 조심스레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겠다.

‘근로시간 준수 필수’는 1일 이용 시간이 정해져 있는 센터 형태나 복지관 같은 이용시설군보다는 24시간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활시설군에서 특히 문제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4조 3교대 방식의 서비스 제공 인력 구성을 위해 증원이 필요함에도 이를 뒷받침할 비용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 휴게시간, 대기시간 등의 구분을 현장에서 원활히 해야 하는 고민의 시간도 갖지 못한 채 지금의 인력으로 서비스를 어찌 제공할 수 있을까의 고민만 더해진 상황이다.

혹자는 대체인력 지원이 있으니 대안이 되지 않느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대체인력은 돌봄 기능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돌봄 책임성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또한 용어 그대로 기존 인력 백업 역할인 ‘대체인력’이기에 정식 인력 증원이 필요한 문제에서 이를 대안으로 보는 시각은 앞으로도 큰 어려움을 낳는다. ‘대체인력’을 ‘인력지원’제도로 바꿔 운영한다면 또 모를까 말이다.

사회복지시설은 규모에 따라 종사자 인력기준을 가지고 있다. 특히 24시간 서비스 돌봄 영역의 인력 구조는 이용자 다수 대비 1인의 돌봄인력 구조로 각 영역별 복지법에서 법적 기준을 정확히 정해놓고 있다. 최소 필요 인원으로 암묵적인 24시간 돌봄의 원칙이 그동안 적용되어 책임 보호의 장치로서 구현돼 왔다.

주말과 법정공휴일 또한 서비스 제공을 필히 해야 하는 종사자 입장에서는 근로시간의 제한을 통해 업무량 축소를 잠시나마 기대해 볼 수 있겠으나, 비용을 통한 인력충원이 없는 가운데 24시간 풀타임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서비스 환경에서는 서비스 스케줄 조정을 통해 누군가는 서비스 제공 시간의 공백이 없게 해야 하는 것이 필수이다. 결국에 종사자의 근로시간은 줄었으나 종전 시간 대비 근로 강도는 높아지는 현상이 당연히 생겨날 수밖에 없게 됐다. 쉽게 말해 3명이 제공했던 돌봄 서비스를 2명, 심하면 1명이 제공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여야만하는 구조가 자연스레 생기게 된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인력을 통한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근로기준법 준수를 중요시하기 위해 서비스 제공 인력에게 그간 요구되었던 희생의 서비스가 아닌 서비스 이용자의 선별과정을 통해 현 인력 상황에 무리 없이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조건을 수용하는 이용자만을 선택하게 되는, 즉 이용자 측에선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선택받아야 되는 기이한 현상을 낳고 있다. 불편한 사회복지현장의 현실이다. 심지어 긴급하게 보호받아야 하는 사건·사고에 놓인 대상자들을 분리해내어 특화된 서비스 시설로 급히 보호 조치하는 영역별 보호전문기관들의 현장 담당자들은 이 부분을 특히나 많이 체감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보조금, 수가 등을 통해 국가를 대신해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비영리기관의 포맷이지만 ‘사업장’으로서 고용이라는 프로세스가 존재하다 보니, 근로기준법이라는 가치는 이행주체자의 권한 설정이라는 것이 항시 사회복지종사자 처우 환경 논의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었던 단골 요소였다. 물론 결과는 ‘국가’라는 주체가 비용 부분만큼은 전적으로 해결해야 함을 모두가 토론회 마무리에서 한목소리로 외쳤지만 현실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민간 주체들이 근로기준법과 여태껏 씨름을 해왔던 것이 본 모습이었다.

사업이익을 통해 변해가는 근로환경을 보장하는 영리사업장과는 달리 보조금, 수가 등을 통해 서비스 비용으로 전액을 사용하는 비영리 사회복지시설임에도 근로기준법 안에서는 영리사업장과 동일한 그냥 ‘사업장’일 뿐이다. 서비스 비용을 내려준 만큼 소진하는 방식인데 근로기준법 개정에 의한 특례업종 제외, 근무시간 축소와 함께 찾아온 인력 증원 필요라는 요구의 목소리는 민간 사용 주체의 몫으로 여전히 전가되는 부분이 문제의 본질적 핵심일 것이다.

사회복지서비스는 비영리 메커니즘에서 올곧게 구현되는 것임을 반대할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그런데 법을 위반하게끔 시스템화되어가고 있기에 큰 문제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가 사용자로 명시되어 있는 민간주체가 아니라는 것이 더 크나큰 문제이다.

앞에서 거론한 사회복지종사자 처우개선의 모든 부분을 특례업종 제외 및 근로시간 제한이라는 개정된 근로기준법의 힘만으로 해결하기에는 당연히 어려움이 있을 줄로 안다. 이번 법 개정이 그동안 공식적인 법상의 희생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는 과정이자 복지현장 미래에 대한 기대치를 조금이나마 높여보는 고무적인 시작이라는 점에 그 의미를 가져본다.

복지서비스 제공 수준의 저하를 막기 위해 비용의 증액이 필요한 상황이다. 없는 길을 걸어가는 가운데 도전받는 힘겨운 현장이지만 이 또한 현장의 사회복지조직들이 해결하는 힘을 얻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그때까지 영역별 복지현장의 주체들 사이에서 누가 누구에게 잘못됐다고 다투거나 서로 먼저 얻겠다고 언성 높여 싸우며 서로 차별하는 행동만큼은 없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지금 사회복지현장에서 두발 딛고 서있는 우리들은 그동안 잘못한 것이 없다. 본질적 문제를 해결할 주체가 우리가 속해있는 ‘국가’이면서 또한 이 국가를 움직일 ‘국민’의 여러 구성원이기에 함께 고민하며 문제 원인의 초점을 같이 공유하고, 선택의 시간에 과감한 결정을 한목소리로 내리는 그 순간까지 강한 응집력으로 서로 기대며 지속해나가는 모습이 필요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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