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혁신을 위한 히타치의 전환

히타치는 1910년에 설립된 일본기업으로 '우수한 독창적 기술 및 제품 개발을 통해 사회에 공헌'한다는 사명에 따라 다양한 혁신을 시도해 왔다. 전동기 제조업체로 설립해 100여 년 이상을 제품 역량과 함께 제어 및 운영 기술(OT)을 축적해 왔으며, 이후 50년간 정보기술(IT)에 대한 지식을 축적해 왔다. 2008년까지도 반도체, TV, 가전 등을 주력으로 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그해 7873억 엔(당시 환율 기준 약 10조20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일본 제조업체가 기록한 연간 최대 순손실이었다. 히타치는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면서 히타치는 'Social Innovation: It's Our Future'라는 비전과 'Inspire the Next(미래에 영감을 주다)'라는 슬로건을 통해 '사회혁신'을 전면에 내세웠다. 사회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혁신을 세계적인 규모로 발전시켜 지속가능한 사회 달성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명시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는 2015년 9월 UN이 채택한 지속 가능 발전 목표(SDGs)와 일본 정부에 의해 촉진된 소사이어티 5.0(Society 5.0) 개념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도전 과제 해결 활동과 적극적으로 연계시켜 나간 것이다. 이를 위해 TV와 가전 등 주력 사업을 버리는 대신 인프라시스템, 정보·통신시스템, 전력시스템 등 이른바 인프라사업을 주력으로 그 변화를 시도했다. 환경, 에너지, 고령화 등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이동성, 생활, 산업, 에너지, IT 5개 주력 사업 부문을 새롭게 개편했다.

△ 히타치의 사회혁신 전략

1) 협창(協創, Co-Creation)을 통한 사회혁신

히타치는 사회혁신사업을 추진하면서 협창(協創)과 디지털 기술을 핵심 요소로 제시하고 있다. 먼저 협창은 '협동하여 일한다'라는 뜻으로, 히타치는 협업 대신 협창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히타치는 홈페이지에 '협창 사례'라는 카테고리를 두고 있다. 즉 이해 당사자들과의 공동 창출(Co-Creation), 함께하는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히타치는 협업 창조를 위해 2015년 R&D 그룹을 글로벌 사회혁신센터(CSI, Global Center for Social Innovation), 기술 혁신 센터(CTI, Center for Technology Innovation), 탐험 연구 센터(CER, Center for Exploratory Research)로 개편하고 Kyoso-no-Mori(이하 교소 노 모리)라는 시설을 설립했다. CSI는 고객과 함께 솔루션을 개발하고 CTI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기술 플랫폼을 개발한다. CER은 사회적 과제 해결을 위한 탐색적 연구를 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의 사회혁신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있다. 현재까지 CSI는 NEXPERIENCE(고객과의 협업 제작 방법) 및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는 플랫폼인 루마다(Lumada)를 활용하여 고객과 협업 제작을 촉진하는 조직으로 활동해 왔다. 히타치의 연구개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중앙연구소(Central Research Laboratory)는 NEXPERIENCE를 개발·적용할 수 있는 혁신 기반으로 교소 노 모리를 2019년에 설립하였다. 교소 노 모리는 단순히 토론을 통해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이해 관계자가 연구자와 디자이너와 함께 과제를 식별하고 실용적인 비즈니스 솔루션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비즈니스 파트너, 신생 기업, 학계 및 지방 정부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 분야의 이해 관계자와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창조를 가속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2) ICT 플랫폼으로서 루마다(Lumada) 운영

히타치는 디지털 기술과 관련한 플랫폼으로서 루마다를 운영하고 있다. 히타치는 사회, 환경, 경제라는 3개의 가치를 근간으로 이동성, 생활, 산업, 에너지, IT 5개 분야를 하나로 묶기 위해 2016년 5월 IoT(사물 인터넷)를 기반으로 루마다를 론칭했다. 루마다는 일루미네이트(illuminate: 조명 효과)와 데이터(data)를 합친 조어로, 데이터를 각 영역에 비춰나간다는 의미다. 루마다는 히타치의 고급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여 고객의 데이터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는 솔루션· 서비스·기술이다. 폭넓은 사업 영역을 진행해온 히타치이지만, 지금은 모든 부문이 '렛츠 루마다(Let’s Lumada)'라는 구호 아래 일관되게 움직이고 있다. 히타치는 다양한 영역 이외에 유지 보수 및 운영 제어 기술(OT)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다양한 주체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 히타치의 사회혁신 활동

1) 지속가능한 사회 조성을 위한 개방형 혁신 실험

히타치는 제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핵심 개념으로 제시하고 있는 Society 5.0를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개방형 혁신을 시도해 왔다. Society 5.0은 기술이 아닌 사람 중심의 사회 구현을 강조하며, 새로운 인간 중심 사회를 목표로 사회적 도전 과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혁신 창출을 강조한다. 히타치는 Society 5.0을 실현하기 위한 비전을 만들어전파하고 그 비전에 기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도쿄대학, 교토대학 및 홋카이도 대학과의 개방형 혁신을 시도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히타치는 2016년에 도쿄대학과 '슈퍼 스마트 사회(Super Smart Society: Society 5.0)'를 위한 공동 연구공간으로 '히타치-동경대 공동연구 실험실(H-UTokyoLab)'을 설립하고 사회문제에 대한 솔루션과 QoLco가 강화된 사회 구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히타치의 인프라 기술 및 IT 분야의 광범위한 전문 지식과 도쿄대학의 최첨단 연구를 결합한 산학협력을 통해 Society 5.0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 왔다.

