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3일 늦은 밤, 일본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리히터 규모(magnitude) 7.3의 지진이 발생했다.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지진 경보와 함께 집이 흔들리고, 식기들이 깨지는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깬 주민들은 10년 전 공포를 다시금 떠올려야 했다. 지난 2월 지진은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의 여진이라고 한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지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지진 피해 복구와 지역재생 상황에 대해 소개하고,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동일본대지진의 피해 규모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미야기현 동남부 130㎞ 지점에서 해저 지층경계암반이 붕괴되면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규모 9.0, 진원지에서 방출된 에너지는 그전까지 최대 규모였던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약 1400배로, 일본 관측 역사상 최대 지진으로 기록되고 있다.

동일본대지진은 직후에 파도 높이가 10m를 넘는 대형 쓰나미(지진해일)가 발생하면서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 3현의 연안지역은 더욱 피해가 컸다.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1만5899명, 행방불명 2527명, 주택피해는 12만1996채가 전파, 28만2920채가 반파되었고, 피난자 수는 최대 47만명에 달한다.

한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쓰나미가 덮치는 바람에 멜트다운(원자로 우라늄 용해로 인해 노심부가 녹아버리는 사고)이 발생하고, 두 차례의 수소폭발로 방사능 물질이 대기 중에 방출되어 주민 16만명이 대피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원전 반경 20㎞ 내의 3개 지자체는‘귀환곤란지역’으로 지정되어 사람의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원전 폐쇄, 방사능 오염물질의 제거와 폐기물처리, 냉각수 해안 방출 등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 일본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위협요소로 간주되고 있다.

피해 복구 현황과 관련 예산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투입된 피해 복구 예산은 총 32조엔으로 국가예산(2020년 기준)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더구나 복구 예산은 향후 해당 지역의 복구 수준과 경제 상황에 따라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피해 복구 재원은 소득세, 주민세, 법인세의 증세를 통해 약 40%가 마련되고, 나머지는 국가 세출과 예산 조정 등을 통해서 충당된다.

국민 개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소득세와 주민세를 대략 산출해 보면, 가계수입 500만엔 정도의 4인 가족인 경우는 연간 약 2600엔, 단독세대인 경우는 약 4400엔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세는 2037년까지 세액의 2.1%, 주민세는 2023년까지 1000엔을 추가로 납부해야 해서 국민들의 세금 부담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 복구 예산의 사용내역을 보면 △주택·방파제·도로정비 13조3000억엔 △피해지자체 교부금 5조9000억엔 △산업·생업 재생 4조4000억엔 △피재민지원 2조3000억엔 △원전사고 복구 2조3000억엔 △기타 3조8000억엔으로 집계됐다.

투입 예산의 3분의 1 이상이 방파제, 도로, 주택 건설에 투입되었음을 알 수 있다. 동일본대지진은 쓰나미로 인해 해안도로 및 주거지역 대부분이 유실되거나 파괴되어 대규모 토목공사가 불가피했다. 복구를 위해 총 길이 236㎞에 달하는 해안고속도로가 건설되었고, 향후 또 발생할지 모를 대형 쓰나미에 대비하기 위해 최소 2m에서 최대 15m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방파제를 건설 중에 있다. 그 길이는 총 432㎞에 달하며 현재 80%가 완성된 상태다.

하지만 방파제만으로는 수십 년에 한 번꼴로 발생한다는 동일본대지진 때와 같은 대형 쓰나미 피해를 막기에는 부족하기에 연안 거주 지역에 대해서는 인공적으로 지형을 높이는 지반공사가 필요했다. 약 1만8000가구의 택지가 해안에서 떨어진 고지대로 이전되거나 지반공사를 했다. 그 외에 자력으로 주거마련이 어려운 주민에 대해서는 재해공공주택이 제공되는데 이를 위해 약 3만 세대 분의 공공주택이 건립됐다.

