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좋은-어린이집-법률’ 실시와 이에 따른 보육교사 양성과정 확대, 근무 여건 개선, 보육 내용에 대한 학술적 지원, 모범적인 어린이집 발굴과 시상 등 전반적인 어린이집 보육 지원 정책을 살펴본다.

“ㅇㅇ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해온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피해 아동 학부모들은 해당 교사에 대한 엄벌을 요구했습니다.”

한국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영유아를 학대하는 사건은 사회 문제로 드물지 않게 언론에 등장한다. 방지 대책으로 CCTV 설치와 보호자의 열람 권한 제공, 보육교사 개인에 대한 처벌이나 어린이집 운영 제한 등이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사후대책에 머물러 근본적인 예방책이 되지 못한다.

정부의 보육료 지원이 강화되면서 기존에 만 3세 이상이던 보육 희망 연령이 낮아지고 부모의 경제활동 여부와 무관하게 어린이집 등원을 희망하면서 지난 수년간 보육 수요와 어린이집 정원이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보육 복지 규모 성장과 그에 따른 어린이집 정원 부족 문제 및 보육교사 근무여건 개선 필요성 등은 한국과 독일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다만 독일에서는 한국에서와 같은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언론 매체에 등장하는 일이 비교적 드물다. 어디에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연방 정부의 통 큰 투자, ‘좋은-어린이집-법률’

2018년 12월 독일의 연방 하원은 어린이집 정원 확대와 개선을 위해 55억 유로(한화 약 7조4250억원) 상당의 재원 마련을 의결했다. 프란치스카 기파이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이하 가족복지부) 장관은 해당 재원을 활용한 ‘좋은-어린이집-법률(Das Gute-KiTa-Gesetz)’의 시행을 발표했다.

목표를 살펴보면 △가정의 일상에 맞춰주고 △모든 어린이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며 △인격적인 보육교사와 합리적인 관리자가 일하고 △창의적인 놀이 공간과 건강한 음식, 양질의 언어교육을 제공하며 △교직원이 서로 협동하고 △소외되는 어린이가 없는 어린이집을 실현하는 것이다. 지역에 배정된 재원을 수령하기 위해 16개 주 정부는 어린이집 정원 확대와 보육교사 양성 등의 계획을 세우고 해당 내용을 주의 법으로 제정했다.

가장 먼저 연방 정부와 협의해 ‘좋은-어린이집-법률’을 제정한 지역은 브란덴부르크 주로 2019년 2월 협의를 통해 어린이집 질 향상을 위해 배정된 1억6400만 유로(한화 약 2210억원)를 2019년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어떻게 집행할 것인지 결정했다. 주 정부는 사전에 주 의회 교육위원회의 주최로 보육 전문가 협의를 통해 네가지의 방침을 설정했다.

우선 저소득층 부모의 어린이집 비용 보조 확대로 주거보조금·난민법에 따른 보조금·연간 기본소득이 2만 유로(한화 약 2700만원) 이하인 가정의 자녀에 대해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원비 및 보모 지출비용을 면제하기로 했다. 등원비 면제 대상은 기존의 18만2000명에서 2019년 하반기 4만3000명 증가하며 이를 위해 2019년에는 270만 유로(한화 약 36억원), 2020년에는 650만 유로(한화 약 88억원)를 사용했다.

둘째, 어린이집 운영 시간 연장으로 어린이집 운영자는 하루 평균 8시간 이상을 운영해야 하며 이를 위해 어린이집에 어린이 한 명 당 월 50유로(한화 약 6만5000원)를 추가 지원한다.

셋째, 보육인력 양성을 위해 어린이집 운영자는 기존에 주당 1시간이었던 보육교사 실습을 주당 3시간으로 늘리고 이를 위한 자금으로 2019년 130만 유로, 2020년 300만 유로를 사용한다.

넷째, 부모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기초자치단체는 학부모 조언을 담당하는 상담사를 배치하며 이를 위해 2019년 20만 유로, 2020년 30만 유로를 지출하기로 했다.

