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의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복지사 될 것

신애리 사회복지사
신애리 사회복지사

“꽃이 다 피었네, 아 예뻐라.”

“바람이 이제 따뜻하네, 저 잎 푸른 것 좀 봐.”

병원 1층 통유리창 앞, 옥상 야외정원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 환자들이 봄을 바라본다.

“어머님, 제가 사진 찍어드릴게요”, “아버님, 여기 보세요” 내 앞의 이분들은 얼마나 많은 계절을 그리고 그 계절 속 얼마나 많은 희로애락을 지나 왔을까. 다시 마주한 봄에 감탄하는 모습은 풍경만큼이나 나를 미소 짓게 한다.

핸드폰 화면, 카메라 뷰파인더 속, 내 쪽을 바라보며 크게 또는 멋쩍게 웃으시는 그 모습은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의 풍경보다도 아름답다.

오늘이 참 소중하다

요양병원에서의 주된 내 역할은, 환자들에게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거다. 프로그램 시작 전, 미리 와 기다리던 환자들이 나를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반겨준다. “난 이 시간이 제일 좋아”, “(준비된 재료를 보며) 오늘은 뭘 만들어요?” 기대하는 모습을 볼 때 프로그램을 준비한 나로서는 기쁘고 감사하다.

병원에 계시는 동안 이렇게 웃으며 함께 활동할 수 있기를. 사회복지사인 나의 바람이지만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의 환자가 대부분인 요양병원에서는 환자의 컨디션 저하로 활동에 참여할 수 없거나, 상급병원으로 응급 전원을 가는 경우가 많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환자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되는 것은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그래서 지금 내 앞에 있는 환자들과 함께하는 이 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본원 1층 프로그램실에 전시한 환자들의 작품. 다시 함께 모여 프로그램 활동할 날을 기다린다.
본원 1층 프로그램실에 전시한 환자들의 작품. 다시 함께 모여 프로그램 활동할 날을 기다린다.

코로나19 속 마음과 마음을 잇다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힘든 가운데 요양병원 환자들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가족들과 손 한번 잡아 보지 못한 기간이 일 년을 훌쩍 넘었고, 여럿이 모여 함께하는 사회복지 프로그램과 행사는 중단됐다.

유리창 너머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모습, “이제 곧 좋아질 거니까 식사 잘하시고, 잠도 푹 주무시고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

코로나 상황에서 병원은 영상 통화 서비스, 환자의 병원 생활이 담긴 동영상을 제작해 서로를

향한 그리움과 보호자의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해드리려 하고 있다. 평소 영상통화 진행이 어려웠던 환자 한 분이 태블릿pc 화면에 나타난 가족의 얼굴을 본 그 표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한 어머님이 완성한 ‘나만의 5월 달력’. 모든 날이 행복하시기를
한 어머님이 완성한 ‘나만의 5월 달력’. 모든 날이 행복하시기를

환자들의 사회복지 프로그램 활동 모습, 일상생활, 재활운동하는 모습 그리고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담아 영상을 제작하는데, 손잡기는커녕 가족의 얼굴조차 가까이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하루하루를 굳건히 지내는 모습이 참 다행이면서도 뭉클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족들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날은 바로 환자의 생일이다. 유리창 너머로라도 함께 축하하는 그 사랑과 정성에 당사자는 물론 지켜보는 나도 감동한다. 유리창을 경계로 병원 안 환자와 병원 밖 가족들이 다 함께 나를 바라보며 웃는 그 순간을 촬영해 액자에 넣어 선물한다.

“올해는 같이 사진 한 장 못 남기겠구나 싶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 내 앞의 가족들이 내년에는 한데 모여 이 사진을 보며 추억할 수 있길 나는 간절히 바란다.

요양병원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한다고 말하면“힘들겠다.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일 텐데 그곳에서 일하니 얼마나 힘이 들겠니”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어둡고 침울한 곳?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환자들로부터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사회복지사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고 있다.

환자들과 함께 써나갈 내일의 이야기가 기대되는 나는 ‘사회복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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