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을 지원하고 유아 유기를 방지하기 위한 법적·사회적 제도가 비교적 잘 마련돼있다. 비밀출산이 가능한 전국 단위의 지원기관도 운영 중이다. 네덜란드의 미혼모, 특히 미성년자 미혼모 지원 정책을 살펴본다.

최근 네덜란드의 한 도시 흐로닝헨에서 쓰레기를 버리러 밖에 나갔던 주민이 쓰레기 컨테이너 안에서 신생아가 우는 소리를 듣고 경찰에 신고해 경찰과 소방관들이 컨테이너 내부 지하 쓰레기 저장 공간에서 아기를 구조한 사건이 있었다. 네덜란드에는 지하 약 1.5m의 공간에 쓰레기를 저장하는 컨테이너가 있는데 지역 주민들은 공동으로 일반 쓰레기를 이 컨테이너에 버리게 되어 있다.

용의자들은 만 17세의 미성년자 청소년이었으며 유아 살해 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네덜란드에는 미성년자 산모들을 돕고 원치 않는 임신으로 태어난 유아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비인간적 행동을 선택한 것에 대해 주민들은 경악했다. 그러면서도 주민들은 “산모가 꼭 필요한 정신적·사회적 도움을 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최근 네덜란드에서는 쓰레기 저장 컨테이너에서 유기된 신생아가 발견돼 사회적 논란이 됐다.
최근 네덜란드에서는 쓰레기 저장 컨테이너에서 유기된 신생아가 발견돼 사회적 논란이 됐다.

네덜란드에서의 첫 성경험은 2012년 평균 만 14.4세, 2017년 평균 만 15.8세로 조사됐다. 때문에 정부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이 부끄러움과 충격으로 인해 평생 후회될 선택을 하지 않도록 이들을 지원하는 제도와 재단을 마련하고 있다.

비밀리에 출산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비밀출산·병원에서의 익명출산·가명출산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비밀출산실이 전국에 있으며,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산모를 돕기 위한 전문기관, 이미 출산한 유아를 안전하게 유기할 수 있는 베이비 박스 등이 운영되고 있다.

비밀출산실 제공하는 베스헤름드 위흐

베스헤름드 위흐(Beschermde wieg)는 보호된 아기 침대를 의미한다. 이 기관은 연령과 관계없이 출산 후 아이를 키우거나 돌볼 수 없는 산모들에게 전국의 여러 지역에 위치한 출산 공간을 제공하고 출산한 아이를 보호해 준다. 출산을 원하는 산모가 최대한 개인 정보를 덜 노출하고 편안하게 출산하도록 지원하는데 산모는 등록 없이 바로 출산실에 들어가 출산방법이 안내된 포스터를 따라 한다.

각 출산실 별로 도우미가 지정되어 있고 누군가 해당 출산실에 입실했을 때는 전자신호가 전해진다. 산모는 인터콤을 통해 도우미를 요청할 수도 있고, 독립적으로 출산을 할 수도 있다. 침대 머리맡에는 산모 정보를 기록하는 종이가 놓여있다. 아이가 향후 친모를 찾고 싶을 때 연결해 주기 위한 기록이다. 산모가 도우미와 연락하지 않고 홀로 출산 후 방을 떠난 경우에도 해당 출산실의 도우미는 아기를 병원으로 데려가 건강진단을 한 후 최초 3개월간 임시 위탁가정으로 양도한다. 3개월이 되기 전 아동보호위원회는 산모가 아이의 양육을 포기할 것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다.

산모가 양육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경우, 적합한 위탁 부모를 찾기 위해 산모에게 세 가정의 프로필이 제공된다. 산모는 위탁가정을 함께 결정할 수도 있고 스스로 양육하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2020년에는 출산 시 도우미의 도움을 받은 산모 45명 중 60%가 출산 후 아이를 집으로 데려갔다.

산모가 유아를 직접 양육하는 것으로 결정하면 베스헤름드 위흐는 산모의 환경이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인지 검토한다. 산모가 기저귀, 분유 등 기본 생필품 및 의류를 제공할 경제적 능력이 안될 경우에는 사회재단에 도움을 요청한다. 산모가 집으로 귀가한 이후에는 산후도우미를 배정해 육아 및 살림을 돕도록 하고 구직활동 교육, 사회성 교육, 자원봉사활동 알선, 혹은 학교로 돌아가도록 도와준다. 산모가 양육을 포기한 경우에도 출산 후 정신적·물리적 회복을 위한 도움을 제공한다.

베스헤름드 위흐에는 유급 직원들도 있지만 50여 명의 전문 훈련을 받은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몇 년 전 흐로닝헨에서 한 산모가 운전을 하다 자동차 안에서 출산을 한 후 치아로 탯줄을 절단하고, 베스헤름드 위흐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다. 곧바로 인근 지역의 자원봉사자 조산원에게 연락이 갔고, 조산원이 태반을 제거한 후 산후 위급 처리를 취해 주었다.

·고등학교 과정에 임신·출산교육 포함돼야

피옴은 1930년 25개의 단체와 연맹들의 동의하에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과 양육자가 없는 유아들을 위해 설립된 전문기관이다. 전국의 구급차 전화라인, 27개의 보육원, 8개의 특수기관(유대인 여성 보호단체, 미혼모 보호단체 등)과 협력하고 있다. 운영자금의 60%는 국가지원, 20%는 지방별 지원, 20%는 시보조금과 민간보조금으로 운영된다.

피옴의 변호사들은 미혼모들을 위한 법적 권리를 위한 역할도 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1946년 2차 세계대전 후 늘어난 미성년자 미혼모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아동법을 개정, 미혼모와 유아는 법적 가족으로 등록이 가능하게 했다. 미성년자의 경우 법적으로 친부모로 등록될 수가 없어 유아의 형제로 등록되고, 친모의 친모, 즉 할머니가 친모로 등록된다. 이 법으로 인해 미성년자 미혼모는 법적 혼인 상태와 마찬가지로 임신과 출산 후 정부 보조금을 받게 되었다.

1961년에는 미혼모 임시 보조금 지원제도가 시행됐다. 1962년 피옴은 미혼모가 원할 경우, 양육을 포기한 유아를 미혼모의 인적 기록에서 제외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정부에 요청했으며 4년 후 법으로 개정됐다. 인적 기록에서 제외된 유아는 국가 내부 등록 시스템에는 기록으로 남도록 했다.

네덜란드에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을 지원하고 유아를 유기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사회적 제도가 비교적 잘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한 유아의 시신을 발견하는 건수가 유기된 유아의 수보다 높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의 집계로는 시신이 발견된 유아가 총 45명, 유기 유아 수가 19명이다. 이에 발견되지 못한 유아의 시신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임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이 더욱 필요하며, 임신과 출산에 대한 교육도 중·고등학교 과정에 포함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