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초고령화 사회로 가는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독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9년까지 20세 이하 인구는 22%에서 18%로 감소한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15%에서 22%로 증가했다. 2030년에는 전체 인구의 약 28%를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자 인구 증가에 따라 독일 정부는 노인들의 주거복지 문제와 돌봄·요양 서비스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인들이 어떤 주거형태에 거주하며 이에 따른 정부의 지원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독일 노인의 다양한 주거형태

1) 고령자 맞춤형 주거주택으로 개조

주거형태는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고령자가 가장 선호하는 것은 자택 거주이다. 통계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의 93%가 자기 주택에 계속 거주하고 싶다고 한다. 이 같은 선호도에 따라 정부는 기존에 살고 있는 주택을 고령자 주거에 적합하게 개조할 수 있도록 대출 승인을 해주고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연방정부에서 운영하는 ‘고령자에 적합한 개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최대 5만 유로(약 6700만원)를 10년 안에 상환하는 조건으로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한 2017년 1월 1일 자로 개정된 요양보호법에 의해 요양등급을 취득한 자가 거주 편리성을 목적으로 주택을 개조할 때 사회법전 11권 양호보호법 40조항에 따라 개인당 최대 4000유로(약 540만원)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견적 조사에 의거해 지원금을 취득한 후 실제 발생한 주택개조 비용이 지급 액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잔여금은 반환해야 한다.

요양등급을 취득한 4명이 공동으로 거주하는 주택을 개조할 때는 최대 1만6000유로(2200만원)까지 보조받을 수 있다. 지원금 제도는 자가 소유자뿐만 아니라 월세거주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독일 민법 554a조에 따라 장애인·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의 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물리적 장애물을 없애기 위한 목적으로 세입자가 소유주에게 주택 개조를 요구할 수 있다.

요양보험회사가 주택개조와 관련된 지원금 신청을 담당하며 관련 정보는 요양·수발 지원센터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이 기관은 독일 전국의 주요 도시에 설치돼 있으며 요양등급을 취득하기 위한 서류 준비, 환자·가족 상담, 고령자 주택개조 지원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고령자 적합 주택으로 개조할 수 있는 건축 항목은 <표>와 같다.

2) 노인복지주택 거주

독일 부동산회사 Gewag에서 제공하는 노인복지주택 모습(출처 : https://www.gewag.de/extras/betreutes-wohnen)
독일 부동산회사 Gewag에서 제공하는 노인복지주택 모습(출처 : https://www.gewag.de/extras/betreutes-wohnen)

고령자 맞춤형 주택 개조가 용이하지 않거나 요양·돌봄서비스를 더 편리하게 받고 싶은 경우에는 노인복지주택 거주를 선택할 수 있다. 독일의 각 지방정부에서는 기존의 주택단지를 노인이 거주하기 편리한 곳으로 재개발하는 프로젝트를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노인복지주택은 TÜV(기술검사협회)의 검사를 통해 활동에 제약을 받는 거주자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받아야 한다. 입주민은 최소 60세 이상, 스스로 혹은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주택은 방, 발코니, 부엌, 욕실, 지하실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고 개인의 독립적인 생활을 보장한다. 이밖에도 주민들의 친목도모를 위한 카페를 운영하고, 기타 편의시설로 도서관 및 체력단련시설을 갖추고 있다.

노인복지주택은 시내 중심가로 접근이 용이한 대중교통이 발달한 곳에 위치해야 한다. 또한 병원, 약국, 슈퍼마켓, 은행, 우체국 등 주변에 편의시설이 있고 산책할 수 있는 공원에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지, 취미활동과 사교를 위한 노인복지관과의 접근성이 좋은지, 응급 상황 시 구급차를 위한 충분한 주차공간이 확보되었는지 등도 고려되어야 한다.

