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한국의 대표적인 현물 기부 전달체계인 푸드뱅크와 FMS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코로나19의 위기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현물 기부시스템에서 '사람'의 중요성을 다시금 논의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다. 우선 현물 기부 전달체계로서의 푸드뱅크를 간략하게 살펴보고 FMS에 대한 소개와 푸드뱅크의 변화를 통해서 앞으로의 현물 기부가 어떠한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지 정리한다.

△ 한국 푸드뱅크와 FMS

한국 푸드뱅크(Foodbank)는 90년대 말에 발생한 IMF 외환위기에서 태동되었다. 올해로 24년째가 되는 한국 푸드뱅크는 '현물'의 기부와 배분이라는 특수한 영역에서 취약계층의 식품과 생필품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사회복지사업이다. 최초에 민간 비영리기관의 사업으로 시작되었다가, IMF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전국적으로 확대된 한국 푸드뱅크는 단순히 음식 결핍이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기초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생활 안정에까지 기여하고 있다. 푸드뱅크사업의 성장은 식품 및 생활용품의 모집-배분의 실적을 통해서 파악할 수 있다.

2019년 기준으로 푸드뱅크를 통해 모집된 현물품의 장부가액은 약 2365억원에 이르며, 배분된 액수 또한 2289억원가량이다. 2002년부터 2019년까지의 모집된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2011년에 1000억원을 돌파하였고, 2017년에 2000억 원을 돌파하여 현재는 3000억 원을 향해 가고 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숫자의 산출은 기부식품관리시스템(Foodbank Management System, 이하 FMS)을 통해서 가능하다.

FMS는 푸드뱅크 기부식품 및 생활용품의 모집부터 배분까지의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2002년 7월에 최초로 구축·운영된 FMS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최적화 및 고도화 과정을 거쳐서 현재에 이르렀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차세대 FMS는 '운영정보관리', '기부물품관리', '기준정보관리', '기관연계관리', '통계관리'와 같은 메뉴로 구성되어 있어서 푸드뱅크 서비스 기관의 관리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목적인 기부물품의 모집-배분을 용이하게 하는 것에도 충실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기능들을 탑재한 FMS는 현물 기부의 단점을 상쇄하기 위한 관리의 기능으로도 볼 수 있다. 푸드뱅크에서 모집하는 물품을 크게 식품과 생활용품으로 구분했을 때, 식품의 경우에 상당 부분이 가공식품으로 한 끼의 식사가 시급하고 중요한 취약계층의 기본적인 욕구를 채우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한편 생활용품의 경우 휴지나 치약, 위생용품, 세제 등과 같은 물품들이 주를 이룬다. 현물 기부물품이 만들어진 순간부터 적절한 목적에 의하여 사용되어야 하는 타기팅된 성격임을 감안하면, 필요한 물품의 욕구와 공급이 잘 들어맞아야 기부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는 중간 역할을 하는 푸드뱅크의 기민한 반응과 수고가 핵심적임을 의미하며, FMS와 같은 관리시스템이 필요한 이유이다.

△ 버츄얼 푸드뱅크의 등장

푸드뱅크가 일찍 발달한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을 보면 FMS와 같은 체계적인 관리 프로그램을 운용하지는 않는다. 최초의 푸드뱅크가 버려지는 잉여 식품을 모아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무상으로 나누어주는 자원봉사 운동에서 시작된 만큼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민간의 자발적인 활동으로 유지되고 있어 행정이나 관리의 성격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민간 자원봉사 성격의 복지사업은 서비스 공급의 자발성과 취약계층의 욕구에 대한 신속한 대응, 시의성 있는 서비스로의 빠른 변화 등의 장점을 가지기 때문에 서구의 푸드뱅크는 이러한 점을 최대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 홍콩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푸드뱅크 운영 방식이다. 이는 푸드뱅크가 실시간으로 모집-배분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서 기능하는 '버츄얼 푸드뱅크(Virtual Foodbank)'이다. 기존의 푸드뱅크가 오프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푸드창고를 운영하며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배분하는 체계였다면, 버츄얼 푸드뱅크는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하여 기부물품의 공급과 수요를 실시간으로 연결하여 제공한다. 가령, 어떤 가정에서 통조림과 휴지를 필요로 한다고 버츄얼 푸드뱅크 어플리케이션에 신청하면, 해당 물품을 챙겨서 배달해주는 식이다. 또한 노인들을 위한 보양식을 대접하기 위해서 레토르트 삼계탕을 신청하는 경우에 버츄얼 푸드뱅크는 관련 기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이러한 수요에 반응하는 형태로 기능한다. 한국의 FMS에서 보다 진보한 방식의 푸드뱅크 운영이라고 여겨진다.

취약계층의 욕구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에 맞춤형으로 현물을 지원하는 것은 인터넷의 순기능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하나의 방식이 아닐까 싶다. 한편 이 글에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적절한 시스템이 갖춰졌다고 해서 목표와 목적을 순조로이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FMS나 버츄얼 푸드뱅크와 같이 취약계층의 기본 욕구를 채우는 시스템들은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가치와 목적성에 충분히 동기화되어있는 ‘사람’과 함께 그 빛을 발한다.

△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

사회적 불평등이 극을 달리고 있는 동시에 코로나19 사태를 마주하며 다양한 영역에서의 격차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 요즘,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할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기부를 통해서 취약계층의 욕구를 채우는 것이 사회적으로 정말 중요한 일인가? 이를 위하여 현금이나 현물을 기부받아 배분하는 중간적 전달체계를 구성하고, 원활한 운영을 위해 공공과 민간의 협업이 중요한가? 기업은 식품과 생활용품의 기부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여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 사회는 유무형의 시스템의 구축만큼이나 아름드리나무와 같은 사람의 성장과 성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현금 기부에 비해서 현물 기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나눔연구소, 2018). 여전히 현금 기부가 전체 기부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는 있으나, 추세로 보면 현물 기부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실제 기부 행동으로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것이 말해주는 것은 현물 기부를 적절하게 관리하고 효용성 있는 배분으로 이어지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함과 동시에 현물 기부의 복잡다단함을 이해하고 따를 수 있는 능동적 주체를 키워내는 일이다. 이를 위해 일반 시민들과 기업들은 사회적 가치에 더 많이 노출되어야 하며, 한동안은 사회적 가치에 구체적인 행동으로 참여하는 주체들을 장려하고 지지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초연결사회가 조만간 도래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기술의 진보는 복지의 영역에도 속속들이 적용되고 있고 가장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버츄얼 푸드뱅크와 같은 방법이나 보다 편리하고 강력한 기능으로 무장한 FMS는 분명 복지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수정·보완하기 위한 여러 사람의 노력과 수고가 녹아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것을 사용하고 활용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는 사람을 시스템의 일부로 보기보다 가치를 실천하고 인격을 가진 존재로서 존중하고 키워낼 수 있도록 시스템과 사람의 동반성장을 지향하는 방향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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