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노동자로 중요성 부각됐지만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낮아

정찬미 서울요양보호사협회 부협회장
정찬미 서울요양보호사협회 부협회장

11년 차 요양보호사인 필자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데이케어센터에서 8년째 일하고 있다. 데이케어센터는 아침에 어르신들을 모시고 왔다가 저녁에는 집으로 모셔다드리는 장기요양기관으로, 요양보호사 한 명당 대상자 일곱 명을 케어하고 있다.

우리가 돌보는 어르신들은 언제 돌발행동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날마다 긴장의 연속이다. 코로나19 이후 감염병 우려로 인해 어르신들도 모두 실내에서 마스크를 써야 하는데 수시로 마스크를 벗어 감추거나 턱에 걸치고 있기도 한다. 그때마다 다시 마스크를 올려드리는 것도 우리의 일이 되었다.

요양기관 종사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매번 선제 검사를 해야 했고, 코로나19 백신도 면역이 약한 어르신을 돌보는 요양보호사가 어르신보다 우선 접종 대상이었다. 낯설고 두려운 감염병 시대에 의료진만큼이나 일선의 현장에서 멈출 수 없는 노동, 일상의 유지를 위한 필수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요양보호사들이다.

처우개선비 폐지, 장기근속수당은 누구를 위한 것?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작된 지 13년이 다가오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무색할 정도로 현장 요양보호사들의 처우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일한 지 10년 된 사람이나 1년된 사람이나 경력이 인정되지 않고 급여가 최저임금 수준으로 똑같다.

국가자격증을 취득해 돌봄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 오래 근무하며 현장에서 숙련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경력직 요양보호사들에게는 맥이 풀리는 처우다. 방문요양보호사들의 평균임금은 90만원 남짓이다.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요양보호사들에겐 너무나 낮은 임금이다. 그래서 두 가구 이상 방문해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들이 많은데 점심을 먹을 데가 마땅치 않아 굶거나 간단한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

정부에선 요양보호사들에게 지급하던 처우개선비를 없애고 장기근속수당을 만들어 지급하고 있다. 3년 이상 사회복지시설에 계속 근무하는 장기요양요원들에게 지급되는 수당인 것이다.

시설이나 사회서비스원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들은 조금은 안정된 일자리에서 장기근속을 할 수 있어 장기근속수당을 받을 수 있지만 방문요양보호사들은 자의적 퇴직이 아니라 수시로 일자리가 중단되기 때문에 장기근속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센터에 대상자가 없으면 일자리가 중단돼 대상자가 있는 다른 센터로 옮겨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선 현장의 실태를 조사해보고 한 기관 근속근무자가 아니라 같은 직종에서 일하면서 어쩔 수 없이 기관을 옮겨 일하는 방문요양보호사들에게도 경력을 인정해 주고 장기근속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이후 부각된 요양보호사들의 고충

코로나19 감염병 시대에 요양보호사들은 많은 어려움을 경험했다. 언론에서는 요양병원 감염실태를 보도하면서 종사자가 감염원이 된듯한 보도를 연속 방영하고 있었다. 보호자들은 두 군데 옮겨다니며 일하는 요양보호사에게 감염의 우려가 있으니 자기 집 일만 해달라고 요구 아닌 압박을 하고 하루아침에 일을 그만두라고 해 실직자가 된 경우도 많다.

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니, 코로나19로 인한 요양보호사 일자리 중단이 20.8%, 부분 일자리 중단은 76.2%나 됐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요양보호사들은 언제 일자리를 잃을까 항상 불안하다. 대상자 어르신이 병원이나 요양원에 입소하면 하루아침에 일자리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시작돼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때 감염병 우려가 가장 높은 기저질환자를 대면 서비스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들은 약국에서 2매씩 판매하는 마스크를 살 시간도 없이 근무를 마치고 약국에 가면 마스크가 떨어졌다는 소리만 듣고 집에 돌아와야 했다. 한 요양보호사는 천마스크에 키친타월을 두 세장 오려 넣어 쓰고서 숨도 쉬기 힘든 상황에서 돌봄서비스를 제공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지속되자 정부에선 요양보호사를 필수노동자 직군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비롯한 방역 물품은 지속적으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요양보호사들은 천마스크를 삶아쓰기도 하고 애꿎은 손만 씻고 또 씻으며 일하고 있다. 돌보는 사람이 건강해야 돌봄을 받는 사람도 건강할 수 있다. 정부에서 추가예산을 배정해 최소한의 방역물품이라도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양 현장의 특수한 문제들

요양 현장의 성폭력, 성희롱 사태는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성희롱 경험자는 42.4%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서울시의회에서 요양 현장 성희롱·폭력대책 마련 토론회가 열렸다. 요양 현장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특히 1:1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들은 성희롱이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현실이다. 대책이 시급하다.

