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급속한 노령화의 진전으로 2025년 전체 인구 중 만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20.3%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85세 이상 고령자 또한 2020년 77만명에서 2035년 176만명으로 증가할 예정이다(통계청, 2020). 이에 따라 노인 의료비는 2012년 총 19조 원에서, 2015년 25조 원, 2018년 35조 원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2019), 장기요양 지출은 2020년 9조6천억 원에서 2023년 15조4천억 원으로 증가할 전망된다(보건복지부, 2020).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와 함께 노인1인 가구는 이제 우리 사회 보편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 잡았다. 2010년 99만1천 가구에 불과했던 노인1인 가구 규모는 2020년 159만 가구로 추정되며, 2030년 258만6000, 2040년 362만3000 가구로 급증할 전망이다(통계청, 2020). 1인가구의 증가는 주로 사회구조적 변화에 기인한다. 기획재정부 자료(2020)에 따르면 청년층은 진학과 취업으로 인한 독립, 중장년층은 이혼, 기러기 부부 증가 등이며, 노년층의 경우 사별로 인한 독거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노인 돌봄의 욕구가 가족의 책임 등 비공식적 영역을 벗어나 보편적인 문제로 여겨지면서, 우리나라의 노인돌봄 정책은 지난 10여년 간 크게 개선됐다. 특히 2018년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정책이 발표되면서, 우리나라의 돌봄 정책 전반에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났다. 이는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의 지원이 통합적으로 확보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이다(보건복지부, 2018).

이러한 변화에 따라 기존 노인돌봄 정책에도 전면적인 개편이 이루어졌다. 2020년 1월부터 새롭게 추진된 노인맞춤 돌봄서비스는 기존의 노인돌봄종합서비스, 노인돌봄기본서비스, 단기가사서비스 등 유사하거나 분절적으로 이루어지던 6개의 노인돌봄서비스를 통합한 것이다. 특히 건강한 노화, 지역사회 거주, 장기요양 등 고비용 돌봄 진입을 지연시키기 위한 예방적 돌봄을 지향하는 등(보건복지부, 2021), 노인 돌봄에 대한 철학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2021년 시행 2년째를 맞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는 점차 증대되는 돌봄 수요에 따라 2020년 45만명에서 2021년 50만명으로 대상 노인이 확대되었다.

노인돌봄서비스는 서비스의 제공 주체와 객체의 이분법적 관계를 넘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노인의 주도적 참여가 필수적이다. 일찍이 캐나다 보건복지부는 건강 증진의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로 ‘자기돌봄’의 중요성을 강조한 건강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Epp, 1986). 세계보건기구(WHO, 2019)는 자기돌봄을 보건의료의 가장 기본적 단계이자, 모든 단계에서 실시되는 주요한 건강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자기돌봄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로서 내재되어 있으며, 개인은 위험 상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돌봄을 수행한다(Orem, 2001).

노인맞춤돌봄서비스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노인돌봄 정책도 노인의 자기돌봄 증진을 통해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도록 지원한다. 자기돌봄은 인간 발달에 필요한 건강한 생활 행동에 대한 개인의 책임에서부터, 급성기 혹은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구체적인 행동까지 다양한 범위로 이루어진다(Omisakin&Ncama, 2011). 이에 자기돌봄은 단일 개념으로 정의되지 않고 연구마다 다양하다. 필자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이용 노인을 대상으로 ‘한국 노인의 건강행위 사정(査定)도구’를 활용하여 이들의 자기돌봄 유형화 연구를 시도하였다.

