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환 월드비전 회장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

지난 1월 19일 취임한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 어린 시절부터 해외 후원자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했다는 조 회장은 “가난 때문에 꿈조차 꿀 수 없는 아이들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은 작은 후원이 만드는 기적”이라며 “이제 그동안 받았던 사랑을 되돌려 주고 싶다”고 말했다.

취임을 축하드린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취임하셨는데, 소감을 부탁드린다.

“45년간 후원을 받아 왔기 때문에 언젠가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해야겠다는 사명을 늘 품고 살아왔다. 감사하게도 한국월드비전 회장으로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매일을 큰 감동과 감사함으로 살아가고 있다. 어린이를 돕는 일이 나의 운명이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기에 월드비전 회장이라는 크고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자리도 숙명으로 생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취약한 아동과 그 가정이 더한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이 시기에 월드비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큰 책임감을 갖고 모든 지식과 경험을 쏟아붓고자 한다.”

월드비전은 국내 최대 국제구호단체로 잘 알려져 있다. 주로 어느 국가의 어떤 아동을 대상으로 후원활동을 하는지?

“월드비전은 세계에서 가장 취약하고 소외된 어린이들을 돕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현재 국제 NGO로서 전 세계 100개국에 2500여 개의 사업장을 두고 있다. 한국은 42개국에서 교육, 보건영양, 식수위생, 소득증대, 아동보호 분야 등 280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분쟁으로 인한 이주민 중 18세 미만 아동 비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세계적으로 어린이들은 큰 위기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월드비전도 전쟁, 자연재해 등으로 위기에 놓인 어린이들을 가장 먼저 그리고 끝까지 돕겠다는 사명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활동도 활발하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소개해 주신다면?

“‘꿈꾸는아이들’이라는 국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희망을 가지고 도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꿈지원사업’, 긴급 위기 상황에 처한 가정에 생계비·주거비·의료비를 지원하고, 재난과 재해로 피해를 입은 아동과 가정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돕는 ‘위기아동지원사업’과 아이들이 끼니 걱정 없이 건강하고 밝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결식아동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위기아동, 미혼모부자, 장애 희귀질환 아동, 결식아동을 돕는 사업을 더욱 확장해 국내 취약한 어린이를 돕는 일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취임사에서 ‘일상 속 기부문화 자리매김에 앞장서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를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올해 ‘고통 없는 후원금’ 제도를 도입하고자 한다. 일상에서 자동차나화장품 등을 살 때 소액을 기부하는 형태로 후원자에게는 부담을 최소화하고 자발적 후원 분위기를 조성할 예정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일상적 소비를 통해 자연스럽게 후원할 수 있는 것이다. 월드비전의 전문성, 투명성을 기반으로 후원자들의 사랑이 지속되기 때문에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부가 지속될 것이라 생각된다.”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 및 정책 과제는?

“기부금 세액 공제액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 법정기부금은 100% 세액공제를 받는 반면, NGO에 기부하는 지정기부금의 경우 15% 세액공제를 받고 있다. 정부의 복지사각지대를 메꾸고 있는 NGO·사회복지법인의 기부금에 대한 세액 공제율을 100%로 상향한다면, 기부문화 활성화 및 민간주도의 기부금 증가를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기부금품의 모집 등록을 간소화 해야 한다. 현재 기부금 모집을 위해선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전에 주무관청에 기부금 모집에 대한 승인을 구하도록 되어 있어 등록·변경 절차가 어렵고 행정업무가 증대되고 있다. 모집 등록은 간소화하고, 모금한 기부금 사용에 대해서는 철저히 감독하면 기부문화가 활성화되고 자연스럽게 기부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리라 생각한다.”

건국대 생명과학특성학과 교수, 아시아·태평양에이즈학회장 등 이력이 남다르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미국 유학 중 우연한 기회에 면역학 중에서도 에이즈를 전공하는 교수님 밑에서 연구를 하게 됐다. 그때 마침 에이즈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했고, 특히나 아시아·아프리카의 저개발국가에서 에이즈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행히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치료제는 개발됐지만 비싼 치료비 때문에 검사조차 망설이는 가난한 가족을 직접 만나면서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전 세계를 돌며 정치인, 기업가 등을 만나 후원금을 모으는 일에 앞장서게 됐고 지난해까지 아시아·태평양에이즈학회 회장을 맡으며 가난하여 치료를 못 받는 에이즈 환자들과 에이즈 고아들을 위해 일했다.”

그렇다면 사회복지와의 인연은?

