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1987년부터 사회복지사 자격제도를 도입했다. 35년째를 맞이하는 일본의 사회복지사 자격제도 현황과 과제에 대해서 살펴보고, 더불어 최근 개정된 사회복지사 양성과정 커리큘럼과 그 특징에 대해서도 소개하고자 한다.

사회복지사의 활약상을 그려낸 NHK 드라마 ‘Silent Poor’

‘사일런트 푸어(Silent Poor)’는 2014년 NHK에서 방영된 드라마다. 보기 드물게도 지역복지의 중추기관이라 할 수 있는 사회복지협의회에 근무하는 커뮤니티 소셜워커의 활약상을 그려내고 있다. 여주인공 ‘히토미’라는 인물과 스토리는 실제로 오사카 토요나카시 사회복지협의회에 근무하는 카츠베 레이코 씨를 모델로 만들어졌다.

드라마는 독거노인, 치매노인, 히키코모리 청년, 홈리스, 외국인 노동자, 재해 피난민 등 지역사회에서 소외되거나 고립되어 지원이 필요한, 즉 사회복지에서 말하는 클라이언트에 대한 사회복지사의 개입과 지원을 드라마틱 하면서도 현장을 매우 적절히 반영하면서 그려내고 있다.

당시 시청률은 5.3%로,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끈 것은 아니었지만, 사회복지현장 종사자들에게는 많은 공감과 인기를 얻었다. 사회복지 관련 대학 교원들도 드라마를 통해 사회복지의 매력과 사례를 전달하는 교재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필자도 그중 한 명이다. 이 드라마는 사회복지사의 인지도 향상과 함께 사회복지실천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이러한 관심이 지속되지는 못했다는 점과, 사회복지사의 활약상에 비해 처우와 사회적 지위가 여전히 크게 향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복지사 자격증 제도의 도입 배경과 현황

사회복지사는 1987년 제정된 ‘사회복지사 및 개호복지사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전까지도 사회복지종사자에 대한 임용자격 기준이 있었고, 물론 사회복지 전공학과를 둔 대학도 있었다. 법 제정 이전까지는 주로 전후 미국에서 도입된 교육과정과 교과목을 중심으로 양성교육이 이루어져 왔지만, 사회복지 정책의 발전과 복지 니즈의 다양화에 따른 기관 및 시설의 양적, 질적 확대를 거치면서 사회복지사에 대한 통일되고 체계적인 양성이 요구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1985년에 일본은 이미 고령자율이 10%를 넘어 복지욕구가 증대되던 시기였다. 점차 재가복지체제의 정비와 민간 실버서비스가 등장·확대됨에 따라 서비스 질 확보와 전문화가 요구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1986년 8월 동경과 오사카에서 개최된 제23회 국제사회복지회의와 그 관련 세미나에서는 일본의 복지 전문직화가 미비하다는 지적을 받게 된다. 그 자리에 있던 국내의 복지 관계자, 특히 사회복지학계 관계자들이 이를 공유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제도의 필요성을 공감한 것도 법제화의 촉진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사회적 배경에 힘입어 법 제정을 위한 일련의 작업이 신속하게 진행됐고, 이듬해 1987년 5월에 법이 공포됐으며 1989년부터 사회복지사 국가시험이 도입됐다.

한편 도입 당시 사회복지사의 전문성과 관련해 사회복지사를 업무 독점으로 할 것인지, 명칭 독점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사회복지업무는 일련의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의사나 간호사 등과 같이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업무 독점을 통해 사회복지실천영역에서 타 직종을 배제하기보다는 명칭 독점을 통한 전문성 강화가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따라서 법에서는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하지 않은 자는 ‘사회복지사’라고 칭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사회복지사 제도와 구별되는 특징이라 하겠다.

또 다른 차이점을 들자면, 일본은 사회복지사를 등급 없이 국가시험 합격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복지계열 4년제 대학 등에서 지정과목을 이수하고 졸업하더라도 자격증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정신 장애인에 대한 상담지원을 주 업무로 하는 ‘정신보건복지사’가 사회복지사와는 별도로 1997년 정신보건법을 통해 법제화되어 자격증이 분립되어 있다. 따라서 일부 공통과목을 설정하고는 있지만,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는 별도로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복지 영역별 개별 자격증화, 혹은 난립 현상은 우리나라에도 그렇지만, 사회복지실천의 통합적 접근의 중요성과 전문직으로서의 권위, 가치 등을 고려한다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점이 지적돼 일원화 논의도 있어왔지만 구체화되지는 않고 있다.

