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원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연구위원
김가원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연구위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우리 사회는 지난 1년여 간 많은 부문이 비대면 방식으로 재편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면업무가 필요한 영역이 있다. 바로 가정 내 돌봄이 필요한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문돌봄종사자' 노동 현장이다. 방문돌봄종사자는 재가요양서비스, 노인맞춤돌봄, 장애인활동지원, 가사간병서비스, 산모신생아서비스, 아이돌보미 등 7개 영역에 종사하는 돌봄서비스 제공 인력이다. 이들 방문돌봄종사자는 코로나19가 장기간 지속되는 상황에서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사회적 기능을 유지하는데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필수노동자이다.

방문돌봄종사자가 활동하는 다양한 영역 중, 본 글에서는 노인 대상 방문돌봄종사자(노인맞춤돌봄서비스 등)를 중심으로 쟁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노인 돌봄은 평균수명 연장과 인구 고령화로 인해 수요가 팽창하면서 빠른 속도로 제도화된 영역이다. 우리 사회는 그간 가정의 책임으로 당연시되었던 노인 돌봄이 비로소 가시적(visible) 영역으로 드러나게 되면서, 돌봄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새롭고 낯설게 살펴보기 시작했다(석재은, 2018). 이러한 맥락에서 Daly와 Lewis(2000)는 돌봄이 현대 복지국가를 넘어서는 변혁적 씨앗을 품고 있다고 평가한다. 노인 돌봄의 노동 현장에서 종사자들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고 있을까. 돌봄 종사자에 대한 다양한 조사결과는 그들의 노동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돌봄종사자의 노동 실태

2021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가구방문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0년 4월부터 10월까지 가구방문 노동자 79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조사 대상 직종은 통신설치․수리 기사, 가스안전점검원, 상수도 계량기검침원, 재가요양보호사, 방문간호사, 다문화가족 방문교육지도사, 통합사례관리사 등이다. 주요 결과를 살펴보면, 고객으로부터 부당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74.2%로 집계됐다. 구체적인 경험 여부를 각각 살펴보니 괴롭힘 목적의 늦은 전화(48.8%)가 가장 많았고, 밤늦은 시간에 업무 수행 요구(47.2%), 사업주 또는 직장에 부당한 민원 제기(43.4%) 등의 순이었다(복수응답). 또한 응답자의 25.9%는 신체적 폭력을, 22.1%는 성희롱․성추행을 겪었다고 답했다. 흉기를 이용한 위협(7%), 성폭행(2%)을 당했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이러한 경험으로 인하여 응답자의 22.4%는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한 우울 증세를 보였고,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이 41.0%였으며, 최근 1년 내 그러한 생각을 한 응답자도 20.3%를 차지하였다.

어떠한 노동환경이든 위험요소가 있지만, 이처럼 방문노동자가 겪는 어려움은 고객(이용자)의 가정이라는 사적공간에서 발생하는 위험이라는 측면에서 특수성을 지닌다. 위 조사 결과가 일반적인 가정방문 종사자에 대한 실태라면, 주로 돌봄 취약계층 가정에서 일하는 방문돌봄종사자에 대한 조사 결과도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2018)은 2018년 5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내 방문 인력인 복지플래너 862명, 방문간호사 162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방문 인력 중 여성의 79.5%, 남성의 58.4%가 방문 시 민원인의 폭력이나 성희롱 등 위험상황에 노출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복지플래너의 71.4%가 업무 시 발생한 돌발 상황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적이 있으며, 대상자의 사망 책임을 방문 인력에 전가하기도 해 이로 인한 죄책감과 억울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또한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중앙노인돌봄지원기관)는 2021년 4월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수행기관 645개소 종사자(전담사회복지사 및 생활지원사)를 대상으로 이들이 경험한 안전 위협사례를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확인된 사례 총 140건 중, 악성 민원이 38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언어·정서적 폭력 36건, 성적(性的) 폭력 29건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울여성가족재단(2018)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서비스 이용자의 사망(위험) 경험도 13건이 있었으며, 감염 위험(10건), 재난 위험(5건) 등의 사례도 확인되었다.

이처럼 방문돌봄종사자는 취약계층의 안전 보호 및 지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주된 임무이므로, 이 과정에서 종사자의 안전은 소홀하기 쉽다. 또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긴 감정 노동, 직무 스트레스로 우울증 등 다양한 정신질환을 경험하기도 하며, 무엇보다 폭언, 폭행, 성희롱 등이 만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돌봄종사자의 노동 속성과 쟁점