함부르크 시는 2019년 8월, 연방 정부와 좋은-어린이집-법률 협약을 마쳤다. 함부르크 시는 2022년까지 연방정부로부터 약 1억2100만 유로(한화 약 1630억원)를 지원받으며, 지원금은 어린이 보육 인력 강화 등에 사용된다. 주요 내용은 당시 보육교사 1인의 어린이 수가 2018년부터 5명으로 늘어난 것을 2021년까지 4명으로 다시 줄이는 것, 어린이집 정원 확대를 위해 추가 어린이집을 개원하는 것 등이다.

라인란트-팔츠 주는 더 높은 수준, 더 많은 재정 지원, 더 많은 무상교육을 목표로 2019년 9월에 연방 정부와 합의했다. 주요 내용은 △어린이집이 점심 식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설 내 부엌 설치를 위해 1350만 유로(한화 약 175억원) 투자 △주 지역의 어린이집 수준을 향상시키고자 통일되고 투명한 설치 기준 마련 △어린이집 교육자 양성 및 근로 조건 개선 △어린이집 교원의 주당 근무시간 단축 △양성과정 직업훈련생과 대학생 입학 정원 각각 20% 증가 등이다.

전문성 가진 보육교사 확보

2019년 실시된 취학전 교육에 대한 OECD 연구에 따르면 OECD 가입국은 영유아 교육, 보육, 돌봄 분야에 수준 높은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양질의 보육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보육 인력에 높은 수준의 학위를 요구하는 OECD 가입국이 늘고 있다. 프랑스, 아이슬란드, 이탈리아의 경우 취학전 교육 인력의 자격을 석사학위 소지자로 정하고 있다. 연구는 우수 인력을 취학전 교육 분야에 유치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낮은 임금, 낮은 가치 인정과 사회적 인식, 열악한 근무조건, 경력 계발 가능성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연구에 따르면 독일의 3세 미만 보육교사 중 97%가 전문적인 보육교사 양성교육을 받아 독일 어린이집 인력은 다른 OECD 가입국에 비해 높은 수준의 양성 교육을 받으며, 직업 만족도 또한 93%가 전반적으로 만족하는 것으로 응답해 높게 나타났다. 반면 가정에서 독일어를 구사하지 않는 어린이와의 의사소통을 위한 연수 수요가 높고, 약 4분의 1만이 임금 수준에 만족한다고 응답했으며, 직업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36%에 그쳤다. OECD 연구는 자원이 한정적인 경우 적어도 특히 상급 직위를 가진 직원의 임금을 향상시키는 수단을 활용해, 해당 분야 종사자들이 자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승진 등의 경력 향상의 목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또한 보육분야의 전직 이유로 낮은 임금이 주요 요인으로 언급되고 있어 우수 인력의 장기근속을 위한 임금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021년 독일경제연구소의 취학전 교육기관 교사의 업무 부담과 만족감에 대한 조사에서도 교사가 업무에 비해 보수를 낮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의 80%는 불충분한 임금에 부담을 느끼며, 75%는 시간적 압박감과 과중한 업무가 부담 요인이라고 응답했다. 또 80%는 관리자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75%는 승진 기회가 적다고 응답했다. 연구는 해당 직업의 매력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전문성을 가진 보육교사 양성과정을 늘려 수준 높은 보육교사를 확보하는 것은 어린이집 보육의 질 향상에 필수적이다. 니더작센 주는 앞서 살펴본 좋은-어린이집-법률의 시행으로 2019년 하반기부터 사회복지 및 보육 직종 종사자 양성을 위한 사립 직업학교 교육을 무상화하기 위해 200만 유로(한화 약 26억원)의 예산을 투자했다. 주 정부는 사회복지 분야 양성과정을 제공하는 사립학교 재단에 사회복지 및 보육 분야 직업학교 1학년 재학생 약 2000명의 교육비를 지불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린이집에 5000명의 보조사를 2021년 8월까지 단기 채용하고, 고용된 어린이집 보조사를 향후 보육 전문가로 양성하기 위해 ‘어린이 돌보미(Kinderpfleger)’ 직업훈련과정을 개설했다. 기존의 ‘보육교사(Erzieher)’ 직업훈련이 3년 과정인데 비해 ‘어린이 돌보미’ 직업훈련은 2년 과정이다. 직업훈련 과정 지원 자격은 10학년의 실업계 중등학교 졸업 이상이며 일반적인 듀얼 아우스빌둥 과정과 마찬가지로 근무하는 어린이집에서 직업훈련 수당을 지급한다.