예방책으로는 2인 1조 서비스 제공 환경 조성과 상습적인 성희롱을 멈추도록 대상자 및 보호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요양보호사 대상 성폭력 상담센터를 설치해 피해자들이 심리상담을 받아 치유하도록 하고, 현장 실태조사를 통해 예방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나 지자체는 적극적으로 예산을 반영해 요양보호사의 성희롱 문제 근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요양보호사는 일하다 다쳐도 산재로 인정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이 어렵다. 10년 이상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근골격계 질환이 생겨났고, 손을 쥘 수가 없어 글씨 쓰고 식사할때도 고통스러워 병원에 가면 수술을 권한다고 한다. 수술을 하면 일을 할 수 없기에 고통스럽지만 참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와상환자를 목욕시키기 위해 어르신을 들어 욕조로 옮기다 허리를 삐끗해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린 요양보호사는 함께 일하는 요양보호사에게 자기가 잘못해서 다친 것 같아 미안해하며 자비를 들여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한 요양보호사는 업무 중 겨울에 대상자 약을 처방받으러 가다 빙판에 미끄러져 손목이 골절되고 허리를 다쳤다고 한다. 산재보험을 몰랐던 요양보호사는 병원비가 너무 많이 나올까 봐 골절된 손목 치료만 병원에서 받고 허리는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물리치료도 받았는데, 3일 정도 지나 업무 중 다친 것은 산재보험 적용이 될 거라는 말을 듣고 근무하는 센터에 신청해 산재처리가 되었다고 한다.

황당한 것은 같은 날 다쳤는데 골절된 손목만 산재처리가 되고, 허리는 안됐다고 한다. 이유는 노화로 인한 허리 통증이라는 것이었다. 이 외에도 산재신청 절차에 대해 잘 모르거나, 너무 복잡해서 개인이 신청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어 자비를 들여 치료받거나 복대를 차고 고통을 견디며 일하는 요양보호사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요양보호사들은 업무가 끝나고 물리치료도 받고 통증 치료도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지자체에 한 곳이라도 지정되어 있다면 좋겠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돌보는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돌봄을 받는 사람도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작된 지 13년이 되었지만 대상자나 보호자, 일반 국민들도 요양보호사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족 중 누군가가 아파서 장기요양등급을 받게 되면 아는 사람이나 복지 공무원에게 간단한 설명만 들어서인지 파견된 요양보호사에게 ‘아줌마’, ‘집에 와서 일하는 사람’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업무에 대한 표준 매뉴얼이 제공되지 않아 대상자 외에 가족의 가사까지 떠맡기기도 한다. 한 방문요양사는 대상자 외에 다른 가족들의 가사일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다음날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공중파 방송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보호사 인식개선 캠페인이 실시됐을 때 호칭 문제가 개선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잘 정착되고 좋은 일자리, 좋은서비스가 되려면 방송 매체를 통한 지속적인 홍보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체감 가능한 돌봄노동자 지원사업 구현되길

요양보호사의 처우와 현실은 여전히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지만, 현장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들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연차와 함께 현장 경력이 더해지고 그만큼 노하우와 전문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어르신을 돌보며 행복하고 건강한 일상을 함께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요양보호사 스스로 자긍심을 가지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한다.

2017년 서울지역 요양보호사들이 모여 만든 당사자 조직인 서울요양보호사협회는 ‘2019~2021 서울시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종합계획’이 발표될 수 있도록 정책 제안을 주도했고, 현장 요양보호사들을 위해 서울시가 최초로 설립한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맺어 교육권·건강권·노동권 등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울지역 요양보호사들은 현장에서 일하면서 지역별로 설치된 요양보호사 쉼터를 통해 가까운 곳에서 교육도 듣고 동료들과 함께 쉼을 가지며 소통하고 있다.

특히, 자치구별로 모임을 만들어 월 1회 요양 현장의 현안과 직업전문성 강화를 위해 주제별 토의를 진행하거나 정보를 교류하고 있으며, 25개 자치구 중 22개 자치구에서 ‘요양보호사 지위 향상 및 처우개선에 관한 조례’ 제정을 주도해왔다. 이밖에 필수노동자 지원 강화를 위한 정책 제안, 지역별 요양보호사 포상 제안, 유관기관 네트워크를 통한 후원물품 지원 및 개별 사례관리 등 활동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2년까지 요양보호사 등 장기요양기관 종사자를 위한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를 전국에 17개 설치한다고 한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가 확산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이는 전국 각 지역의 요양보호사들의 실질적인 처우개선과 현장이 체감하는 돌봄노동자지원사업이 구현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요양보호사협회는 요양보호사의 처우개선뿐만 아니라, 요양보호사의 자긍심과 전문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장의 요양보호사들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좋은 돌봄을 고민하는 현장조직을 더 크게 발전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현장에서 오늘도 애쓰고 있는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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