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단독 기부로 이달부터 연말까지 1만 가구 지원

감염병, 자연재난에 식품지원 필요성 시급

지난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무엇보다 방역이 강조됐고 이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은 국민의 일상생활에 큰 제약을 가했다. 이로 인한 고용불안과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국민들이 겪는 사회·경제적 고통은 심해져 갔다. 무엇보다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의 이중고는 더했다.

이들의 의지처가 될 만한 복지기관·시설 등이 코로나19로 인해 부득이 잠정 휴관을 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이 때문에 취약계층이 겪는 생활고는 코로나19 이전보다 배가됐으며, 특히 결식 문제 해결이 시급해졌다.

또한 해마다 발생하는 태풍, 홍수, 호우 등 대규모 자연재난이 이재민을 대량으로 발생시키고, 생계유지가 불안한 취약계층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2018년도 재해연보’에 따르면, 최근 3년간의 자연재난으로 발생한 이재민의 수는 7221명(2016년), 8731명(2017년), 2487명(2018년)이었다. 재산 피해액 규모도 3042억7700만원(2016년), 1910억2900만원(2017년), 1412억8400만원(2018년)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따라서 매년 언제 어디서 덮칠지 모를 자연재해를 대비하여 이재민을 비롯해 생계유지가 불안한 취약계층의 긴급구호를 위한 식생활 지원 필요성이 꾸준히 부각됐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미국은 긴급식품 지원 희망자가 신분증을 지참해 푸드뱅크를 방문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고열량의 식품으로 구성된 푸드팩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은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최소 3일치의 푸드바우처를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전국푸드뱅크를 통해 지난해부터 바로 먹을 수 있는 식품이 담긴 ‘이머전시 푸드팩(Emergency Foodpack)’을 선제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비상 상황에 처한 취약계층의 결식을 예방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19일 종로구푸드뱅크마켓센터에서 이머전시 푸드팩 사업 착수식이 진행됐다.
지난 2월 19일 종로구푸드뱅크마켓센터에서 이머전시 푸드팩 사업 착수식이 진행됐다.

식품기업 5곳, 시범사업에 적극 동참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최대 피해 지역이었던 대구 취약계층의 먹거리 안정을 위해 대구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대구광역시푸드뱅크와 함께 긴급구호 식품지원 사업을 펼쳤다. 이것이 이번 사업 확대의 계기가 됐다.

당시 전국 최초로 추진된 이 사업은 대구지역 노인, 장애인 등 저소득층이 평소 이용하던 종합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등 사회복지기관이 코로나19 여파로 휴관하면서 저소득층의 결식이 우려돼 이들에 대한 식품지원에 방점이 찍혔다.

특히 공적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재가 결식 위기 계층을 발굴해 이들에게 식품과 생활용품이 담긴 ‘이머전시 푸드팩’ 4000개를 전달했다.

이를 계기로 전국푸드뱅크는 지난해 5월 농심, 동서식품, 본아이에프, SPC그룹, 농심켈로그 등 5개 식품기업과 함께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결식계층 제로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모으고자 긴급구호 식품지원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손을 잡았다.

이 5개 식품기업은 지난해 말까지 코로나19 사태로 결식 위기를 겪고 있는 8000여 가구에 쌀, 생수, 라면, 시리얼, 통조림, 시리얼바, 커피 등 자사 제품을 지원했다. 또한 전 세계 32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국제 NGO 단체인 GFN(Global Foodbanking Network)도 전국푸드뱅크에 후원금 3만5000달러를 지원하는 등 긴급구호 식품지원 시범사업에 힘을 보탰다.

전국푸드뱅크는 그해 8월 사업 동참 식품기업과 함께 폭우로 수해 피해가 큰 대전, 충남 및 충북지역에 긴급구호 식품지원 사업을 펼쳤다. 대전·충남·충북광역푸드뱅크를 통해 산사태 및 홍수 등의 피해를 입은 대전 서구와 충남 아산, 천안, 예산, 충북 충주, 제천, 단양, 음성 지역 수재민에게 라면, 생수, 쌀, 통조림, 햄, 시리얼바 등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식품과 샴푸, 비누 등 생활용품이 담긴 이머전시 푸드팩 2400개를 전달했다.

농심, 단독 기부로 올해 1만 가구 지원

농심은 올해 들어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다시 손을 잡고 전국푸드뱅크를 통해 긴급구호 식품지원사업을 확대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2월 19일 종로구푸드뱅크마켓센터에서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황청용 농심 전무, 김현훈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장, 정흥우 종로구사회복지협의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21년 이머전시 푸드팩 사업 착수식’이 열렸다. 이들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결식 위기에 놓인 취약계층을 지원하는데 협력하기로 했다.

농심은 올 한해 코로나19 등 재난으로 식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1만 가구에 즉석국, 라면, 통조림, 생수 등 자사 제품을 이머전시 푸드팩 전체 물품으로 구성될 수 있도록 기부하기로 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지난해 5개 식품기업이 8000가구를 지원했던 것에 반해 이번에 농심이 전년 대비 25% 증가한 물품을 단독으로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농심의 이번 지원 물품은 상온보관이 가능하며, 즉시 먹을 수 있어 생존에 필수적인 식품 위주로 구성했다. 또한 긴급지원과 상시지원 품목을 다르게 구분해 특성에 맞게 운영하기로 했다. 긴급지원 물품은 긴급 상황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식품으로 긴급지원이 필요한 대규모 재해·재난 발생 시 해당 지역으로 푸드팩을 전달하여 이재민 등 취약계층을 우선 지원한다.

상시지원 물품은 주식류 및 찬 위주의 식품으로 사업지역에 푸드팩을 정기적으로 배분한 후 식생활 관련 지원을 받지 않는 지역 내 복지 사각지대 소외계층을 발굴하여 푸드팩을 지원한다. 농심은 자사 제품 중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식품들로 푸드팩을 구성해 이용자의 만족도 제고에 신경을 썼다.

절차 간소화 통해 유연한 긴급지원 기대

이머전시 푸드팩은 10개 시·도 등 광역지자체 내 20개 푸드뱅크를 통해 매월 50여 가구에 지원되며 필요시 상담을 통해 사회복지 공적 지원체계와 연계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특히 이용대상 신청 및 선정 과정을 생략하고, 선지원-후보고 형태로 추진한다. 이를 통해 식품을 긴급하게 필요로 하는 소외계층에게 절차를 간소화한 이머전시 푸드팩을 지원하여 결식을 방지하는데 목표를 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규모 재해·재난 등 긴급상황 및 개인의 일시적 빈곤 상태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식품이 긴급히 필요한 대상에게 선제적 지원으로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하며, 비상 상황에서 취약계층의 결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전망된다. 아울러 수요자 중심으로 다변화한 사업 운영을 통해 푸드뱅크의 기능을 강화하고, 기부 식품기업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으리라 예상하고 있다.

이날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은 “이머전시 푸드팩은 미개척 사업으로 푸드뱅크 사업의 일대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며 “이는 코로나19는 물론 재난으로 위기에 처한 가구나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빈곤계층에게 희망의 사다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국내 일류의 식품기업인 농심과 푸드뱅크가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하는데 함께해 기쁘다”고 덧붙였다.

황청용 농심 전무는 “푸드뱅크와 이머전시 푸드팩 사업을 올해도 진행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머전시 푸드팩 기부 물량을 더욱 확대하여 취약계층 결식 예방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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