“가난한 실향민 가정에서 자라면서 해외 후원자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했기 때문에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을 위해 일하며 그동안 받았던 사랑을 되돌려 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갓난아기일 때부터 ‘에드나’라는 미국인 후원자님께 매달 15달러를 편지와 함께 받아 왔다. 같은 반 친구가 소시지 먹는 모습을 부럽게 바라보았던 순간이 아직도 눈에 선할 만큼 힘겨운 시절을 보냈지만 후원자의 한결같은 지지는 저를 어디서고 당당한 아이로 만들어 주었다. 제가 후원이 만든 증거이기에 월드비전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겨주신 것 같다. 저처럼 가난 때문에 꿈조차 꿀 수 없는 아이들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은 작은 후원이 만드는 기적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월드비전 회장으로 일하면서 이러한 나눔의 가치를 알리고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일에 앞장서고자 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사업 운영 및 후원 등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은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어려움을 가져다주었지만 월드비전에는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했다. 대면을 통한 모금활동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비대면 채널을 통해 대중과 소통할 수 있었고, 모금은 더 성장할 수 있었다. 경제가 어려워도 더 힘든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사랑의 마음은 있다고 생각한다. 후원자였던 에드나 양어머니가 일한 마지막 직장은 마트였고, 그녀는 100년 동안 비행기도 타보지 못했던 가난한 소시민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기보다 더 가난한 조명환 어린이를 돕기로 하였고, 그녀의 후원은 돌아가시기 전까지 45년간 지속됐다. 코로나 시대에 어려운 사람들, 특히 더 취약한 어린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다각적인 마케팅 전략을 펴는 등 우리가 갖고 있는 전문성과 자원을 극대화해 가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찾아 돕는 일을 강화할 것이다.”

조명환 회장이 1월 19일 열린 월드비전 제9대 회장 이·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조 회장은 “코로나19로 더욱 취약한 환경에 놓인 아동들을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명환 회장이 1월 19일 열린 월드비전 제9대 회장 이·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조 회장은 “코로나19로 더욱 취약한 환경에 놓인 아동들을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구호단체의 후원금 사용 투명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복안이 있다면?

“우선 공시 기준에 맞는 회계 처리와 이에 따른 공유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 비영리 단체에 대한 회계기준이 공익법인 회계기준과 국세청 기준으로 통일되고 있는 것 같다. 이를 함께 잘 발전시키고 적용한다면 단체별 비교도 가능해지고 투명성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두 번째로 자금 및 집행에 투명한 절차와 감사 기능이 필요하다. 한 부서나 개인이 심의와 집행, 그리고 검토나 감사기능을 독점하고 있다면 이익에 따라 불투명한 자금 집행과 이를 감추기 위한 회계 처리가 일어날 수 있다. 때문에 조직과 의사결정 과정을 잘 분리해 여러 과정에서 회계 결과가 검토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 홈페이지를 통한 요약 보고서 공유뿐 아니라 사업 및 마케팅 비용이 후원자들과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필요에 맞게 공유된다면 후원자나 대중들, 그리고 직원들까지도 재무 투명성에 대한 믿음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도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많은데, 해외 아동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국제구호단체 회장으로서 이에 대한 생각을 말해주신다면?

“한국월드비전도 1950년부터 1991년까지 도움을 받던 나라였다. 하지만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전 세계 42개국 728만명을 돕는 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전 세계에서 보내주신 선한 영향력 덕분이었다. 한 지역에서 10~15년에 걸쳐 자립을 돕는 월드비전의 사업방식이 궁극적으로 전 세계 아이들이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월드비전의 이상을 이루는 초석이 되리라 생각한다. 우리의 도움으로 자립을 이룬 나라들이 또 다른 어려운 나라에 도움을 전하고, 또 그 도움이 돌고 돌아 한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리라 생각된다. 저또한 해외 후원자의 지원과 사랑으로 지금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의 사랑이 전해져 성장하게 되면 제2의, 제3의 한국 그리고 또 다른 ‘조명환’이 나오게 될 거라 믿는다.”

임기 내 반드시 이루고픈 목표가 있으시다면?

“코로나19는 전 세계 취약한 아동과 가정을 더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는 이들의 현실적인 생존문제 해소에 더욱 집중하고자 한다. 국내사업으로는 저소득 아동들이 돌봄과 교육에 소외되지 않도록 비대면 돌봄, 사회복지프로그램 콘텐츠 제작및 보급 활성화에 집중하고, 우리 사회의 다음 세대들이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다양한 교육기부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즉, 우리 사회의 시민들, 특히 다음 세대가 직면한 절대 빈곤, 불평등, 기후변화, 갈등과 분쟁 등의 이슈를 해결하는 주체로 성장하도록 적극 기여하겠다. 또 아이들의 니즈와 월드비전이 만들어 내는 변화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적극 알려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사업에 동참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신뢰받는 기관이 되도록 직원들의 사명감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전환에 대한 투자도 우선순위로 실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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