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회 한국사회복지학회장

구인회 한국사회복지학회장
구인회 한국사회복지학회장

구인회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지난 1월 한국사회복지학회장에 취임했다. 구인회 한국사회복지학회장은 우리나라 사회복지학문 발전에 대해 “이제 증거 기반의 정책과 실천을 더욱 강화하고, 이를 위해 과학적 방법을 익혀서 한층 더 학문적 발전을 이루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먼저 한국사회복지학회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하자면?

“한국사회복지학회는 한국사회복지학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온 대표 학회이다. 1957년 한국사회사업학회로 출범하여 1979년 학회지 창간호를 발간하기 시작했고, 1985년에는 한국사회복지학회로 지평을 넓혀 지금까지 발전해 왔다. 학회는 사회복지 정책 및 실천에 관한 학술 연구를 통해 한국의 사회복지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며, 이를 위하여 학술연구 발표, 사회복지 관련 조사연구, 학회지 발행, 국제 간의 학술교류, 사회복지 관련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 1월부로 학회장에 취임하셨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지금과 같은 격동의 시대에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학술적 노력을 기울여 온 한국사회복지학회의 운영 책임을 맡게 되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코로나19라는 재난은 모든 이를 힘들게 하지만 재난이 가하는 고통은 사회적 약자에게 특히 가혹하다. 감염병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기후 위기와 저탄소 사회로의 이행 등 심상치 않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경제·사회적 발전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소수의 승자가 이익을 독식하고, 양극화를 한층 증폭시켜 시민들 삶을 어렵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시기에 한국사회복지학이 해야 할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회원들과 힘을 합쳐 노력하겠다.”

취임하시면서 학회 발전에 대해 염두에 둔 바가 있다면?

“미래의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에서 사회복지 환경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한국에 복지국가의 큰 틀이 자리를 잡았지만 경악스러운 아동 학대, 취약계층의 비극적 죽음 등 이러한 사건들의 반복은 우리 사회복지의 빈틈이 작지 않음을 보여준다. 고용과 돌봄 등 시민 생활에 밀착된 영역에서 정부의 개입과 시민사회의 대응이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지만 우리의 사회복지실천이 전통의 틀을 넘어서 진취적으로 나서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새로운 시대 상황에 맞게 사회복지 학술연구와 실천 활동의 영역을 넓히고 그 패러다임을 혁신하는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현재 학회의 가장 큰 당면 현안은 무엇이있는지?

“우리 사회복지학계는 지난 수십 년간 다양한 영역에서 역할을 늘려왔다. 특히 사회복지 분야별 학회들은 각 분야에서 다양한 학문분과와 전문 집단들과 협력을 하면서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활동 결과, 사회복지학계의 위상 또한 높아져 사회과학의 주요 학문분야로서 자리를 잡게 됐다. 하지만 분야별 학회들의 성취를 사회복지학계 전체에서 공유하고 융합하면서 사회복지학의 학문적 발전을 이루는 데에서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쉽게 말해서 사회복지학이 사회의 요구에 맞추어 활동을 전개하다 보니 양적 확대가 많이 이루어졌지만, 이러한 활동의 경험과 성과를 사회복지학의 학문적 발전으로 이어나가는 노력이 부족했다. 이에 대해 학회 차원에서 큰 책임을 자각하고 자기혁신의 노력을 계속하겠다.”

코로나19로 인해 각종 학술행사 개최·운영에 어려움이 많을 텐데, 학회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어떻게 고려하고 있는지?

“2020년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초기에는 여러 학회들이 학술행사를 운영할 방안을 찾지 못하면서 활동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들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는 온라인 행사를 추진하는 등 대응 방안을 하나씩 마련하였고, 올해에는 작년보다 훨씬 원활하게 대처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어떤 점에서는 온라인 행사를 통해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학술적 교류와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 가령, 이전에는 외국의 학자들과 교류할 때 직접 방문 이외의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온라인으로 상당 부분 교류를 행하고 있다. 또 거리상 이유로 개최지와 먼 곳에 있는 연구자들이 배제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러한 공간적 제약이 많이 해소되었다. 물론 오프라인 행사를 할 수 없다는 제약이 여전히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온라인 활동과 오프라인 행사를 적절히 결합하는 방식으로 학술행사의 양도 늘리고, 질도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코로나19 대유행의 위기를 학술적 교류의 발전 기회로 만들어 가려고 한다.”

