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인프라 구축에 대한 정부 법적 책임 강화해야

2018년 기준 중증정신질환자는 31만명으로 추정되지만 정신재활시설 이용자는 6622명으로 전국 평균 이용률이 2.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편차도 컸는데, 이용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북 5.59%, 가장 낮은 지역은 경남으로 0.57% 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월 25일 ‘정신재활시설 실태 및 인권적 관점에서의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 실태조사’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정신재활시설과 이용자 현황 파악이 미흡한 상황에서 정신재활시설의 전반적 운영현황 및 이용자 인권실태에 대한 실증 데이터를 구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정신재활시설 전국 평균 이용률 2.14%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에 대해서는 입원 또는 입소가 최소화되도록 지역 사회 중심의 치료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정신재활시설은 정신질환 등을 가진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게 사회적응 훈련과 생활지도를 하는 시설이다.

인권위 실태조사 결과 2018년 기준 전국에 설치·운영 중인 정신건강증진시설은 총 2077개소로 이 중 정신의료기관이 1670개소, 정신요양시설이 59개소이며 지역사회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정신재활시설은 348개소에 불과했다. 특히 정신재활시설의 약 50%가 서울(114개소, 32.8%)과 경기도(55개소, 15.8%)에 편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재활시설 348개소를 유형별로 나누면 공동생활가정 188개소(54.0%), 주간재활시설 85개소(24.4%), 종합시설 20개소(5.7%), 생활시설 19개소(5.5%)이며 그 외 직업재활시설 15개소(4.3%),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지원시설 10개소(2.9%), 지역사회 전환시설 7개소(2.0%), 중독자 재활시설 4개소(1.1%) 순이다.

전국의 직업재활시설은 15개소이나 서울 6개소, 부산 3개소, 경기 2개소 그리고 인천·충남·전북·제주 각 1개소가 설치·운영되고 있으며, 지역사회전환시설은 서울 4개소, 경기 3개소, 아동청소년정신건강지원시설은 총 10개소가 있으나 모두 서울 지역에만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재활시설 분포를 전국 229개 시군구로 분석해볼 때, 정신재활시설이 하나라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시군구는 총 105개로 전체의 45.9%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신장애인이 정신병원에서 퇴원 후 지역사회에서 재활과 회복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주간재활시설, 직업재활시설, 종합시설로 범위를 좁혀보면, 이중 단 1개소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시군구가 142개로 62.8%이며, 그 외 지역의 정신장애인은 재활과 회복지원서비스에서 사실상 배제되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정신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지역사회 기반이 미비한 것에 대해 실태조사 책임연구원인 강상경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신재활시설 설치를 비롯한 복지서비스가 지방이양사업으로 설치와 운영 책임이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됐지만 지방자치단체가 그 책임을 다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에 대한 중앙 및 지방정부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등의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며 시설 설치 반대행위에 대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행위로의 규정, 정신장애인 복지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근거 마련, 정신의료기관에서 퇴원 전부터 퇴원계획 수립을 통해 퇴원 후 지역사회 연계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정신건강정책과 서비스 핵심 가치는 인권과 회복으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정신건강정책과 서비스 운영 방향이 재활치료에서 ‘인권보장’과 ‘회복지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비스 편차도 커…표준화 작업 필요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이성호 국립정신건강센터 가족지원활동가는 “회복과 자립을 위한 충분한 정보제공과 직업재활서비스가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소규모 정신재활시설을 이용하는 담당자는 시설 내 직업재활 담당자가 없어 직업재활서비스와 취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며 “소규모 정신재활시설에도 직업재활사업 담당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정신재활시설이 없는 지역은 설치를 법제화해 정신질환자 누구라도 거주하는 지역에서 회복지향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정신장애인 복지관을 권역별로 설치해 직업재활과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박미옥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장은 “지역별로 정신재활시설 편차가 크지만 서비스 제공의 측면에서도 시설별 편차가 너무 크다”며 “회복지향의 서비스를 제대로 실천해나갈 수 있도록 서비스를 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지금까지 정신재활시설 실태조사 연구가 거의 없었다”며 “이번 연구가 발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주제로 지속적인 공론화 장을 마련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