모범적인 어린이집 시상 및 원장 회의 개최

‘독일 어린이집 상(Deutsche Kita-Preis)’은 독일 연방 가족복지부가 매년 교육 재단과 언론사의 후원으로 모범적인 어린이집에 수여하는 표창이다. 하인츠 하이데 뒤르재단, 기젤라 슈도라 재단, 카르크 재단 및 학부모 잡지와 교육 박람회 디닥타 연합이 참여한다. 표창은 어린이집보육의 질 향상과 어린이집에서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의 헌신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기 위해 수여한다. 좋은 어린이집의 4가지 구성 요소는 △어린이 중심의 교육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어린이집 △구성원의 참여와 상호 존중 △혁신을 향한 배움의 공간이다.

선발과정은 5단계로, 첫째, 지원 서류 검토를 통해 25개 어린이집을 선발해 추가 서류 요청, 둘째, 추가 서류 검토를 통해 15개 어린이집 선발 및 전화 인터뷰 초대, 셋째, 10개의 최종 후보 어린이집 선발, 넷째, 두 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이 10개 어린이집을 방문해 제출 서류 관련 내용 관찰 프로토콜 작성 및 인터뷰 실시, 다섯째, 심사단이 5개의 수상 어린이집과 1개의 대상 어린이집 선정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이 외에 독일 교육·보육 교원단체, 바이에른 교원단체, 독일 볼터 클루버사 등은 공동으로 ‘독일 어린이집 원장 회의’을 개최한다. 2020년 8회째를 맞은 회의에는 매년 전국에서 어린이집 운영자, 학술 전문가, 사설 어린이집 재단 대표 등 3500명 이상이 참가한다. 강의와 세미나 주제는 어린이집의 다양성, 성공적인 어린이집과 보육의 질, 어린이집 보육 팁, 어린이집 운영자 리더십, 보육관련 법규와 기관, 보육인력 확보, 어린이집 교육의 질, 어린이와 보육 인력의 건강, 어린이집 운영의 효율성 등이다. 매년 전국의 각 도시에서 개최되며 2021년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면서 8월 24~25일에는 뒤셀도르프, 9월 6~7일에는 함부르크, 9월 27~28일에는 라이프치히, 10월 18~19일에는 아우스부르크에서 실시될 계획이다.

시사점

어린이집 보육은 교육 평등과 가정 복지 향상에 기여한다. 독일에서는 2018년 제정된 좋은-어린이집-법률을 통한 과감한 투자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보육 여건을 개선하는 등 어린이집의 보육 수준을 향상시키고 있다. 각 주 정부는 저소득층의 보육료 무상화, 어린이집의 보육 공간 개선, 보육교사 양성 과정의 확대, 보육교사 이외의 보조 인력 채용 지원, 보육기관 운영시간 연장 등을 내용으로 지역 고유의 좋은-어린이집-법률을 제정했다.

사실 독일은 연방주의 원칙하에 중앙 즉 연방의 지방 재정 지원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이를 ‘협력 금지(Kooperationsverbot)’라고 한다. 하지만 연방과 주 의회는 어린이집 정원 확대와 보육 수준 향상을 통한 교육평등과 가정복지 실현이 협력 금지의 원칙에 우선하는 가치를 지닌다는 데에 동의했다.

보육 수요 증가, 보육 정원 부족, 전문성을 지닌 보육 인력 부족 등은 산업국가인 독일과 한국에서 공통적인 현상이다. 한국에서도 어린이집의 아동 학대를 개별적인 사안으로 치부하지 않고 과감한 재원 투자를 통해 보육교사의 직업적 매력을 높이고 보육 내용 수준을 향상시키는 정책이 실천되어야 하겠다. 그 밖에도 기업의 교육 재단이 중심이 되어 우수한 어린이집을 발굴해 시상하고 보육기관 교사와 운영자를 위한 정보교환의 장을 제공하는 등 보육 수준의 질 향상을 위한 사회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참고 자료

• OECD(2019), Providing Quality Early Childhood Education and Care

• DIW(2021), Erzieherinnen empfinden vielfache Belastungen und wenig Anerkennung

• www.deutscher-kitaleitungskongress.de

• www.deutscher-kita-preis.de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