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전일제 학교 취학의무는 한국의 12년에 비해 3년이 더 짧은 9~10년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9~10학년의 중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여전히 전일제 또는 시간제 직업학교에 다닐 취학 의무를 지닌다. 즉, 12~13학년까지의 전일제 인문계 학교에 다니거나, 일주일에 평균 3~4일은 기업체 실습을 하고 1~2일은 직업학교에 다니는 시간제 취학 의무를 갖는다. 후자의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3~4년 간의 직업 훈련을 ‘듀얼 직업 아우스빌둥(duale Berufsausbildung)’이라고 하며 매년 전체 학생의 60% 이상이 선택하고 있다.

‘듀얼 아우스빌둥’이란?

독일의 듀얼 아우스빌둥은 청년층의 직업 자격 취득을 위해 직업훈련과 학교교육을 조합한 제도다. 독일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훈련은 모두 국가공인의 듀얼 아우스빌둥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이나 기업은 9년 또는 10년제의 중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훈련생을 모집한다. 기업과 듀얼 아우스빌둥 계약을 체결한 학생은 3~4년간 회사에서 업무를 배우면서 동시에 시간제로 직업학교에 재학하며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직업훈련을 받게 된다. 이렇게 기업 현장에서의 실습과 직업학교에서의 이론교육이 약 2:1 비율로 이루어지는 이원적 직업훈련제도를 듀얼 아우스빌둥이라고 한다.

학생의 입장에서 이 제도는 일과 학습을 병행하며 취업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는 교육과정이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직접 양성하기 위한 투자이다.

독일 사회의 수많은 직업은 이러한 듀얼 아우스빌둥을 마친 전문 인력에 의해 수행된다. 예를 들어 보육교사, 은행원, 미용사, 일반 사무원, 도배사, 정원사, 벽돌공, 자동차 정비사 등의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3~4년간 현장에서의 직업 훈련과 직업학교에서의 이론교육을 마친 국가 공인의 듀얼 아우스빌둥을 수료한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다.

이러한 독일의 직업훈련은 사회 다방면에 우수한 기술 인력을 공급하는 제도로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듀얼 아우스빌둥을 마친 후 해당 직업 분야에서 일정 기간 근무를 하면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마이스터(Meister)라는 직업 장인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조건이 생긴다.

‘듀얼 아우스빌둥’을 위한 정부의 역할

정부는 직업교육법을 통해 사회에 필요한 340개 직종의 듀얼 아우스빌둥의 내용과 과정을 정하고 정기적으로 이를 개선하여 청년층에 대한 양질의 직업훈련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직업교육법은 듀얼 아우스빌둥으로 전공할 수 있는 직종, 직업 교육의 내용, 훈련 기간, 수료 시험 등의 내용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은 듀얼 아우스빌둥의 최저 수당 지급도 규정하고 있어 훈련을 제공하는 기업은 해당 직종의 임금협약에 따라 합의된 최저 수당 이상의 직업훈련 수당을 지불해야 한다.

독일 연방의회는 2019년 11월 증가하는 대학진학 진로에 대한 듀얼 아우스빌둥 진로의 매력을 높여 더 많은 청년이 직업훈련의 진로를 선택하도록 장려하고 산업 현장의 인력부족 문제를 타개하고자 ‘듀얼 아우스빌둥 훈련생의 최저수당 상향안’을 의결했다. 그 결과 듀얼 아우스빌둥 훈련생의 1차년도 최저 월 보수 금액은 2021년 515유로(한화 약 76만원), 2122년 585유로(한화 약 80만원), 2123년 620유로(한화 약 84만원)로 2023년까지 매년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될 계획이다. 훈련 연차에 따라 2년차 훈련생은 18%, 3년차는 35%, 4년차는 40%를 각각 추가하여 수당이 지급된다.

