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급속한 고령화, 사회 양극화와 위기가정 등의 확대로 인해 많은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복합적이고 다양한 복지수요가 늘어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사회문제를 중앙정부와 같은 단일 행위자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해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변화에 따라 지역 특성과 지역주민 욕구를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민간복지영역에서 법적으로 구체화한 것이 사회복지사업법 제33조에 명시한 ‘사회복지협의회’의 설치·운영이다. 동법에서 사회복지협의회는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복지 관련 다양한 이해관계자 및 관련 기관·단체와 협력·조정 및 자원 연계를 법적 고유목적 사업으로 분명히 함으로써 지역사회 네트워크 조직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분명히 정의하고 있다.

복잡하고 다양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별기관 간의 네트워크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 내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조직 간 연계·협력·조정을 위한 거버넌스 차원의 네트워크 관리가 필수적이다. 특히 사회복지협의회는 법적으로 민·민 네트워크 조정기관으로서 역할을 부여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협의회의 네트워크 거버넌스 필요성에 대한 제도권 및 학계에서의 논의가 없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사회복지협의회는 목적사업인 네트워크 구축을 활발히 수행할 때 한층 성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나 협의회별 네트워크 거버넌스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한국사회복지협의회, 2007). 이에 따라 선행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은 시군구 단위 사회복지협의회의 네트워크 거버넌스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분석하여 지역 현장에서 사업화함으로써 민·민 네트워크의 허브 기관으로서의 사회복지협의회의 기능과 역할을 제고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따라 필자는 민·민 네트워크 구축이 주요 목적사업인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의 네트워크 거버넌스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전국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으며, 분석한 결과를 기반으로 실천적·정책적 제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복지협의회의 주 네트워크 거버넌스 대상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사회복지 시설에 아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1998년 사회복지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경제, 문화, 교육, 언론, 종교, 법조 등 다양한 분야로 회원자격을 확대하여 협의회가 지역사회 복지 네트워크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사회복지 이해관계자들만의 협의회에 갇혀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좋은 사례이다. 지역복지 네트워크가 단순히 복지 분야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지역의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도 다양한 회원 확보를 통해 지역복지 공동체 구축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둘째,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사무국 운영을 위한 예산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안정적이고 다양한 재원 확보를 위해서는 공공의 보조금 확보에만 매달리지 말고 지역복지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나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유치하는 등 재원의 다각화를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한다.

셋째, 사회복지협의회가 네트워크 거버넌스의 주체로 인식되고 있지 않은 이유는 시군구 전체의 복지 문제 해결을 위한 주민참여형 네트워크가 아닌 일부 사회복지시설 중심의 이해관계자형 네트워크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트워크 거버넌스 확대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에서 회원의 폭을 확대하면서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넷째, 기관장의 리더십 유형이 네트워크 거버넌스 수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본 결과, 창의적 문제 해결 및 변화 중심인 ‘변혁적 리더십’이 네트워크 거버넌스에 강한 영향력을 가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리더십은 모든 조직의 수장이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이며, 각 조직의 특성에 맞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사회복지협의회의 기관장 역시 지역사회의 총괄 협의기구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조직구성원의 자각과 성찰을 유도하며 대외 환경에 적극 대응하는 ‘변혁적 리더십’의 발휘가 무엇보다 요구된다.

다섯째,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 네트워크 거버넌스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 중에서 가장 의미 있다고 판단되는 것은 조직문화 유형 중 ‘발전문화’가 네트워크 거버넌스의 수준에 강한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이는 네트워크 관리조직으로서 네트워크 구축 자체가 고유목적사업인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전략 방향 설정 측면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와 더불어 조직 내부지향적인 ‘위계문화’나 ‘집단문화’ 유형인 사회복지협의회의 경우 상대적으로 네트워크 거버넌스 수준이 낮게 형성되는 것으로 연구 결과에서 드러났다. 이처럼 해당 사회복지협의회의 조직문화가 어떤 유형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에 따라 향후 조직의 성장과 쇠퇴를 가름하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사회복지협의회가 네트워크 거버넌스를 원활하게 구축하기 위해서는 외부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지역사회에서의 상호작용을 위해 조직의 변화와 유연성을 지니며, 창의성과 혁신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자원 확보가 가능한 조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발전문화’ 유형의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여섯째,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 의무설치의 법적 명문화이다. 지역복지 현장에서 공공영역과 더불어 복지사각지대 해소 및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민간 복지전달체계 간 연계·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지역사회복지협의회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군구 단위 사회복지협의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것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 2020년 10월 현재 전국 226개 시군구 행정단위 중 160개 지역에서 설치·운영하고 있기에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이루어진다면 민·민 네트워크 활성화를 통한 지역의 복지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일곱째,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의 네트워크 기능을 중심으로 한 ‘사회복지협의회 기본 운영방침’ 매뉴얼 개발·보급이 필요하다. 사회복지협의회는 지역사회 많은 이해관계자의 참여 속에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회복지협의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분명한 원칙이 정해져 있지 않아 정체성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사회복지협의회는 일본의 법과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설립했는데 명확한 성격 규명 없이 제도적으로 정착되었다. 일본은 1950년대 말 이후 전국 사회복지협의회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수년간의 토론과정을 거치면서 1962년 ‘사회복지협의회 기본요항’을 제정하여 사회복지협의회의 목적, 기능, 성격 등을 명확히 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여덟째,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의 차별화된 공통사업 개발이 필요한데, 핵심은 어느 조직이든 실시하고 있는 ‘레드오션’ 영역이 아닌 협의회만이 할 수 있는 ‘블루오션’ 사업 개발이 중요하다. 최근 공공이 풀지 못한 사회문제 해결 방법으로 기업이나 비영리기관(NPO)에 의한 사회혁신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이 화두가 되고 있는바, 이에 대한 민간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바로 이런 시기에 사회복지협의회는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역의 복지 문제를 발견·도출하고, 협의회가 중심이 되어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문제 해결에 필요한 다양한 자원개발을 통해 지역복지공동체 구축에 기여함을 핵심 가치로 삼아야 한다.

사회복지협의회는 행정구역 단위 내에서 지역복지 관련 이해관계자 간 네트워크 기구이며, 이들과의 협의·조정 과정에서 지역복지 문제를 진단하고 문제점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의 공통 과제와 이슈를 지역주민과 함께 문제 해결책으로 제시해 이를 산출물과 성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무국 인력 또한 지역사회 문제를 진단하고, 민·민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다양한 복지자원을 개발·연계하여 해당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거시(巨視) 실천가’, 즉 이른바 ‘커뮤니티 디자이너(Community Designer)’로서의 소명 의식을 분명히 함으로써 지역복지 총괄 협의기구라는 정체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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