연구결과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의 자기돌봄 유형은 제한형(14.9%), 순응형(59.8%), 자아통합형(25.3%)의 세 가지로 도출되었다. 이들의 자기돌봄 수준은 4점 기준 2.39점, 2.97점, 3.62점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임으로써 일정한 계층을 이루고 있었다. 또한 사회적 지지, 주관적 건강상태, 자율성 지지, 건강정보 활용능력이 높을수록, 우울감이 낮을수록 비교적 높은 수준의 자기돌봄을 실천하는 ‘자아통합형’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의 자기돌봄 실천을 증진하기 위하여 다차원적인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를 통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독거노인의 사회적 지지체계 조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관계망은 개인이 처한 위기 상황에서 실질적 도움과 자원을 제공해주어 대응능력을 증진시키며, 자기돌봄을 실천하는 직·간접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고령의 독거노인들은 경제적인 취약성과 함께 비공식적 자원이 미비하여 사회적 소외와 고립의 위험에 노출된 경우가 많다(허준수・최성헌・김재란, 2019). 이에 사회적 관계망의 사각지대에 고립되어 은둔생활을 하는 독거노인을 발굴하고, 일대일 관계의 개별적 접근 뿐 아니라 소규모 집단 프로그램, 자조모임 등을 통해 독거노인에 대한 사회적 지지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둘째, 독거노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상태 개선을 통해 적극적인 자기돌봄 실천을 도모해야 한다. 노인 스스로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건강상태가 나빠 일상생활동작(ADL: Activities of Daily Living)과 수단적일상생활동작(IADL: Instrumental Activities of Daily Living)의 제한으로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 자기돌봄 실천에 제약을 받는다. 이에 고령친화적 거주환경 개선으로 신체적 기능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노인들의 정신적 상태는 신체적 기능성만큼 노년기 삶의 만족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허준수・조승호. 2017). 따라서 자기돌봄을 방해하는 요인인 우울증 및 정신건강 관련 검사를 실시하여 우울 고위험 집단을 사전에 파악할 필요가 있다. 미술치료, 원예요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하며, 노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과의 밀접한 관련성을 고려하여 지역 내 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다양한 보건의료 관계기관과의 연계 필요성이 있다.

셋째, 돌봄 서비스 종사자들이 독거노인에게 자율성 지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자율성 지지는 개인으로 하여금 자기돌봄 실천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지지하는 건강전문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개념이다(Ryan et al., 2008). 구체적으로는 노인들이 스스로 자기돌봄 행위를 선택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건강관리와 관련된 질문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며, 자기돌봄에 관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노인들의 감정에 공감하며 긍정적 피드백을 주는 전략적 개입 활동 등이 있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돌봄 종사자를 위한 상담 및 의사소통 기술, 건강전문가로서의 역할과 관련된 역량 강화 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독거노인의 자기돌봄 증진을 위해 지역사회 차원의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기존의 공적 돌봄 체계는 여전히 예방적 접근보다는 돌봄 수요에 대응한 사회적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노년기의 자기돌봄은 개인적 차원의 자기관리 및 생활양식의 변화뿐 아니라 자기돌봄을 촉진하는 시스템 기반이 구축되어야 한다. 따라서 가족, 이웃 등 비공식적 지지체계 뿐 아니라 지역사회 및 국가 차원에서 자기돌봄을 증진하는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지자체 단위의 예산 지원 및 정책 추진 등 독거노인을 위한 지역 단위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사회 차원에서 독거노인의 자기돌봄 행태, 돌봄 서비스 이용 및 사회적 자원 활용 실태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공공과 민간 전문가들이 자료를 공유하는 관리체계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다섯째, 독거노인의 자기돌봄 증진에 필요한 다양한 영역 간, 부처 간 실질적인 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보건의료 영역에서는 지역사회 중심의 예방적 의료 전환으로 개인의 건강관리 분야에 대한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자기주도 건강관리를 위한 전자기록 관리체계인 ‘개인 건강기록 시스템(PHR: Personal Health Record)’도입에 대한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복합만성질환 노인 집단을 대상으로 한 PHR 활용 효과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Kneale & Demiris, 2017), 현재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타 부처에서도 공공분야에서 PHR을 도입하고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최솔지·윤기찬, 2020). 예방적 노인 돌봄을 강조하는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다양한 부처 간, 영역 간 연계 및 기술 도입 등을 통해 혁신적인 자기돌봄 증진 체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여섯째, 초고령사회를 대비하여 정보에 소외된 독거노인을 위한 정책적 고려가 요구된다. 정보소외 계층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 등으로 인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부터 차단된 인구집단을 의미한다. 특히 ICT 기술을 활용한 영역이 확장됨에 따라 스마트폰, 인터넷 등의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독거노인이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2019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대중의 디지털 정보 서비스 이해도가 100%인 반면, 55세 이상 대상자의 이해도는 64%인 것으로 나타났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정보화진흥원, 2020). 이에 정보소외계층인 독거노인 집단이 다양한 자기돌봄 관련 정보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공공 차원에서 보장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노인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미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에릭 에릭슨은 그의 저서 「인생의 아홉 단계: 나이 듦과 삶의 완성」(2019)에서 “문화적으로 지속 가능한 노년기의 이상적 모델이 결핍되어 있을 때, 삶의 총체성이라는 개념이 우리 문명에 뿌리 내릴 수 없다”고 하면서, 노년기의 긍정적인 역할 모델을 강조한 바 있다. 초고령사회를 앞둔 현 시점에서, 지역사회 중심의 예방적 돌봄 체계로서 노년기의 자기돌봄을 지지하는 여건 조성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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