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없이 다양한 프로그램 즐길 수 있기를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의 특성상 출·퇴근하는 직원 중 한 명이 감염되면 단시간에 병원 내 집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몇 달 동안 직원들은 일주일에 2회씩 필수적인 코로나19 감염병 선제 검사를 진행했고, 최근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나 또한 요양병원 종사자라는 책임감과 동시에 무거운 부담감을 갖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이 유행하기 이전만 해도 행복요양병원에는 매일 음악회, 미술치료, 실버레크리에이션, 그리고 동물 매개치료 등 외부 봉사자들의 재능나눔으로 신나고 활기찬 다양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이 진행되곤 했다.

환자들은 “오늘은 어떤 프로그램이에요? 난 음악회가 가장 좋아요. 음악을 들으면 너무 신나~”라면서 재활치료를 받으며 힘들었던 심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했고 “난 색칠을 하면 다른 생각이 안 들어서 미술치료 시간이 제일 좋아요~”라며 오랜 병원생활의 무료함을 떨쳐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외부인의 원내방문이 제한되고 모든 집합 프로그램과 행사가 중단됐다. 답답하고 불편한 마스크로 얼굴의 반을 가리며 보고 싶었던 가족들의 손을 한번 맞잡아보지도 못한 채 창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하고 있다. 이렇게 환자와 직원 모두는 당연하게 해왔던 것을 하지 못하며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 이전과 이후로 병원생활이 크게 나뉜 것이다.

미용사가 되다

코로나19로 지원봉사자 출입이 제한돼 직접 이·미용에 나선 심미지 사회복지사
코로나19로 지원봉사자 출입이 제한돼 직접 이·미용에 나선 심미지 사회복지사

코로나19 이전에는 매월 8팀의 자원봉사자들이 방문해 280여 명의 환자 머리를 깔끔하게 단장해 줬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로는 외부인의 원내 출입제한으로 인해 장발이 되어가는 환자들의 불편함과 불평이 가득했다.

환자들은 “밥만 먹고 머리만 기나벼~”, “환자는 머리가 깔끔해야 하는데... 어떻게 방법이 없슈?”하며 1층으로 내려와 한마디씩 불평을 하고 올라갔고, 간병 보호자들은 “머리 자르러 언제 와요? 우리 어머님 머리가 벌써 이만큼 자라서 귀신가텨요~”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미용이 진행될 때면 옆에서 자원봉사자 관리를 했던 내가 두 손을 걷어붙이고 직접 미용사가 되어 보았다. 아무리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지만 처음 해 보는 거라 유튜브나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보고 공부도 하며 ‘실수하지 말아야지’라는 큰 부담감을 갖고 서툰 솜씨로 한 분 한 분머리를 해 드렸다. 환자들은 날이 갈수록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며 용기도 불어 넣어주고 “사회복지사 때려치우고 미용사 하러 가면 안디야~”하며 장난도 치곤하셨다.

이·미용을 하고 난 날이면 허리도 어깨도 너무 아팠지만 머리를 깔끔하게 단장한 후 환한 표정을 짓는 환자들을 보면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동안 아무런 대가나 보상을 바라지 않고 오직 환자들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애써준 수많은 자원봉사자에 대한 존경과 감사함, 그들의 소중함을 몸소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창문을 통해 전해지는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

보호자들의 응원과 격려 메시지
보호자들의 응원과 격려 메시지

코로나19 감염병이 유행하면서 요양병원 입원환자와 보호자 사이에는 이산가족 현장과 다름없는 그리움과 애틋함이 공존했다. 확진자 수가 급증하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했고, 창문을 사이에 두고 진행되던 비대면 면회조차 어렵게 됐다.

하루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코로나19 관련 기사와 일일 확진자 수를 확인하며 울적한 마음으로 출근했는데 병원 앞 통유리 창문에 눈이 갔다. ‘여러분이 진정한 슈퍼히어로’, ‘행복병원이어서 행복합니다. 함께 이겨내요~!’, ‘행복요양병원이 있어 우리는 힘을 얻습니다’ 등 알록달록 포스트잇에는 직원들을 위한 응원과 격려 메시지로 가득차 있었다.

가족을 만날 수 없는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을 위해 애쓰는 직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모든 직원의 이름 한 글자 한 글자 써서 응원해 주는 보호자들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했고, 다시 한번 이 직업에 큰 자부심을 가지며 울적했던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중앙정원, 치유의 공간

우리 병원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병원 내에 중앙정원이 있다는 점이다. 중앙정원은 환자를 위한 힐링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직원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마음이 힘들고 업무가 고단할 때 이곳에 와 물레방아 물소리를 들으며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신기한 치유의 공간이라 환자뿐만 아니라 나 또한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사방이 탁 트인 이곳에서 음악회를 진행하면 코로나19로 인해 우울하고 답답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환자, 직원 모두가 힐링 할 수 있는 시간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들은 병동 유리창을 통해 중정을 내려다보고 열린 창문을 통해 음악을 감상하면 되기에 감염 위험 걱정도 없었다.

“창문 열고 옆 환자 간 거리 유지하며 마스크 필히 착용 후 음악회를 감상해 주세요.”

2층부터 5층까지 병동을 몇 번을 돌며 소리쳤다.

“아휴, 너무 기다렸는데 드디어 보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공연이 진행됐고 재즈음악이 중앙정원과 병원 밖으로 울려 퍼졌다.

휠체어와 함께 병동 로비 창문 앞에 자리를 잡고 소녀처럼 물개박수를 치는 분, 감동 가득한 눈빛으로 공연을 즐기는 분, 동영상을 찍어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전달하는 분 등 많은 환자들이 함께 공연을 즐기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 뭉클한 시간이었다.

코로나19 이전처럼 병원 내에 늘 신나고 흥 넘치는 음악이 울려 퍼지고, 불편하고 답답한 마스크 없이 환자들과 다양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이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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