1970년 설립된 독일직업교육연구소(BIBB)는 직업교육 직종의 현실화, 직업교육 교육과정, 법령 마련을 위한 조사, 직업교육 관련 현황 연간보고서 작성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매년 4월 1일 발행되는 독일직업교육연구소의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가장 많이 체결된 듀얼 아우스빌둥 직업 20개는 △자동차 기술자 △사무직원 △소매상인 △산업 구매 직원 △산업 기계공 △전기 기술자 △간호사 △IT 기술자 △판매원 △냉·난방기 및 위생설비 설치·정비사 △도매상인 △치과 간호사 △전기 기계공 △저장·물류 직원 △산업 전기 기술자 △은행원 △가공 기술자 △미용사 △호텔 직원 △행정 직원 순이다.

실제 공인 직종은 340여 개가 있지만 이 20개 직업의 아우스빌둥 계약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사회적 수요가 많다. 독일은 자동차 강국인 만큼 2019년 자동차 기술자로 진로를 선택한 학생은 6만7962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 중 95% 이상이 남학생이다. 주요 직업 20위의 계약을 성별로 살펴보면 대체로 산업과 기술 분야에는 남성, 상업과 사무 분야에는 여성 직업훈련생이 더 많다.

듀얼 아우스빌둥의 최종 과정은 공인 시험이고 이는 주정부의 교육부에서 주관하며 학교에서의 학과 시험 및 기업에서의 실습 시험으로 구성된다.

이외에도 정부는 듀얼 아우스빌둥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월 독일과 스위스의 교육부는 양국의 직업자격을 상호 간 동등하게 인정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일·직업 병행의 듀얼 아우스빌둥 제도에 대한 국제적 가치를 인정하고, 장기적인 직업교육 분야의 협력을 위한 이번 협정은 독일과 스위스 청년의 국경을 초월한 직업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부 주 정부는 듀얼 아우스빌둥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대학생과 마찬가지로 주 지역 전체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할인 정기권을 제공하고 있다.

사회적 성공을 보장하는 진로 ‘듀얼 아우스빌둥’

독일에서는 인문계 중등학교인 김나지움의 졸업시험인 아비투어에 합격하면 대학 입학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아비투어 시험에 합격해 대학 입학자격을 취득한 이후 듀얼 아우스빌둥의 진로를 택하는 학생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독일직업교육연구소가 17~18세의 인문계 중등학교 졸업반 25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16%가 듀얼 아우스빌둥을, 84%가 대학 진학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대학 진학 대신 직업훈련을 선택한 학생을 대상으로 진로 선택의 동기를 조사했다. 이들 학생은 대학교육의 가치는 인식하지만 듀얼 아우스빌둥을 대학 수학과 마찬가지로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정보통신, 기술, 분장사, 행정 직원 등의 특정 직업의 전망이 매력적이라고 확신하는 경우에는 대학 진학 대신 해당 직업의 듀얼 아우스빌둥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뒤스부르크-에센 대학의 2019년 연구는 듀얼 아우스빌둥을 받는 청년의 경우 학과 지식과 업무의 실제를 함께 학습하기 때문에 대학의 학사 졸업생에 비해 직장에서의 출발을 더 쉽게 느끼는 것으로 밝혔다.

연구진은 2015년 듀얼 취업 후 2년이 경과한 9285명의 청년층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다. 듀얼 아우스빌둥을 수료한 취업자의 3분의 2는 듀얼 아우스빌둥을 받은 회사에, 약 20%는 다른 회사에 입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듀얼 아우스빌둥 이후 회사를 변경하여 취직한 경우는 높은 연봉(71%), 높은 자격 연수 기회(73%) 등의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약 10%는 대학에 진학했으며 실직 상태인 경우는 3%에 불과했고 이 비율은 반년 뒤 1% 미만으로 감소했다. 이에 비해 같은 시기 대학 학사 졸업생의 6%는 여전히 구직 상태에 있었다.