담당기관과 연결돼 편리하게 재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 노인복지주택이 가진 큰 장점이다. 독일 통계청이 2020년 12월 발표한 돌봄·요양 통계조사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돌봄·요양 서비스가 필요한 노인이 약 400만명 증가했다. 이들의 상당수가 요양시설이 아닌 독립된 생활공간에 거주하면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기 원하기 때문에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노인복지주택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2020년 조사를 기준으로 독일에는 총 7056개의 노인복지주택단지가 있으며, 이는 2018년보다 약 9.5% 증가한 것이다. 현재 800여 개의 주택이 증축 중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공급량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3) 노인 전문요양시설 거주

중증질환, 거동불편 등으로 인해 자가 주택 혹은 노인복지주택 거주가 불가능하고, 집중 요양·돌봄 서비스가 필요할 경우 대안은 노인 전문요양시설 거주이다. 요양보험등급을 받은 경우 시설 거주 비용은 요양보험회사에서 최대 2005유로(약 270만원)까지 보조한다.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지만 요양시설 거주 평균 비용은 약 3000유로(약400만원)다. 따라서 요양보험회사가 보조해 주는 비용을 제하고 국민연금과 본인 자산 및 기타 수입으로 나머지 비용을 충당한다.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대상자가 시설에 입주해야 하는 경우 사회복지청이 전체 비용을 부담한다. 또한 수급자에게는 사회복지법 12권 27b항에 따라 거주비용 이외에 기타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보조금으로 한 달에 109.08유로(약 15만원)가 지급된다.

노인 전문요양시설은 한 방에 1인 혹은 2인이 거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각 지방정부마다 규정은 다르지만 대다수가 1인실 거주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에서는 2018년 개정된 법에 따라 기존에 지어진 시설은 전체의 80%를 1인실로 제공해야 하며, 새로 짓는 시설은 전부 1인실로 건설해야 한다.

독일 연방정부의 주거복지 프로젝트

위에서 언급했듯이 독일 노인들은 시설로 가서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익숙한 집에서 여력이 닿는 날까지 생활하고 생을 마감하기를 원한다. 이들을 위해서 독일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는 노년의 삶을 자기집에서 보내기 위해 도움을 주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행해 왔고, 현재도 추진 중에 있다. 프로젝트의 비용은 독일연방 예산 규정 제23조와 44조의 ‘프로젝트에 대한 공적인 지원’에 의거해 지급하고 있다.

2020년 10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진행되는 ‘Lebens wie gewohnt(기존에 살았던 것처럼 살기)’ 역시 과거 프로젝트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건설·부동산 회사, 주택 협동조합 등이 기존의 주택을 고령자맞춤형 주거공간으로 탈바꿈하는 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프로젝트에 착수한 시행사는 건물 내·외부의 공간을 고령자 입주민이 이동과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개조한다.

아날로그에 익숙한 노인들이 디지털화된 소통 창구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프로젝트 내용에 포함된다. 요양보호사, 담당 주치의, 가족, 노인복지 단체와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연결 네트워크를 자택에 설치해 주는 것이다. 이밖에도 입주민을 대상으로 자동차, 전기자전거를 쉐어링 하는 서비스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면서 이동의 편리성을 제공할 수 있다.

다른 프로그램인 ‘Sterben, wo man lebt und zu Hause ist(죽음의 순간까지 집에서 살기)’는 중증의 병에 걸린 고령자가 시설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치료 및 보호를 받으며 자신이 살아왔던 공간에서 생을 마감하게 하는 것이다. 이 역시 2020년 10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진행되며 핵심 내용은 호스피스와 연명치료를 집에서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인력 확충, 환자를 보살피는 가족에 대한 지원 강화 등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고령자 맞춤형 주택으로의 개조, 노인복지주택 건설 활성화, 노인 전문요양시설에서의 1인실 의무화 확대, 독일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기 주택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 프로젝트 등은 독일 정부가 노인 주거복지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년의 삶에서 주거공간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은퇴 후 그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젊었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이다. 이들이 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생을 보낼 수 있도록 현재 시행 중인 지원정책의 유지·발전과 함께 새로운 대안에 대한 고민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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