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출산인구, 사망인구보다 적어... 첫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발생
지난해 60대 이상 인구 '늘고', 10‧30대 인구 '줄고'
저출산대책 근본적 원인 분석...정책 재조정 시급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장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장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말 기준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처음으로 앞질러 이른바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인구의 데드크로스(Dead Cross)현상이 나타났다. 2017년 우리나라 출생자 수가 30만 명대로 경감되더니 2020년에는 출생인구(27만5815명)가 사망인구(30만7764명)보다 3만 명 적은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이 처음으로 발생했다. 

'인구 데드크로스'는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아지며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현상을 뜻하고 그 반대는 '인구 골든크로스(Golden Cross)' 현상이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20년에는 60대 이상에서만 인구가 늘어서 60대 이상의 인구 비중은 24%로 늘어났다. 반면 10대(-4.7%)와 30대의 인구(-2.8%)는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또한 인구감소 현상의 여파로 2019년에 비해 2020년에는 경기, 세종, 제주, 강원, 충북 등 5곳을 제외한 나머지 12개 시도의 인구는 감소하여 앞으로 지방소멸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 인구데드크로스의 원인은 ‘저출산‧고령화’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이 발생한 원인은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와 인구 고령화 문제에서 기인한다. 인구감소의 주요 원인은 출산율의 감소로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3명으로 OECD 회원국은 물론 세계 187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저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요소는 초혼연령, 청년실업률, 주거 빈곤, 그리고 사교육비 문제 등이다.

첫째, 2020년 통계청이 발표한 남자의 평균 초혼 나이는 33.4세였고 여자의 초혼 나이는 30.6세로 조사됐다. 2019년보다는 남녀 각각 2.9세, 2.7세씩 높아진 수치다. 둘째, 청년층(15세~29세)의 공식 실업률은 10.7%이지만 실제 청년 체감실업률은 25%에 이르고 있다. 셋째, 청년 주거 빈곤도 심각한 실정으로 2017년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의하면 전체 가구 중 주거 빈곤 가구비율은 12%인데 청년 1인가구의 주거 빈곤 상태 가구는 22.6%에 이르고 있다. 넷째,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교육비 지출 규모가 2005년 267만원에서 2020년 707만원으로 무려 165% 증가했다. 이러한 다양한 인구‧사회‧경제적 현상들이 복합적으로 저출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출산 현상은 인구의 고령화에 영향을 미치고, 인구의 고령화는 기대수명을 연장해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 속도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전체인구에서 65세 이상의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7%로 고령화사회가 되었고, 2018년 65세 이상의 인구가 14%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리고 2025년에는 노인인구 1000만 명인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에 진입할 예정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사회 문제들로는 빈곤 문제, 질병 문제, 소외감, 그리고 무위 등이 있다. 첫째, 노인의 빈곤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2018년 기준 66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3.4%로 OECD 국가 중에서 1위였다. 둘째, 노인들의 질병 문제도 심각한 수준으로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은 전체 노인의 89.5%로 나타났고, 그리고 만성질환을 2개 이상 가진 노인도 73%에 이르고 있다. 셋째, 2018년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140만 명으로 매년 21.9%씩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2017년 무연고 고독사는 835명으로 2013년 458명에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넷째, 노인은 퇴직으로 인한 직업 상실로 자아의 지지기반을 잃어버리고 부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기도 하다. 많은 노인들이 노년기에 특별한 역할을 부여하지 않아서 일상생활을 무료하게 지내고 있다.

◆ 저출산에 ‘치우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고령사회에 관련된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하여 2005년에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출산율을 개선하고 고령사회에서 노인들의 생활 안정과 생산적 활동에 기여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5년마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수립해 집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 법에 의거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운영하여 관련 정책에 대한 주요 사항을 심의하고 있다. 위원회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고 25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위원들은 고령화 및 저출산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있는 자를 위원장이 위촉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법의 주요 내용은 저출산과 고령사회 정책 수립, 시행체계, 평가 및 심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설치 등이며, 저출산 대책과 고령사회 대책으로 구분되어있다. 첫째, 저출산 대책으로는 정부와 지자체는 출산과 보육, 모자보건의 증진, 경제적 부담의 경감을 위한 정책을 수립해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둘째, 고령사회 대책은 고령자의 고용과 소득보장, 건강증진과 의료제공, 안전보장, 여가문화 및 사회활동의 장려, 취약 노인에 대한 배려, 그리고 고령친화적 사업의 육성 등에 관한 정책을 수립하게 되어있다. 법은 저출산 대책과 고령사회 대책으로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지만, 그러나 그동안 정부에서는 저출산 대책만을 중심으로 운영하였고 고령사회 대책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운영, 그리고 관련 예산집행 등 정책 전반에 매우 심각한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집행과 운영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의 정책을 수립하고 모니터링 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5대 정책과제에는 '고령사회 대책'이 전혀 없고 오직 '저출산 대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5대 정책과제는 다음과 같다. ▲아동의 건강한 성장지원 ▲다 함께 워라벨 ▲모든 아동 가족 지원 ▲청년의 평등한 출발지원 ▲건강한 재정과 효율적 전달. 그리고 이러한 5대 정책과제는 전부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책이고 각각의 5대 정책은 '저출산 문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책으로 평가하기에는 매우 미흡한 측면이 많다.