한편,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을 위해서는 복지계열 대학 졸업 이외에도, 비전공자나 현장 경험자를 위한 일반양설시설(1년 이상)과 단기양성시설(6개월 이상)에서의 지정과목 이수를 통해 수험 자격을 얻을 수 있다. 1989년에 실시된 제1회 국가시험 당시에는 수험 자격을 갖춘 사람이 적어 수험자 1033명, 합격자 180명으로 합격률 17.4%를 기록했다. 그다음 해부터는 대략적으로 합격률 20%대를 보였고, 과거 최고 합격률은 31.4%다. 최근까지도 20%대 후반의 합격률이 유지되고 있고, 매년 1만명 이상의 사회복지사가 배출되고 있다. 2021년 현재 등록된 사회복지사는 약 26만명이다.

2022년부터 사회복지사 양성과정 커리큘럼 강화

‘사회복지사 및 개호복지사법’은 사회복지를 둘러싼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07년 법 개정을 통해 커리큘럼을 재정비 한 바 있다. 최근 다시 한번 포괄적 지원체제 구축과 지역사회 문제 해결력 강화라는 사회복지정책 기조의 변화에 따라, 사회복지사의 실천력 향상을 꾀하기 위해 양성 커리큘럼이 개정돼 2022년부터 실시될 예정이다. 새로운 사회복지사 양성 교과목 구성은 아래와 같이, 필수 이수과목 총 23과목, 교육시간은 1200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이수과목 재편과 통합적·실천적 교육의 강화가 주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사회복지사 양성 교과목 구성(개정 후 2022년부터 시행) * ( )는 교육시간

의학개론(30), 심리학과 심리적 지원(30), 사회학과 사회시스템(30), 사회복지의 원리와 정책(60), 사회복지조사의 기초(30), 소셜워크의 기반과 전문직(30), 소셜워크의 기반과 전문직{전문}(30), 소셜워크의 이론과 방법(60), 소셜워크의 이론과 방법{전문}(60), 지역복지와 포괄적 지원체제(60), 복지서비스의 조직과 경영(30), 사회보장(60), 고령자복지(30), 장애인복지(30), 아동·가정복지(30), 빈곤에 대한 지원(30), 보건의료와 복지(30), 권리옹호를 지원하는 법제도(30), 형사사법과 복지(30), 소셜워크연습Ⅰ(30), 소셜워크 연습Ⅱ(120), 소셜워크 실습지도(90), 소셜워크 실습(240)

 

개정된 과목 구성에서 눈에 띄는 점은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공생사회 정책에 발맞춰 다기관 협동에 의한 포괄적 상담지원체제 구축과 관련된 지식을 다루는 ‘지역복지와 포괄적 지원체제’ 과목의 신설이다. 기존의 지역복지론에 행·재정적 지원을 포함한 보다 통합적 관점을 강화한 과목이라 하겠다. 그 외에도 소셜워크 과목(≒실천론, 실천기술론)을 재구성하여 강의-연습-실습의 학습순환 강화, 정신보건복지사와의 공통과목 확대, 선택과목이었던 일부 과목 군을 모두 필수과목으로 전환하는 등의 과목 재편이 있었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사회복지현장실습의 이수시간을 기존 180시간에서 240시간으로 대폭 늘리고 실습기관도 기존에는 단일 기관이었지만 개정 후에는 반드시 두 곳 이상의 기관에서 실습을 받도록 한 점이다. 다양하고 복잡한 복지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실천력 배양을 위해 다직종·다기관 연계, 사회자원 개발 등에 대한 종합적인 학습이 가능토록 함이 그 의도라 하겠다.

한편, 이러한 변화는 사회복지사 양성대학, 학과의 실습지도 교육과정 편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면, 기존에 많은 대학들이 3학년 여름방학 혹은 겨울방학을 통해 집중적으로 현장실습을 하도록 편성하고 있지만 60시간이 늘면서 2학년 여름, 혹은 겨울학기, 그 외에 정규학기 중에도 실습을 일부 편성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현장실습 강화는 사회복지사의 실천력 향상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지만 이전보다 많은 실습생을 받고 지도해야 하는 현장의 업무 과중을 염려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사회복지 현장 실천·연습과목의 특징

일본의 사회복지사 양성교육의 특징은 ‘사회복지실습’ 과목 이수를 전후로 한 ‘사회복지 실습지도’라는 사전·사후 교육(90시간)을 별도 과목으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과목은 현장실습에 대한 사전교육과 사후교육으로 나뉘는데, 사전교육에서는 실습 목표 및 구체적인 달성 목표 설정, 기관에 대한 기본 교육 및 기관 방문 등의 학습이 이루어지고, 사후교육에서는 현장실습을 통해 체득한 사회복지실천기술·지식에 대한 점검과 함께 통합적 사회복지실천의 관점에서 타 기관 실습생과의 토론, 사례발표 등을 통해 배움을 체계화하고 전문적 피드백을 받고, 최종보고회 등을 통해 실습 성과를 보고하는 등의 내용으로 구성된다.

