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화두는 단연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다. 구글을 비롯한 IT 기업들은 SDGs에 주력하면서 'SDGs는 자선사업이 아닌 기업경영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SDGs는 지난 2015년 제70차 UN 총회에서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결의한 의제로, 17개의 세부 목표가 정해져 있다.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을 슬로건으로 하는 이 17개의 목표는 2016년부터 2030년까지 15년 동안 무엇보다 먼저 달성해야 할 세계적 우선순위로 자리를 잡게 됐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저개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들이 인류의 번영을 위해 힘씀과 동시에 환경을 보호할 것을 촉구하는 포괄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 구글‧세일즈포스 등 글로벌 IT 기업들 SDGs에 주력

최근 미국의 IT 대기업들의 수장들은 SDGs에 주력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19년 11월부터 SDGs 관련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 이전부터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해왔으나, 최근에는 SDGs 기업으로 초점을 맞췄다. 구글은 빈곤과 불평등, 환경오염 등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세계 각국의 스타트업 10곳을 선정해 지난해부터 지원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은 구글 내 20개 이상의 팀에서 조언을 받을 수 있으며, 투자자를 접촉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제공업체인 세일즈포스닷컴은 지난 2019년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드림포스(Dream Force 2019)’ 행사를 개최했다. 세일즈포스닷컴은 이 행사에서 UN의 SDGs 17개 목표 중 △모두를 위한 양질의 교육 △성평등 보장 △에너지의 친환경적 생산과 소비 △좋은 일자리 확대와 경제성장 △지속가능한 도시와 주거지 △기후변화 대응 등 6개 영역에 주력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 회사는 에너지와 관련해서는 2022년까지 사무실과 데이터 센터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를 모두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 2018년도 말 기준 이 회사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55%에 달한다.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해서는 이미 2017년 ‘제로 배출’ 목표를 달성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좋은 일자리 확대와 경제성장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미국의 퇴역 군인이나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무상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미 3만 5천 명 이상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으며, 그중 약 400명이 세일즈포스닷컴 혹은 협력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19년 12월부터는 청정에너지를 활용하는 기업들에게 '지속가능한 클라우드(Sustainability Cloud)'라는 이름의 전용 클라우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세일즈포스의 일본법인 임원인 엔도 리에는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행동하고, 이를 비즈니스에 반영하는 회사가 최종적으로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기술을 기반으로 SDGs의 달성을 목표로 하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으며, 딜로이트 토마츠 컨설팅은 SDGs 관련 사업 시장 규모가 17개의 목표에 대해 각각 70~800조엔(약 761~869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소한으로 가정해도 1000조엔(약 1경8716억원) 이상의 거대한 시장을 SDGs가 만들어내는 셈이다.

△ 소규모 기업‧스타트업에게도 SDGs는 필수

SDGs에 주력하는 것은 대기업들뿐만 아니다. 소규모 기업이나 스타트업 사이에서도 'SDGs는 달성해야 하는 목표'라는 인식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많은 스타트업 설립자들이 SDGs를 채택하기 위한 열정을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신생기업들의 자문 역할을 하는 파운더인스티튜트 (Founder Institute)의 창립자인 조나선 그리찬은 "SDGs는 아주 거대한 목표들"이라며 "규모가 작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생기업들이 이것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달성이 쉽지는 않지만 SDGs는 글로벌 기업들의 목표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이를 외면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파운더인스티튜트는 각각의 목표를 세분화해 창업자들이 달성할 수 있는 선택지를 늘리는 방안을 택했다. 이를테면 SDGs의 1번 목표인 '빈곤층 감소'라는 목표를 '2030년까지 하루 1.25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극심한 빈곤층을 근절한다' 혹은 '2030년까지 국가 차원에서 빈곤층 남녀노소의 비율을 최소 절반 이상 줄인다'와 같이 세분화하는 것이다.

그리찬은 "수천 개의 소규모 기업들이 제 역할을 한다면 집단적으로는 큰 변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자신들이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 2~3가지를 선택하고, 이를 달성한다면 이것들이 모여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 SDGs, 새로운 투자기준이 되다

SDGs에 소홀한 일부 기업들에 대해서는 투자자들 역시 외면해 자금조달의 압박을 받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국제환경단체인 '350.org'는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화석연료 관련 기업의 투자를 철수하고,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 투자를 늘릴 것을 촉구하는 '화석연료 다이베스트먼트(Divestment)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다이베스트먼트란 투자 철수를 의미한다. 현재 이 운동에 동참하는 기관 투자자들의 운용자산 총액은 약 1200조엔에 이른다.

일본 스타트업인 와샤(WASSHA)의 최고경영자(CEO)는 "기업들이 관여함으로써 SDGs를 보다 빨리 달성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한 기업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동시에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SDGs를 기업 평가 기준에 추가하는 기관 투자자도 늘어나고 있다. 네덜란드의 최대 연기금인 ABP(National Civil Pension Fund)는 2025년까지 운용자산의 20%를 SDGs에 공헌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일본생명보험은 ESG 관련 채권에 투자하거나 대출을 할 때 SDGs 공헌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프랑스 대표 금융기관인 나티시스(Natixis) 산하 투자 전문 운용사는 SDGs에 마이너스 영향을 주는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투자자들이 SDGs를 새로운 투자 기준으로 삼고 있는 배경에는 ESG만으로는 겉치레만 할 뿐 실속 없는 투자를 하는 기업들을 선별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라며 "SDGs를 활용하면 실제 사회의 투자 효과를 확인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부터 확산된 코로나19는 기업들의 SDGs 달성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어 주목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임산부나 어린이들의 건강, 여성들의 일자리 증대 등 많은 전진을 이뤄가고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전 세계에 도래하면서 빈곤감소, 의료, 교육 분야에서

△ 수십 년간 이뤄낸 진전을 순식간에 되돌렸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환경이나 사회에 대한 관심이 다소 높아졌다는 점이다. 전 세계 수많은 기업들이 자금난으로 인해 대량 해고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근로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이들의 보건 건강을 위해 애쓰는 기업들이 장기적으로는 성장할 것이라는 시각을 강화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코로나19와 각종 평가기준의 도입으로 SDGs를 위해 공헌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않은 기업들의 차별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