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최근 인공지능은 자율주행차 분야를 필두로 하여 의료, 교육, 유통, 물류, 교육 등 빠르게 전 산업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사실, 인공지능이 컴퓨터 과학계에서는 새롭거나 혁신적인 개념은 아니다. Alan Turning은 이미 1930년대 'Turning Machine'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인공지능에 대한 가능성을 학계에 제시하였다. 이후, 인공지능은 1950년대부터 꾸준히 학계에서 연구되어 왔으며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통해 인공지능은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2000년도 초반까지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사고하고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필자가 2000년 초반 미국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수업을 듣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담당 교수님께서는 이러한 말씀을 하시곤 했다. "인공지능 분야는 아주 유망한 분야입니다. 문제는 언제 이 분야가 유망해 질 지 모른다는 겁니다."

하지만, 사람처럼 사고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의 시대는 다층 신경망(Multi-layer Neural Network)의 고도화와 고성능 병렬 컴퓨팅 기술의 대중화로 인해 우리의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왔다. 인공지능 스피커, 인공지능 청소 로봇, 인공지능 주식 매매 소프트웨어 등 인공지능을 적용한 제품들이 속속들이 시장에 출시되어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들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회사들은 이미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플랫폼을 시장에 출시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를 비롯하여 네이버, 카카오 등 기술 분야의 국내 대기업들도 인공지능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투자로 인해 인공지능 시장은 2025년까지 약 10조 5천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 AI for Social Good, 선한 인공지능의 개념과 활동들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고 있는 와중에 아쉬운 부분은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담론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즉,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을 산업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접근한다면 인공지능은 특정한 기업과 계층에 새로운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며 기업의 이익 창출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고도화할 경우 인공지능으로 인한 사회의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구글은 인공지능 기반의 유튜브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 가치관에 편향된 영상을 계속 추천하고 있다. 이렇게 이용자가 보고 싶은 영상을 계속적으로 시청할 수 있게 함으로써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 활용을 단순한 경제 논리에 입각해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에게 이로운 인공지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사회 전반적인 편익과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에 대한 실천이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인공지능을 선하게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인텔 등 일부 글로벌 기업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기업들은 여러 소셜 벤처와 비영리 기관들과 협업하여 AI for Social Good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인공지능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중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AI for Earth'와 장애인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AI for Accessibility'의 대표적인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 AI for Earth

환경 보호를 통해 지구를 지키기 위한 활동에 AI를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환경보호단체인 'NatureService'는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동물들을 비전 기반으로 인식하는 AI 서비스를 개발하여 생물 다양성 지도(Bio Diversity Map) 등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농업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업의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센서 기반 AI인 '팜비트(FarmBeats) 서비스'를 개발하여 미국의 대형 농업 협동조합 랜드오레이크스(Land O’ Lakes)라는 회사에 적용하고 있다. 팜비트 서비스는 토양에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센서를 설치하고 TV 잔여 주파수를 활용해 드론이나 스마트폰을 부착한 풍선을 띄워 하늘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병행 사용함으로써 센서와 과도한 네트워크 연결 비용 문제를 해소하고 농장의 상황에 맞는 기술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 AI for Accessibility

기존에도 장애인들의 활동 및 이동권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기술적인 완성도와 수요자 입장에서 서비스 개발의 부족으로 장애인 분들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사고하면서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자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다.

브라질 스타트업인 후박스로보틱스(Hoobox Robotics)는 인텔과 협업하여 얼굴 근육만 움직일 수 있는 전신마비 장애인들이 11개의 얼굴 표정으로 휠체어를 운전할 수 있는 윌리 7 키트를 출시했다. 기존에는 활동 보조인들이 늘 휠체어를 밀기 위해 함께 다녀야 했지만 휠체어에 탑재되어 있는 카메라가 장애인들의 얼굴 표정을 인식하여 휠체어를 보조인 없이 혼자 운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장애인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시작되고 있다. 필자가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테스트웍스의 경우 NIA(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공개 데이터셋 과제 중 인공지능 기반의 수어영상 데이터셋 구축 과제를 수행하여 농아인들의 모국어인 수어를 영상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번역해 주는 서비스의 가능성을 보여 주였다. 청인들의 경우 농아인들의 수어를 이해하기 어렵고 대부분의 경우 수어 통역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어를 비전으로 인식하는 인공지능 서비스가 상용화될 경우 특히 재난 상황 등 긴급 상황에서 농인들이 하는 수어를 수어통역사의 도움 없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즉각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대세인 시대로 접어들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이름으로 인공지능 기반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으며 세계 주요 국가들도 정부 주도로 인공지능 산업을 육성하고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 58조 원 규모의 디지털 뉴딜 사업을 발표하였고 올해 약 12조 7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통해 어떤 시기보다 기술로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한 사회와 사람 중심의 사회를 만들기 위한 'AI for Social Good'에 정부와 국내 기업의 투자는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인공지능이 기술과 자원의 독점화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속성이 있는 만큼 이러한 부작용을 막고 인공지능이 선하게 활용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며 특히 정부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소외 계층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이동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특히, 국민 생활과 밀접한 복지 영역의 경우 인공지능을 접목하여 국민 생활의 질을 높이고 사회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 이렇게 인공지능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용될 수 있도록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인공지능 기술 이해도를 높이고 이 기술과 접목하여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적극적으로 도출해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한 소셜벤처들과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한다. 경제 규모가 10위인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술력, 소득 증대뿐만 아니라 포용적 사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소외 계층의 삶의 질 개선과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디지털 포용 강국으로 도약하여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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