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서울 노원구에서 전국 최초로 협동조합형 유치원이 문을 열었다. 해당 유치원 학부모들이 사회적협동조합을 결성하여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방식의 유치원이 처음으로 개원한 것이다.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 설립·운영 규정」에 의하면 원래 설립주체가 단독으로 소유한 시설 및 건축물에만 사립유치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1호 협동조합유치원 개원을 준비한 학부모들의 노력으로 사립유치원 설립주체가 사회적협동조합인 경우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 소유의 건물을 임대하여 유치원 운영이 가능하도록 해당 규정이 바뀌었다. 이렇게 협동조합유치원이 첫 발을 뗀 이후 2020년에는 경기도 화성시에 또 다른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2호 협동조합유치원을 개원하였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 따르면, 협동조합이란 조합원들 공통의 경제·사회·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사람 중심의 사업체이다. 우리나라 「협동조합기본법」에서 정의하는 협동조합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을 말한다. 또한 동(同)법에 따라, 사회적협동조합이란 협동조합 중 지역주민들의 권익·복리 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거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협동조합을 말한다. 따라서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협동조합유치원은 유아교육을 제공함에 있어 영리를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원비(院費)는 낮추면서, 학부모와 교사 등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투명성도 갖출 수 있다. 2018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부 사립유치원의 비리 사건으로 인해 유치원 공공성 강화가 교육계에서 매우 중요한 숙제로 떠오른 가운데, 협동조합유치원이 교육 공공성 강화의 한 대안으로써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이다.

이 글에서는 협동조합유치원이 잘 정착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스페인의 대표적인 협동조합인 ‘그레도스 산 디에고 협동조합(이하 GSD협동조합)’과 우리나라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을 차례로 살펴본다.

△ 스페인 그레도스 산 디에고(Gredos San Diego) 협동조합

‘GSD협동조합’은 교사와 교직원이 중심인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이들은 1985년 조합을 설립하고 1994년 협동조합학교를 개교하였다. 이후 다른 협동조합을 흡수·합병하거나 새로운 협력모델을 구축해 현재 ‘GSD협동조합’은 마드리드 지역에 8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은 영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모두 약 15000명이다. 교사 및 교직원은 약 1500명이고 이 중 약 1100명이 조합원으로서 학교의 공동주인이다.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근무 후 25000유로를 출자금으로 내야 한다. 협동조합학교이지만 재정의 40~60%는 지방정부로부터 지원 받는다. 마드리드의 상위 사립학교가 한 달에 700유로를 받는데 비해, ‘GSD협동조합’ 학교는 140유로만으로 사립학교와 비슷한 수준의 방과 후 프로그램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GSD협동조합’ 학교는 설립 시부터 지역에 필요한 교육을 제공한다는 공공성을 중요하게 여김에 따라 학교시설을 최대한 활용해왔다. 맞벌이 가정을 고려하여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학교를 운영한다. 아침 일찍 오는 학생들을 위해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학생들의 정규 교육과정이 끝난 오후 5시부터 8시까지는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저녁 8시 이후부터는 지역주민을 위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8개 학교 중 7개교가 4개월부터 6세까지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보육과 유아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운영시간은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나, 가족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오전(7시 시작)과 오후(6시 30분까지) 모두 연장이 가능하다.

‘GSD협동조합’의 미션과 비전은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헌신하고, 사회적경제 모델로 고용을 창출한다는 점을 핵심으로 한다. 학교 운영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으로 학교시설을 개선하거나 일자리를 창출한다(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 2019. 11). 혁신과 발전을 위한 지속적 노력의 일환으로 ‘GSD협동조합’은 다른 협동조합들과 협력하여 ‘GSD협동조합 그룹(GSD Cooperative Group)’을 만들었다. 교육뿐만 아니라 주택, 의류, 예능 분야의 다양한 협동조합과 협력하면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탄탄하게 구축하여 유지하고 있다.

△ 우리나라 협동조합어린이집

우리나라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은 1994년 ‘공동육아협동조합’이 ‘공동육아어린이집’을 운영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린이집 설치 근거 법령인 「영유아보육법」에 협동조합어린이집을 명시한 것은 2004년 동(同)법을 전면 개정했을 때이다. 당시 법령은 ‘부모협동어린이집’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보호자들이 조합을 결성하여 설치·운영하는 어린이집으로 정의하였다. 근거 법령에서 협동조합어린이집을 다른 유형의 어린이집과 분리하여 정의함에 따라 2005년 보육통계에서부터 협동조합어린이집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2005년에는 42개의 협동조합어린이집이 있었고 0~7세 933명이 이용하고 있었다(보건복지부, 2020).