‘사회복지실습(240시간)’은 원칙적으로 실습지도교원이 매주 현장을 방문해 지도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실습 기간 중 반드시 1회는 방문지도를 하고 나머지는 학생이 학교에 와서 지도를 받도록 하는 방식이 허용된다.

한편, 실습 관련 과목과 연동해서 소규모 그룹지도방식을 통해 실천방법론 등을 학습하는 ‘사회복지 연습(총 150시간)’이 필수과목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사회복지실습 및 연습과 관련된 과목들은 수강정원 20명 이하의 소규모로 운영하도록 규정해 교육의 질을 확보토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교하면 현장실습 및 실천기술론 관련 과목의 비중이 상당히 크고, 체계적인 개별지도가 가능한 커리큘럼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복지사 배치기준 강화와 처우개선 필요

사회복지기관 등의 사회복지사 배치 현황을 보면, 위에서 살펴본 사회복지사 배출 인원이나 충실한 교육내용을 고려할 때 의외로 저조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2016년 기준 주요 사회복지시설(노인, 장애인, 아동 관련)의 상담원·지도원 중에서 사회복지사 유자격자 비율을 보면 기관별로 평균 14~29% 정도만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복지행정기관인 복지사무소의 경우도 약 13% 전후로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지역복지의 중추기관인 사회복지협의회도 7%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을 두고 있고, 사회복지기관 종사자가 사회복지사(2급 포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인 부분이라 하겠다.

이처럼 사회복지사 배치가 저조한 것은 일본은 사회복지기관·시설 종사자 배치 기준에 사회복지사를 반드시 배치해야 한다는 ‘필수 배치 규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고령자복지 관련 기관인 지역포괄지원센터만이 사회복지사 필수 배치가 규정돼 있다. 최근에는 사회복지직을 별도로 채용하는 지자체도 소폭이나마 늘고 있고, 의료기관이나 사회복지시설 등에 대해 사회복지사 배치 시 수가 인상이 적용되는 등의 인센티브로 인해 사회복지사 유자격자 채용이 늘어나고 있어 더디기는 하지만 점차 개선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일본의 사회복지 교육계는 사회복지사 전문성과 역량 강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사회복지분야에서 필수 배치를 요하는 자격증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전히 전문직으로서 사회적 지위를 공고히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사회복지계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 문제이며 심하게 표현하자면 사회복지교육의 모순이자 딜레마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사회복지사 평균 연봉은 정규직 기준 20대 284만엔, 30대 335만엔, 40대 407만엔, 50대 482만엔으로 전 직종의 평균에 비해 약 80% 수준이다. 보건복지영역의 타 직종(간호사, 약사, 물리치료사 등)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전문성과 업무의 중요성에 걸맞은 급여보장이 요구되지만, 이 또한 정책 입안자의 입장에서는 우선적 해결과제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듯하다. 관련 분야인 개호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개호복지사 등 케어직의 급여수준이 더욱 열악하다는 점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는 사회복지사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덜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대중이 공감하는 전문직으로 자리 잡기를

사일런트 푸어의 주인공 사토미는 소외된 주민들을 위해 매일 동분서주하며 때로는 다른 주민들의 쌀쌀한 눈빛과 오해를 받으면서, 때로는 관련부서 공무원들과 싸워가면서, 때로는 주말을 반납하고 내 삶은 뒷전으로 하면서까지 사람들을 돕는데 여념이 없다. 그런 모습이 일반 대중에게는 정 많고, 인간미 넘치는 정의의 대변자로서 드라마 주인공다운 모습으로 비칠 것이다. 하지만 같은 일을 하는 많은 사회복지사들에게는 치열한 현장의 모습이며 클라이언트를 지원하기 위해 분투하는 자신들의 모습과 오버랩 됐을 것이다.

사회복지분야, 사회복지사가 대중화되고 사랑받는 직업이 된다는 것은 사회복지계가 바라던 바이다. 하지만 ‘좋은 일 하는 사람’이라는 평가에서 그칠 게 아니라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대변하고 옹호하는 인권전문가, 협력과 연계를 통한 커뮤니티 활성화와 지역재생 전문가, 서비스 조정과 개발 등 사회서비스 전문가 등 각종 사회복지실천의 전문직으로 바라봐줬으면 하는 욕심을 내본다. 그런 전문성에 기반한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서라도 그에 상응하는 급여 등 처우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한일 양국의 사회복지사가 대중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전문직으로 더욱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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