2) 지역사회 기반의 사회시스템 실험

히타치는 '퓨처 리빙랩'을 통해 실제 생활 장소인 지역사회를 거점으로 미래를 만들어 가는 '시민 참가에 의한 사회시스템'을 모색하고 있다. 후쿠오카 시와는 지역주민,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지역 포괄 케어 정보 플랫폼을 실험하고 있다. 의료·개호 정보 공유와 함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현장의 요구를 디지털로 관리함으로써 도우미와 케어 매니저를 적시에 파견할 수 있게 하는 지원 체계를 만든 것이다. 이는 '정든 곳에서 살고 싶다'라는 고령자들의 수요를 반영한 지원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에히메 현 마츠야마 시에서는 지역 사람들과 협력을 통해 사람의 이동과 생활에 관련된 데이터를 마을 만들기에 기여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있다. 도쿄 고쿠분지 시는 현지 야채의 지산 지소를 디지털의 힘으로 지원하는 등 시민들이 데이터를 활용하여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3)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히타치의 실험

히타치는 앞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환경 비전과 2030·2050년을 대비한 히타치의 환경 목표로 「히타치 환경 혁신 2050」을 2016년 9월에 발표했다. 히타치의 환경 활동과 목표는 장기적인 환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3년마다 업데이트되고 있다. 히타치는 저탄소 사회, 자원 효율적인 사회 및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사회를 실현을 위해 각각의 환경 행동 계획을 제시하고 이에 입각하여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저탄소 사회를 위해 탈탄화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제품 및 서비스의 환경 성능 개선과 공장 및 사무실에서의 CO2 배출 감소를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또한 고객 및 사회와 협력하여 물과 기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폐수 재활용시스템 및 해수 담수화시스템과 같은 다양한 수자원 관련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자연 자본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정적인 영향을 식별하고 수치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처리 공장 건설, 산림 보존 등과 같은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4) 사회적 도전 과제를 통한 비즈니스 창출

히타치는 에너지·환경문제, 물부족, 고령화 등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도전과제를 사회혁신이라는 사업으로 새로운 경제적·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창출해 왔다. 이 과정에서 고객과의 협업을 강조하고 있으며, 제조, 금융, 이동성, 건강관리, 농업, 도시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 인프라 및 디지털 기술의 지역 및 현장과의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히타치는 산업계, 정부, 커뮤니티, 학계, 스타트 업, 고객, 파트너 및 시민과 오픈포럼, 해커톤, 공동사업프로그램, 스타트업 협력 등을 통해 다양한 사회혁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히타치는 'Hitachi Social Innovation Forum(이하 HSIF로 표기)'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HSIF는 1998년부터 개최되어 매년 진화를 거듭해 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회혁신사업의 사례, 방법 및 향후 전망 등의 정보를 함께 나누고 있다.

△ 성과와 의의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사회혁신을 중심으로 기업의 비전과 목표, 활동을 새롭게 재편한 히타치의 사례는 현재 많은 성과와 의의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적 도전 과제에 대응하는 다양한 혁신을 통해 기업도 경제적·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사회 전환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둘째, '협창(Co-Creation)' 개념을 통해 민-산-학-연-관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문제 해결은 결코 정부와 기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NEXPERIENCE나 Lumada를 활용하여 아이디어 창출, 신속한 프로토타입에 의한 가설 검증 사이클을 빠르게 반복하는 과정을 도입하고 있다.

셋째, 지역과의 긴밀한 연계 노력과 함께 다양한 사회혁신 실험이다. 히타치는 금융, 교통, 의료, 안전, 에너지, 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솔루션을 만들어가면서 테스트베드 및 실험의 장으로서의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넷째, SDG, 지속가능성, 사회문제 해결 등 사회적·공공적 가치 추구가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IoT 플랫폼사업인 루마다의 경우 그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2018년 회계연도 루마다의 사업 매출은 1조 엔을 넘어섰다. 루마다에는 AI가 탑재돼 고객기업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다 나은 업무운영 프로세스의 제안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히타치는 다른 업종의 기업과 협동해 루마다를 이용한 생산, 발주, 물류 등 다양한 프로세스의 자동화와 업무 플로우 구축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글로벌이코노믹, 2019.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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