이처럼 막대한 인프라 공사와 주거환경 정비가 이루어지면서 이전의 아름다웠던 자연경관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많은 주민들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해안지역은 바다가 곧 생업의 현장이다. 방파제로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비단 경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업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참고로 지진 피해가 특히 컸던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현의 인구는 2011년에 비해 약 6.6%인 38만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 발생 후 수년간은 피해 복구와 관련된 토목, 건축업의 활황과 지원금 등의 영향으로 큰 인구유출을 막을 수 있었지만 복구가 진행되면서 지역 경제가 반대로 침체되어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편, 젊은 층의 인구 유출에 따른 급격한 고령화율 증가로 지자체 유지가 어려운 지역도 발생하고 있다.

지진 관련 자살 ‘현재진행형’

최근 일본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동일본대지진과 관련된 자살자 수는 240명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후쿠시마현이 118명으로 절반 정도를 차지했고, 미야기현 58명, 이와테현 54명을 기록했다. 시기별로는 지진 직후인 2011년이 55명으로 가장 많았고, 2012년부터 2017년까지는 매년 꾸준히 20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에도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16명의 자살자가 발생하고 있어 지진 발생 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진의 상흔이 아물지 않았음을 대변해 주고 있다. 특히 원전 사고가 있었던 후쿠시마에서는 2012년 이후에도 매년 10명 이상의 자살자가 발생하고 있어 피재민의 자살문제가 다른 지역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예방 상담창구를 운영하는 후쿠시마현 정신보건복지협회에 따르면, 지진 직후에는 피난생활 스트레스와 관련된 상담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거문제, 경제적 어려움 등 생활고와 관련된 상담이 증가했다고 한다. 피난소나 가설주택 등 일시 거주지에서의 스트레스나 생활고와 더불어 고향을 떠나 피난생활이 장기화되면서 겪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또한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해복구는 물리적 환경을 복원하는 도시계획·물리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피재민들의 생활 재건과 심리적 안정을 위한 사회복지·임상적 실천 또한 중요함을 시사한다.

피재민 가설주택 운영현황

대형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긴급피난소로 대피해서 우선 안전을 확보한 다음 주택 등이 파괴되어 주거마련이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개월에 걸쳐 가설주택이라는 임시 거주시설이 제공된다.

피해 복구가 진행되면, 최종적으로 피재민이 스스로 마련한 거주지로 이동하거나 자력으로 주거마련이 어려운 경우에는 ‘재해부흥주택’이라고 불리는 공영주택(아파트)이 제공된다.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 피해로 인해 연안지역 등은 피해가 막대했다. 특히 이전에 살던 지역이 방파제 건설로 인해 비거주지역이 되어 마을이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역에 따라서는 수백에서 수천 가구가 동시에 새로운 주거지를 마련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최종적으로 주거가 제공되기까지 수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가설주택은 이처럼 주거지가 마련되기까지 생활하는 임시주거시설인 동시에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가설주택은 재해구호법에 근거하여 1호당 건설비, 주택 넓이, 제공 기간 등이 정해진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가설주택은 1호당 건설 비용 238만7000엔, 주택 넓이 29.7㎡(약 9평), 제공 기간 2년을 원칙으로 제공됐다. 대부분의 피재민들이 수년 안에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났지만, 새로운 거주지 마련이 곤란한 일부 지역에서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설주택에서 생활하는 피재민들이 있다.

피해가 컸던 이와키, 미야기, 후쿠시마 3현에서는 최대 12만 세대, 32만명이 가설주택에 입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 이와키와 미야기는 최대 6만5483세대(16만7368명)가 운영되어, 2020년 11월 현재는 98세대(218명)가 생활하고 있다. 2021년 3월까지는 그 대다수가 재해공영주택 등으로 이주가 완료되어 가설주택 운영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편,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현에서는 아직도 900세대(1600명)가 가설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거주지 확보가 어려워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곳에서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다.