2016년 개정된 「영유아보육법」은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의 정식 명칭을 ‘부모협동어린이집’에서 ‘협동어린이집’으로 바꾸고, 보호자 또는 보호자와 보육교직원이 조합(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조합에 한정한다)을 결성하여 설치·운영하는 어린이집으로 정의하였다. 조합원의 범위에 부모뿐만 아니라 보육교직원까지 포함하면서 「협동조합기본법」 상 사회적협동조합이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정비한 것이다. 2020년 기준 사회적협동조합 또는 조합에서 운영하는 ‘협동어린이집’은 152곳(전체 어린이집 중 0.4%)에 이른다. 이용아동 수는 3716명(전체 어린이집 이용아동 중 0.3%)이다(보건복지부, 2020).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을 탄생시켰던 ‘공동육아협동조합’의 성과는 첫째, 보육의 공공성 강화, 둘째, 부모들 간, 부모와 교사 간, 어린이집과 지역사회 간 공동체성 증진, 셋째, 부모가 단지 서비스 수혜자가 아니라 참여주체라는 인식 강화를 들 수 있다. ‘공동육아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다른 조합들이 상호 교류하고 지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연대해온 점, 교육철학을 공유하고 동일한 교육프로그램을 채택한 점, 후발 주자들에게 협동조합어린이집 설립과 운영 컨설팅을 꾸준히 해왔던 노력 덕분에 이와 같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정영화, 2019. 1. 10).

△ 협동조합유치원 활성화 방안

첫 번째는 네트워크이다. 협동조합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개개의 협동조합이 연결되고 서로 지원하면 수익성이 증가하고 협동조합 지속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은 이미 여러 차례 강조되어왔다(신명호, 이아름, 2013; 정태인, 이수연, 2013). 협동조합 간의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협동조합이 네트워크를 맺으면서 생기는 조합원과 종사자들 간 네트워크도 긍정적 힘을 만든다. 네트워크를 확대함으로써 상호 신뢰를 형성하고 이는 나아가 네트워크의 외부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스페인 ‘GSD협동조합’의 성공요인 중 하나는 다른 협동조합과 합병 또는 협력하여 학교를 운영해왔고 따라서 더 많은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주민들과 ‘GSD협동조합’의 미션과 비전을 공유해왔던 점이다. 또한 ‘GSD협동조합’은 분야가 다른 협동조합들과 함께 ‘GSD협동조합 그룹’을 창립함으로써 서로가 서로의 조합원이 되어 협동조합에 우호적인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우리나라 협동조합형 어린이집 사례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조합들 간의 연대활동은 민간 주도의 모델이 제도화되고 안착할 수 있었던 큰 요인이다. 협동조합형 유치원이 단기간에 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협동조합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조합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협동조합과도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것이다. 가령, 위탁급식업체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정하는 방안 등이 있다.

다음으로, 제도적으로 협동조합형 유치원을 분리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유아교육법」 상 유치원은 국립, 공립, 사립으로 구분하고, 협동조합유치원은 사립에 속한다. 사립유치원은 법인 또는 사인(私人)이 설립·경영하는 유형이고, 법인이 설립한 유형에 협동조합유치원이 해당한다. 그러나 일반 법인과 사회적협동조합이 설립한 유치원은 다르다. 서울시는 앞으로 협동조합유치원을 공영형으로 지정하고 재정 지원계획을 밝혔지만 협동조합유치원이 공립유치원인 것도 아니다. 따라서 사회적협동조합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협동조합유치원을 「유아교육법」에 분리·설명함으로써 제도적 지원의 발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을 분리하도록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한 이후 협동조합어린이집이 증가했던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협동조합유치원의 규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리라 본다.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협동조합에서 조합원의 자발적인 참여는 필수이다. 그런데 협동조합은 규모의 확대로 인하여 집단적 의사결정비용, 경영자대리인비용, 그리고 조합원의 참여문제 등 조직운영과 비용 측면에서 크게 영향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조합원의 이질성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협동조합의 규모가 커지면 조합원의 조합운영 참여도가 낮아질 수 있다(장종익, 2011). 규모화에 따른 운영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소규모의 사립유치원에 한해 협동조합유치원 전환을 유도하고 지원하는 것이 협동조합유치원의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국제협동조합연맹. https://www.ica.coop/en.

보건복지부. 2020. 2020년 보육통계.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 2019. 11. 협동조합 학교와 학교공간 혁신 방안 연구를 위한 공무국외활동 보고서.

신명호, 이아름. 2013. 원주 지역 협동조합의 생성과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정신문화연구, 36(4), 31-57.

장종익. 2011. 협동조합의 규모화와 조직전략. 한국협동조합연구, 29(2), 17-38.

정영화. 2019. 1. 10. 협동조합 어린이집 제도화의 성과와 한계. 협동조합 유아교육기관 제도화와 공공성 강화를 위한 토론회 자료집.

정태인, 이수연. 2013. 협동의 경제학. 서울: 레디앙.

한겨레. 2018. 11. 19.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70878.html.

GSD협동조합. https://www.gsdeducacion.com/Inicio.as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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