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회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지역복지개발원장
허정회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지역복지개발원장

새해 들어 굵직한 뉴스에 치여 중요한 데 세간의 이목을 크게 끌지 못한 게 있다. 바로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된 것이었다. 2020년 출생자는 27만5815명이고, 사망자는 30만7764명이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인구는 5182만9023명으로 전년 대비 약 2만명 줄었다.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한 것이다. 데드크로스는 한 해 동안 태어나는 신생아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현상을 일컫는다. 전쟁을 치른 것도 아닌데 인구 감소라니 가히 국가 재앙이라 할 만하다.

인구 감소로 우리나라도 수축사회로 진입했다. 수축사회의 폐해는 심각하다. 인구가 줄어들면 내수 감소로 경제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납세자가 줄어들어 세수가 감소하면 정부는 부채를 늘려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 소수가 다수를 먹여 살려야 한다. 군 입대자원도 줄어들어 국방에도 문제가 생긴다. 지금대로라면 국력이 쇠락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2005년 합계출산율이 1.07이 되자 인구감소의 심각성을 깨닫고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했다. 이어 2006년부터 2020년까지 3차에 걸친 5개년계획을 통해 약 200조원의 재정을 투입했다. 그 15년 간 약 626만2000명이 태어났으니 한 아이 당 약 3200만원을 쓴 셈이다. 이를 2020년으로 한정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지난해 정부와 지자체가 저출산 대책에 투입한 예산은 약 45조원이다. 이를 작년 출생아 수로 나누면 한 명당 약 1억6300만원이 소요됐다. 이와 같이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출산율은 오르기는커녕 떨어지고 있다. 차라리 그 예산으로 신생아 당 1억원씩 지급하자는 전문가도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수축국가가 된다고 국력이 다 약한 것은 아니다. 일본, 이탈리아도 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내로라하는 강국이다. 또 스위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싱가포르 등과 같은 강소국도 많다. 이들은 인구는 적으면서도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다. 이들 특징은 국가 미래 비전을 세우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국민 에너지를 결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하나같이 교육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은 2019년 0.92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이 2020년 0.8명대, 2021년 0.7명대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맞아 우리도 이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가 됐다. 밑 빠진 독에 물을 계속 부을 것인가, 아니면 새 독으로 바꿀 것인가를 택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는 목표 출산율마저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출산율 제고라는 국가 지상 목표에서 벗어나 국민 삶의 질 향상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의도라 한다. 이는 출산율 제고에 자신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안은 저출산을 변수가 아닌 상수로 놓고 정책을 새로 짜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오늘날 육아 여건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아동수당도 주고 보육료도 지원하고 출산휴가제, 육아 휴직제 등 다양한 제도가 있다. 그럼에도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치관을 바꾸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문제의 원인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면 현실을 인정하고 그 해법을 구해야 한다. 저출산 기조는 그로인한 폐해가 문제이므로 이를 보전(補塡)하는데 초점을 맞춰 대책을 세우자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노동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게 된다. 제러미 리프킨 같은 경제학자는 인공지능과 로봇 등으로 인해 일찍이 ‘노동의 종말’을 예견하기도 했다. 따라서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과 과학에 집중 투자해 한 사람이 열 사람 몫을 하게 하자. 다른 한편으로는 파격적인 복지정책으로 소외계층을 배려하자. 우리에게 인구 감소는 큰 위기일 수도 있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발상의 전환으로 당면 인구 위기를 극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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