방문돌봄종사자는 임금, 고용형태 등과 더불어 돌봄서비스 이용자와의 관계 형성에 따라 노동환경의 질이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방문돌봄종사자의 안전한 노동환경 보장을 위해서는 그들이 활동하는 노동환경의 독특한 속성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우근 등(2021)이 제시한 방문돌봄종사자의 노동 속성과 그로 인해 수반되는 문제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방문돌봄종사자는 서비스 이용자와 대면접촉을 한다는 점, 둘째, 가정이라는 사적공간에서 노동이 수행된다는 점, 셋째,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방문이 이루어진다는 점, 넷째, 서비스 이용자의 개인적 필요보다는 공공의 사회서비스 차원의 방문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노동 속성으로 인하여 방문돌봄종사자와 서비스 이용자 간의 관계는 수평적이고 대등하기보다는 수직적이고 위계적이다. 첫째, 일대일 대면접촉 업무 속성으로 인하여 감정노동이 필수적으로 수반되고, 둘째, 가정 내 노동이라는 점에서 부당한 요구나 부적절한 상황에 대한 제3자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 셋째, 반복적 방문이라는 특성은 방문 여부에 대한 노동자의 선택권을 제약하고, 마지막으로 사회서비스 노동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로 인해 공적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의 지위를 지키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방문돌봄종사자는 이와 같은 노동의 구조적 속성으로 인하여 과도한 감정 노동, 성희롱,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부당한 요구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일반적인 노동 보호 장치와 차별화하여, 방문돌봄종사자의 노동 속성을 고려한 제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

△ 돌봄종사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제언

방문돌봄종사자가 돌봄서비스 제공 현장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실천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방문돌봄종사자 안전관리를 위해 기관의 인식 개선 및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기관 내 안전관리 보장 체계 구축을 위하여 종사자 안전관리에 관한 기관 운영방침을 수립하고, 종사자 안전 권리보장 선언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관 내부에 안전관리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종사자 안전관리를 위한 민주적 소통 통로를 활성화해야 한다. 기관장은 모든 방문돌봄종사자의 안전과 인권을 보장해야 함을 인식하고, 기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둘째, 방문돌봄종사자의 노동환경 안전 위협요소를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 방문돌봄종사자는 일회성이 아닌 동일 가정을 지속적으로 방문한다는 노동 특성을 지닌다. 이에 종사자 안전 관련 사후 조치보다는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 사전에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최대한 확보하고, 종사자 안전 위협요소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가정방문 대상 이용자 및 그 가정에 대한 전반적 상태를 확인하고, 첫 방문 시 관리자 등이 동행하여 서비스 이용자의 권리와 의무를 설명하고, 제공될 돌봄서비스의 내용과 돌봄종사자의 역할 범위를 안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기관의 모든 종사자를 대상으로 안전관리 예방 교육·훈련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친절 서비스 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고, 이용자 응대에 관한 정확한 지식 및 기술에 대한 직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종사자에 대한 적절한 안전관리 예방 교육은 안전 위협상황에 대한 종사자의 민감성을 증진시키고, 대응 역량을 제고하며, 업무 스트레스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기관에서는 종사자 안전 관련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감정노동으로 인한 직무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심리 상담 및 치유 프로그램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한편 방문돌봄종사자가 더욱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다음과 같은 대응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기본적으로 개별 기관이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중앙 차원에서 방문돌봄 노동 속성을 고려한 예방 지침 및 안전․보건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중앙노인돌봄지원기관)는 2020년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안전관리 실무매뉴얼'을 개발·보급하고,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여 돌봄 현장에 제공한 바 있다. 2021년에도 매뉴얼 개정판을 발간하고, 종사자들이 손쉽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핸드북을 추가로 제작하였다. 향후에도 방문돌봄종사자의 부당한 대우 및 인권침해에 대비해 중앙 단위에서 종사자 안전보호 기준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관련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안정적인 돌봄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력 확충 및 처우 개선이 필요하며, 대체인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방문돌봄종사자의 안전에 관한 다수의 연구보고서 및 매뉴얼에 따르면 가정방문 시 2인 1조 또는 동성(同性)의 돌봄종사자 투입을 권고한다. 그러나 돌봄 현장에서는 이러한 기준을 현실적으로 따르기 어렵기에 다양한 인적자원을 연계하여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노인맞춤돌봄서비스는 지원인력으로서 노인일자리사업을 연계․활용하고 있다. 특히 노인일자리사업 중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노인의 경력 등을 활용한 지역사회 돌봄, 안전 등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문돌봄 영역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셋째, 사회적으로 돌봄 종사자의 인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담론 제시와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돌봄 종사자의 건강하고 안전한 노동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돌봄 윤리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서비스 이용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한 안내 자료 및 교육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돌봄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요구된다. 따라서 방문돌봄종사자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다양한 담론이 활발히 이루어져 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노인에 대한 돌봄은 가족애와 효(孝) 등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사적 영역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노인 돌봄은 급속한 고령화와 가족구조의 변화 등에 따라 빠른 속도로 전문적인 공적 영역으로 편입되어 '돌봄의 사회화'가 이루어졌다. 돌봄의 사회화는 보호가 필요한 노인에게 적절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었으며, 가족에게는 돌봄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부담을 완화해주었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현대사회에서 돌봄 노동자들이 한 사회를 유지하는데 필수요원임을 새삼 상기시키며, 우리 사회가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더욱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다. 좋은 돌봄(good care)은 돌봄종사자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돌봄종사자의 안전한 노동과 건강한 삶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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