피재민 커뮤니티의 중요성

동일본대지진 발생 직후부터 쓰나미 피해가 막대했던 이와테현 리크젠타카타시를 중심으로 피해 복구 현황과 지역재생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 온 호세이대학의 미야시로 타카시 교수는 실증사례를 바탕으로 가설주택이나 재해공공주택의 건립과 운영에 있어서 피재민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야시로 교수에 따르면, 동일 지자체 내에서도 가설주택에서 재해공공주택 등의 새로운 거주지로의 이주가 원활하고 신속히 이루어진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요인에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재해복구 담당기관이나 실무자와 얼마나 대화와 타협이 원활했는지와 관련이 깊다고 한다.

대화나 타협 과정은 주민참여가 기반이 된다. 가설주택 입소 당시에 시일이 걸리더라도 마을단위로 같은 가설주택단지에 입소한 경우는 마을 이전이나 재해공영주택에 대한 주민들의 욕구와 타협을 위한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쉽고, 개인이 아닌 집단을 통한 의견 개진과 타협을 통해서 원활한 지역재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여러 곳에 뿔뿔이 흩어져서 입소한 경우는 그러한 의견 조정을 위한 기회가 적거나 더디게 진행되어 결과적으로 정책결정 우선순위에서 밀려버리거나 주민합의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걸리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마을단위로 가설주택에 입소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집단 이주를 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이웃과 떨어져 홀로 공영주택 등에 정착한 피재민은 새로운 지역사회에 정착하지 못하거나 고립된 생활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다음은 그러한 상황에 놓여 있는 한 주민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가설주택에서는 혼자 살았어도 다 같이 힘든 처지고, 마을 사람들도 있어서 심적으로 의지도 되고 서로 돕기도 해서 그럭저럭 살았는데 혼자 떨어져서 여기(공영주택)에 오고부터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 적적하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요.”

가설주택은 단순히 피재민의 물리적 거주공간이 아니라 그들이 주체적으로 생활 재건과 지역재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초기지로서의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정책결정자 혹은 중간지원조직이 재해·재난 시의 주거확보에 있어서 이전의 지역 커뮤니티를 어떻게 유지·활용할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다음 세대에게 남겨줄 경험적 유산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동북지역에는 수백 년 전에도 대규모 쓰나미가 발생했다는 기록들이 발견된다. 동북지역 해안 여러 곳 해안 언덕배기에서 발견된 ‘이 지점을 넘어 거주하면 해를 입을 것’을 알리는 비석들도 그런 기록들 중 하나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세대가 지나면서 기억이 흐릿해져 풍화되어 후손들은 또 다시 안락함을 찾아 해안가 평지로 내려와 화를 당한다. 동일본대지진 재해복구를 위해 건설된 거대한 콘크리트 방파제는 또다시 망각할지 모를 후손들에게 쓰나미의 경각심을 알리는 경고비가 될 것이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에서는 매년 3월 11일을 즈음 하여 그날을 회상하고, 추모하는 행사가 꾸준히 열리고 있다. 10년째를 맞이하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관련 행사가 많지는 않지만 그간의 피해 복구 상황과 앞으로 남겨진 과제를 주제로 한 미디어 보도와 특집 방송들이 어느 해보다 많았던 것 같다.

재해·재난은 잊고 싶은 쓰린 기억일 것이다. 하지만 그날의 기억들과 교훈이 풍화되지 않도록 기록을 남기고 공유하는 것은 다음 세대에게 닥쳐올 재난을 대비토록 하는 경험적 유산을 남긴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일본은 과거 수많은 지진 피해를 겪으면서 자신들의 경험과 지식을 남기고 축적해 다음을 대비해 왔다. 기술과 지식의 축적뿐만이 아니라 재난·재해에 대한 의식 교육과 예방활동 등의 집단 학습을 통한 일상적 재난대비 또한 지진 강국 일본을 뒷받침하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다음 호에서는 1995년에 발생한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기억과 교훈이 동일본대지진에서 어떻게 발휘되었는지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