‘기본소득’ 등 복지 핫이슈에 대해 활발한 의견을 펼치셨는데…

“국제적으로 ‘기본소득’ 논의가 가장 활발하게 부상하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정치권에서의 기본소득 논쟁이 영향을 미친 바 있지만 이러한 논쟁에 대한 시민의 반향이 큰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 논쟁이 증폭되어 온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부상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 시민들이 깊이 느끼는 불안감에 있다고 본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특히 예상못하는 사회변화가 이루어지는 시기에 갈수록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제 학교를 떠나 사회로 들어선 청년, 이미 일자리를 가진 중장년층은 물론 임시일용직이나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자 등과 같은 저임금·저소득층까지 고용 불안정을 함께 경험하고 있다.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양극화되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한 것이 기본소득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는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지향하는 사회복지계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해법을 찾아야 할 중대한 문제다.”

우리나라 복지 정책 및 제도의 방향에 대해 제언을 한다면?

“복지 정책과 제도의 방향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성격에 맞게 설정돼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부딪히고 있는 큰 문제는 일자리 감소 혹은 고용의 소멸이 아니라 고용의 양극화와 불안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러한 상황에서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고용정책이 중요하고, 복지 정책과 제도는 고용 양극화가 소득 양극화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는 데에 역점을 두어야 하며, 고용 불안정에 대응하는 사회보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편돼야 한다. 저소득층의 생계를 두텁게 지원하고, 누진세를 통해서 고소득층이 응분의 세금을 내도록 하면 된다. 근로무능력자 중심의 극빈층을 지원하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개선하여 그 지원 대상을 넓히고 지원 수준을 높이는 것이 첫걸음이다. 이와 함께 기초보장제도의 근로유인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한결 확충된 근로장려세제를 정비하여 저소득층의 근로를 지원하는 기능을 탄탄히 해야 한다. 기초연금과 같은 사회수당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조세 공평성을 높여 고소득층이 세금을 많이 내도록 하면 지금과 같은 양극화 추세를 많이 완화할 수 있다. 사회보험을 강화하여 고용 불안정 위험을 줄이는 것은 중산층을 강화하는 효과적인 길이다. 우선 실직의 위험을 경험할 때, 실업급여를 통해 재취업에 이르는 기간까지 생계안정을 유지하도록 하여 개인과 가족의 소진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에서 그간 빈 부분이었던 상병수당의 도입도 시급한 과제이다. 법정 병가제도가 도입되고 건강보험의 상병수당 제도가 같이 실시된다면, 질병으로 가정이 파탄 나는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고용보험과 건강보험의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면 중산층을 유지하고 늘려나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저소득층이 사회보험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보편적인 사회보험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저소득층에 사회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지원이 넓고 두텁게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 사회복지학문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 생각하시는지?

“사회복지학은 사회정의를 추구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가치 위에서 있는 학문이다.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중시하고 성·연령·인종·장애·계층 등과 관계없이 모든 인간을 존중하는 넓은 가치를 추구한다. 이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개입과 실천을 중시하는 학문이 갖는 특성이다. 사회복지학은 이러한 바른 가치와 과학적 엄밀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한쪽에서는 인간 존중의 따뜻한 가슴을 지켜나가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과학적 이론과 방법을 익히고 발전시켜 왔다. 이제 사회는 한층 복잡해지고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 진실이라 믿었던 것도 아닌 것으로 판명될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러한 시기에는 증거 기반의 정책과 실천이 더욱 중요해진다. 과거의 믿음에 사로잡히지 말고 새로운 자료의 엄밀한 분석에서 확인된 증거에 따라 정책과 실천을 개선하는 노력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 사회복지학이 증거 기반의 정책과 실천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과학적 방법을 익혀서 한층 더 학문적 발전을 이루어야 할 때이다.”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지난해 많은 사회복지 분야별 학회 및 관련 단체와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새해에도 이러한 전통을 이어서 공동 연구 활동과 학술교류를 조직하여 사회복지학 공론의 장을 더욱 넓혀가겠다. 다른 학문분야와의 소통과 협력에 노력하고, 국제학계와의 교류에도 힘써 한국 사회복지학계의 학문적·실천적 지위를 높이도록 하겠다. 무엇보다도 사회복지 현장에서 수고하시는 많은 기관과 단체, 사회복지사 여러분들을 만나서 경험과 지식을 배우고, 나누도록 하겠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등 사회복지계의 많은 기관과 관계자분들께도 애정 어린 관심과 지원, 참여를 부탁드린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사회복지학과 사회복지계의 가치와 정신이 우리 사회에 더욱 확산되어 나가도록 모든 기관과 단체, 회원들이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호랑이 등에 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하듯이 세상에 변화의 파고가 높아지고, 더 각박한 압력이 몰려와도 사회복지의 정신을 굳게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정신을 널리 확산한다면, 따뜻한 사회와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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