전일제-시간제 근무의 비율은 듀얼 아우스빌둥을 받은 경우 93:7로, 전체 평균인 80:20에 비해 전일제 근무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듀얼 아우스빌둥 졸업자의 고용 상태가 비교적 안정적임을 의미한다. 또한 임금에 대한 설문 문항에는 자신의 월급이 독일 사회의 중간수준 범위인 2001~4000유로에 해당한다고 답한 듀얼 아우스빌둥 졸업자가 70% 이상으로 나타났고, 임금 수준에 대한 개인적인 만족도도 높게 나타났다. 이에 비해 대학 졸업자의 경우 취업에서 기대한 보수 수준과의 차이 때문에 대학교육을 선택하여 후퇴했다는 기분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기업은 회사의 시간과 자금을 투자한 해당 기업에서 듀얼 아우스빌둥을 마친 직원에 대해 더 나은 고용 조건을 제공한다.

대학 중퇴자를 위한 듀얼 아우스빌둥에 대한 투자도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학사학위 대학생 3명 중 1명(29%)이 학업을 마치지 않고 중도에 하차한다. 반면 산업 영역에서는 수준 높은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다. 바이에른 경제인 연합은 ‘바이에른 직업교육 강화 캠페인’을 전개하며 대학에서의 학습 경험을 통해 해당 학과의 지식을 겸비한 대학 중퇴자를 대상으로 듀얼 아우스빌둥에 대한 안내와 지원 과정에 대한 조언을 제공한다. 이러한 노력은 후진 양성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대학 학업 중도 포기자의 잠재성을 이끌어내는 상생의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고졸이라는 낙인 대신 전문 인력 양성

한국교육개발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국 고등학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 비율은 79.4%이다. 또한 25~34세 청년층의 대학 졸업자 비율은 69.8%로 29개 OECD 가입국 중 2위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인문계 재학생의 비율이 40%이고 듀얼 아우스빌둥의 직업 훈련을 선택하는 비율이 60%인 독일 청년층의 학력 수준은 한국에 비해 낮다고 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인문계 중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입학할 자격이 부여되어 과반수의 학과는 등록만 하면 입학이 가능하고, 대학생의 90% 이상은 대학 등록금이 없는 국립대학에 재학하고 있다. 또한 과거에 비해 인문계 중등학교의 진로 선택이 쉬워졌고, 직업 김나지움이 생겨 실업계 학생의 대학 진학도 가능하도록 학교 제도를 개혁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60%의 학생들이 듀얼 아우스빌둥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살펴본 대로 국가 공인의 듀얼 아우스빌둥이 기업의 투자와 수요에 기반을 두어 대학교육에 비해 단기간의 교육 연한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취업과 안정적인 직업 세계로의 진입 여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청소년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도 직업적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듀얼 아우스빌둥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일류 기업인 벤츠, BMW의 경우 자동차 정비사의 듀얼 아우스빌둥을 통해 회사에 입사하여 마이스터 등의 경력을 쌓은 자동차 기술의 전문가가 회사의 임원으로 승진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언론과 대중 매체에서 대학의 고등교육을 받지 않은 고졸이라는 개념이 성공과는 거리가 먼 부정적인 이미지로 표현되는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앞날이 밝은 젊은 청년에게 대학교육의 여부를 기준으로 고졸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차별을 당연시하는 한국의 사회 풍토가 대학 진학률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을 수밖에 없는 요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금까지 살펴본 독일의 듀얼 아우스빌둥 제도를 통해 한국 사회의 젊고 유망한 직업인의 일부가 고졸의 학력을 이유로 능력에 비해 낮은 사회적 대우와 위상을 갖는 이 불편한 현실은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한국의 모든 청년이 자신이 가진 소질과 잠재력을 발휘하면서 의미 있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즉, 한국 사회의 성공 공식을 바꿔야 한다.

독일의 듀얼 아우스빌둥 제도를 참고하여 구체적인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이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에 대한 실습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장래의 직원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장려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의 실습 여건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여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의 실습 수당, 근무 조건 등의 실습 계약에 대한 법안을 마련하여 청소년이 전문 인력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참고 자료

• 한국교육개발원(2019), 독일의 대학입시제도 현황

• BIBB(2020) Datenreport zum Berufsbildungsbericht 2020

• Deutscher Bundestag(2019), Anpassung der Berufsausbildungsbeihilfe

• Hans-Böckler-Stiftung(2019), DUAL STUDIEREN – UND D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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