이제는 '고령사회 대책'에 대한 효과적인 정책과제를 별도로 수립해 저출산 정책과제와 고령사회 정책과제를 확연하게 분리하여, 저출산 문제와 고령사회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는 본 위원회와 정책운영위원회가 구성되어있는데 본 위원회의 운영위원에 고령사회 분야의 전문가가 매우 부족한 편이다. 앞으로 저출산 분야와 고령사회 분야를 분리하여 2개의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각각의 분야에 적합한 전문가들을 초빙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저출산 예산, 15년간 225조원...출산율은 오히려 급락

그동안 정부가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지출한 예산은 2006년 2조1000억원으로 시작해 2020년 40조2000억원으로 20배 상승하였고, 지난 15년간 총 225조원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합계출산율은 2005년 1.07명에서 2020년에는 0.83명으로 오히려 급격하게 떨어져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왜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정책 재조정에 대한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2020년 저출산 지원 예산은 약 40조2000억원으로 행복주택·전세임대주택 공급과 청년·신혼부부 주거지원에 18조원, 국공립유치원 확충, 그리고 아동·가정양육수당 지급 등 돌봄 지원에 13조2000억원이 쓰였다. 앞으로 저출산 관련예산은 아동의 출산 및 양육에 이르는 과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 출산을 장려할 수 있도록 현금지원과 현물지원을 균형 있게 제공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고령사회 분야 예산은 기초연금 약 17조원과 노인일자리 창출 부분에 3조원 등이 쓰였다. 또 노인 공공형 일자리는 2019년에 비해 7만 개 늘어난 54만 개였다. 그러나 고령사회에서 노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이 매우 다양함으로 고령사회 관련예산을 기초연금과 노인일자리 사업에만 국한하지 말고 노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빈곤, 건강, 고립 및 역할상실 등 다양한 노인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분야에 사용해야 한다.

◆ 인구 ‘데드크로스’의 ‘골든크로스’로의 전환

앞으로 인구의 데드크로스 현상을 인구 골든크로스 현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개선되어야 한다. 첫째, 2005년에 제정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면밀하게 분석해 보다 효과적인 저출산 대책과 고령사회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저출산 대책과 고령사회 대책을 확실하게 구분하여 이원화된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둘째, 지난 15년간 비효과적으로 사용된 저출산·고령사회 예산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출산을 장려할 수 있는 대책과 노인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 저출산과 고령사회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하여 출산을 저해하고 고령화 문제를 심화시키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분석하고 전국단위 정기적 조사연구를 시행해야 한다. 넷째,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각각의 분야에 전문가를 영입해 앞으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보다 합리적으로 운영해 나가야 한다. 다섯째, 예전에 운영되었던 저출산·고령사회대책본부를 다시 재설치하여 저출산 대책본부와 고령사회 대책본부를 이원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중앙정부로부터 광역지자체, 그리고 기초지자체 등으로 관련 정책들이 효과적으로 집행될 수 있는 행정·전달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여섯째, 지방자치단체에도 저출산대책위원회와 고령사회대책위원회 등을 민관거버넌스 형식으로 구성하여 지역에 부합하는 저출산 대책과 고령사회 대책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곱째, 저출산 분야와 고령사회 분야에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고등교육기관과 협력하여 전문가와 실천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여덟째, 저출산과 고령사회 정책을 효과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외국 제도들을 분석하여 이를 우리나라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모든 아이는 우리의 아이’…아동친화적 공동체 구축

우리 사회가 '인구 데드크로스'를 개선하고 '인구 골든크로스'로 획기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중앙정부의 정책 수정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장기적 차원의 과제이다. 특히 지난 15년간 수백조 원의 저출산과 고령사회 대책 예산을 투입하고도 저출산 문제와 고령사회 문제에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점에 대해서 중앙정부는 국민에게 적절한 해명과 사과를 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그동안 잘못 시행된 관련 정책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현행의 파편화된 저출산 대책과 고령사회 대책을 과감히 정리하고 보다 실질적이고 체감성 있는 제도화된 저출산 정책과 고령사회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선진복지국가에서는 '모든 아이는 우리의 아이'라는 구호 아래 아동의 출산부터 양육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정부, 지자체, 그리고 가정이 협력하여 아동친화적인 공동체를 구성해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또한 노인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빈곤, 건강, 고용, 여가선용 등 노인들이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효과적인 고령친화적 복지정책과 복지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가 '인구 데드크로스'를 '인구 골든크로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저출산 대책과 고령사회 대책을 이원화하여 집행할 수 있는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그리고 아동부터 노인에 이르는 모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인간중심(Human-centered)의 가족친화공동체로 변환되었을 때 비로소 저출산 문제와 고령사회 문제의 심각한 악순환을 극복하고 복지로운 휴먼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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