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잘못된 인식 일깨우고 아이들의 권리 보장하는 일

도소연 충남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도소연 충남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업무 특성상 아이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어디서 만나든, 무슨 이유로 만나든 아이들은 어찌나 궁금한 것이 많은지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질문한다. 그러면 벌써부터 등 뒤로 식은땀이 죽 흐른다. 때로는 아이들의 티 없이 순수한 질문이 수학문제보다 어려울 때도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꿈이 뭐예요?”

그러면 생각해 보게 된다. 학부생 시절 꿈꾸던 사회복지사의 꿈은 이루었는데 이후의 꿈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업무에 치이고, 현실에 치이다 보면 가졌던 꿈은 바래지고, 옅어지고 희미해진다. 우물쭈물 대답을 못하고 있으면 아이들이 해맑게 말한다. 저는요!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 저는 유튜버가 되고 싶어요, 저는 솜사탕 아저씨가 되고 싶어요... 저는요...

아이들의 세상에서 꿈을 꾸는 것은 자유롭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정해진 게 없고, 얽매인 게 없기 때문이다. 가능성을 가진 것은 아이들이지만,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이를 넘어서 가능성이 없더라도 누구나 자유롭게 꿈꾸며 희망하고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 나는 그 기회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한다. 생각해 보면 그런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아동복지 분야를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하나같이 특별하고 소중한 아이들

나의 주 업무는 아동학대로 신고된 가정을 사례관리 하는 일이다. 현장조사 이후의 사법적, 행정적 절차를 지원하고 처리하며 부모교육, 상담 연계 등의 일을 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대상으로 권리교육을 진행하기도 하며, 학대 예방과 아동 권리 증진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도 진행한다.

특히 주 업무인 사례관리 진행 시, 학대 피해를 당한 아이들을 만나면서 아주 슬플 때도 있고, 분노할 때도 있으며, 가끔은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을 할 때 죽상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그 안에서 가정의 변화를 경험하며 보람이 있을 때도 있고, 유쾌한 일이 일어나기도 하며, 여러 번 만나면서 하도 많이 싸우고 갈등을 겪어 미운 정이 드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여러 가정을 만나고 여러 아이들을 만나는데, 정말 하나같이 다르고, 하나같이 특별하며, 하나같이 소중하다. 나를 가장 슬프게 만드는 동시에, 나에게 이 일을 하는 원동력을 주는 것은 내가 만나는 많은 아이들이다.

사례 중 기억에 남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신입 상담원이었던 때에 만난 아이다. 부모님으로부터 분리되어 시설에 옮겨지는 짧은 순간 동안 내 품 안에 가만히 안겨 있던 작은 아이. 1년 남짓의 사례관리 기간이 종료된 후 부러 아이를 보러 가지 않았다. 아이가 나를 좋아하긴 해도, 나와 관련한 기억 자체는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그 아이를 보러 갔는데 여전히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말도 못 하던 아이가 그 사이에 말이 많이 늘어있었다. 오랜만에 나를 본 아이는 잔뜩 신이 나서 나의 손을 잡고 보물처럼 품에 안고 있던 스케치북을 보여줬다. 6살이 된 꼬마의 스케치북에 낙서인지 그림인지 모를 작품이 있었고, 그밑에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썼는지 삐뚤빼뚤한 글씨로 ‘발레리나’라고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상담원들은 매 선택의 순간에서 정말 많은 고민을 하는데 그 선택에 대해 항상 빚을 진 느낌을 갖고 업무에 임한다. 하지만 그 아이의 그림을 본 그 순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꽤 멋지고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아, 꿈꾸자! 이왕이면 구름 끝까지 닿도록 말이야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 당하지 않고, 빈부에 상관없이 스스로 미래를 상상하고, 기대하도록 만드는 것. 어른들의 잘못된 인식을 일깨우고 아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 그것들을 위해 업무를 하는 것이다. 욕도 정말 많이 먹고, 문전박대 당할 때도 있다. 우리 때문에 가정이 파괴됐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우리가 반가운 소식을 들고 방문하는 기관이 아니니 그 기분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마음 한편으로는 죄송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중한 사례를 담당하게 되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

하지만 이러한 부담감을 제쳐두고서라도 나는 학대받는 아이들이 한 명이라도 줄어들길 바라고, 언젠가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라는 곳이 과거에나 남아있는 기관이길 바란다. 아동학대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길 바란다. 그것이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고, 잘 하고 싶은 이유다. 이렇게나 푸르게 꿈을 꾸는 아이들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정말 열심히 아동학대 사례관리 업무를 할 것이다.

앞으로 아이들이 내게 꿈을 물으면 이렇게 대답해야겠다.

“너희가 이왕이면 구름 끝까지 닿도록 높고 큰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거야!”

나는 아이들이 맘껏 꿈꾸고, 꿈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사회복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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