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연금 시스템을 보유한 국가 네덜란드는 최근 평균수명 증가에 따라 노년층의 노동 참여를 촉진하면서 연금 수령 시기를 단계적으로 연장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연금제도에 대해 알아본다.

글로벌 연금지수의 컨설팅 회사인 메르세르 사의 발표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3년 연속 세계 최고의 연금 시스템을 보유한 국가로 기록됐다. 2위는 덴마크, 3위는 호주였다. 메르세르의 글로벌 연금지수는 전 세계 39개국 연금의 적절성, 미래 보장성 및 무결성을 기본으로 연금 시스템을 평가해 국가마다 점수를 매긴다. 네덜란드와 덴마크 두 개의 국가만이 유일하게 퇴직 후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연금을 보장받는 나라로 A등급을 받았다.

이 계산 방법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2019년 80.3점을 획득했고, 2018년에는 81점을 획득했는데 특히 무결성에서 88.3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다른 2개의 분석에서도 상위 3위 안에 들었는데, 경제 성장과 노동 참여의 증가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평균수명 증가에 따라 네덜란드는 노년층의 노동참여를 촉진함으로써 연금 수령 연령대를 지연시키고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자문단은 밝혔다. 메르세르에 따르면 가구당 저축을 증가시키고 부채를 줄이면 총 점수가 더 높아질 수 있다.

네덜란드의 연금은 국민연금인 아오베(AOW), 고용주를 통해 적립되는 연금 및 본인이 적립하는 개인연금의 세 가지로 구성된다. 또한 다른 형태의 연금으로는 유족연금, 파트너 연금 및 장애 연금 등이 있다.

국민연금 아오베(AOW)

국민연금인 아오베는 네덜란드에 거주하거나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연금으로, 정부가 국민을 위해 적립하는 기본 연금이며 이를 사회보장이라고도 칭한다. 15세부터 네덜란드에서 거주하거나 일하는 국민은 매년 2%의 연금을 적립한다. 15세에서 65세까지 50년 동안 네덜란드에 계속 거주하거나 일하는 경우 100%의 국민연금을 받으며, 네덜란드에서 거주하거나 일하지 않은 해마다 국민연금이 2% 감소한다. 1인 거주자의 연금은 최소 연봉의 70%이며, 배우자가 있는 사람의 연금은 최소 연봉의 50%이다.

네덜란드는 평균수명 연장에 따라 연금 수령 연령을 연장하고 있다. 2017년까지 국민연금 수령 연령은 만65세였으며, 2018년부터 만66세, 2024년부터는 만67세다. 평균수명이 1년 연장되면 연금 수령 연령은 8개월 연장된다. 고용주 연금은 2014년 만65세에서 만67세로 변경됐다.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연령이 되어서도 근무를 지속하는 사람에게는 세금혜택이 있으며, 국민연금은 월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별도로 받는다.

조기 퇴직

네덜란드 정부는 조기 퇴직을 장려하지 않기에 2005년부터 조기퇴직제도(RUV)에 ‘조기퇴직 부과금제’를 도입했다. 고용주는 직원들의 조기 퇴직을 고려해 사전에 조기퇴직보험금을 적립하는데 조기 퇴직 시 이 최종 금액의 52%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예를 들어 조기퇴직 적립보험금이 10만 유로면, 조기퇴직부과금이 5만2000유로가 부과된다.

연금 공백

고용주는 근로자가 실직 등으로 국민연금 적립을 하지 못한 공백 기간을 면세로 적립하도록 해줄 수 있다. 또한 근로자 스스로 사회보험은행을 통해 국민연금의 공백 기간을 적립할 수 있다. 네덜란드 이외에 다른 나라에서 거주하며 노후를 보낼 계획이거나, 다른 나라에 거주하다가 늦게 네덜란드로 이주한 경우도, 거주한 지 10년 미만일 때 연금 공백을 지원받아 적립할 수 있다.

고용주 연금

고용주 연금은 급여의 일부를 회사가 따로 적립하는 것으로, 네덜란드 기업의 90%가 이 혜택을 근로자에게 제공하며 일반적으로 연금 재단이나 보험회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대부분은 총 금액의 3분의 2를 기업이 지불하고, 3분의 1은 근로자 월급에서 지불한다. 고용주 연금에는 평균 급여 체계와 최종 급여 체계가 있다. 평균 급여 체계는 퇴직 후에도 급여를 받고 일할 때와 마찬가지의 평균 연봉을 받는 것을, 최종 급여 제도는 마지막 급여에 해당하는 연금을 수령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고용주 연금도 마찬가지로 연간 약 2% 이상을 적립해, 35년 동안 근무하면 퇴직 후 70%를 수령한다. 이 외에도 해당되는 국민연금을 수령함으로써 노년에 사용할 연금은 충분하다.

연금재단에 의해 운영되는 고용주 연금은 경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하락 및 이자율 하락에 따라 네덜란드의 4대 주요 연금재단은 모두 자금 부족 문제에 처했다.

공무원 연금재단인 아베뻬(ABP)는 2021년 연금 보상률을 88.2%로, 의료봉사자 연금재단인 뻬페제베(PFZW)는 연금 보상률을 88.5%로 발표했다. 이는 재단이 미래에 지불해야 할 연금이 100유로라면 보유자금은 88.2유로 혹은 88.5유로라는 것을 의미한다. 각 재단에 따라 근로자들의 개인부담금이 향후 7%, 10% 혹은 20%까지 상승할 수도 있으나 이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201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벌어진 연금 시위
201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벌어진 연금 시위

연금 시위

주변국이 모범으로 삼고자 하는 연금 시스템을 가진 네덜란드에도 노조단체 주도의 연금 시위가 거의 매년 행해지고 있다. 201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담 광장에는 수천명의 노조단체 페프엔베(FNV)와 쎄엔베(CNV)와 시민들이 집합해 연금 수령 연령을 만66세로 고정할 것과 경제부흥이 국민들에게도 골고루 배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1년에는 온라인 시위로 진행됐는데 노조단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네덜란드 국민이 ‘만67세까지 일하는 것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노조, 고용주 및 정부 3자는 올해 1년 간의 긴 협상 끝에 동의안을 만들었다. 2021년 12월 31일까지 연금 기금 보장률이 90%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 연금이 삭감되지 않는다는 데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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