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곳곳 누비며 이용자 이야기에 귀 기울여

곽철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지원팀 사회복지사
곽철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지원팀 사회복지사

‘왜 사회복지 관련 학과에 진학했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사실 대답을 해줄 수 없다. 그럴싸한 말로 포장할 수 있겠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어쩌다보니 사회복지를 전공하게 됐다. 학생 시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몰랐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학과에 대한 애정 없이 허무하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어느덧 3학년이 됐고 졸업요건을 채우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친구의 권유로 초록여행에서 진행하는 ‘장애인과 함께하는 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이 봉사활동이 미래를 결정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장애인과 함께하는 여행’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조를 이루어 여러 관광지를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중학생 시각장애인과 여행을 하게 됐다. 사실 처음에는 앞이 보이지도 않는 시각장애인에게 여행이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시각장애인도 어떻게 지원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마음으로 여행지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숙소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놀 수 있었다.

2박 3일 동안 함께 여행하면서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여러 욕구가 존재하지만, 사회적인 편견과 구조로 인해 차별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나 또한 장애에 대해 차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많이 부끄러웠고 ‘장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이 여행 후 장애인 분야에 관심을 갖고 졸업 후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입사했다.

대면 초기상담 철칙으로 동료들과 발로 뛰어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장애인의 권리 증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그중 나는 장애인 이용자에게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지원팀’에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 특성으로 인해 활동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사를 배치해 신체, 가사, 사회 활동을 지원하는 서비스이다.

활동지원팀 코디네이터는 장애인 이용자의 의뢰가 들어오면 대면 초기상담을 진행한다. 이용자를 만나 그들의 서비스 욕구와 생활환경을 조사하고 활동지원서비스 지침에 대해 설명을 한다. 40여 페이지 분량의 지침서에 따라 서비스의 목적, 서비스 신청 방법, 이용 방법, 본인 부담금 산정 방법 등 세세한 부분까지 설명한다. 초기상담은 1시간 넘게 진행된다. 이후 조건에 맞는 활동지원사를 구인해 연결을 시도한다. 연결상담은 이용자와 활동지원사 그리고 코디네이터가 직접 만나 업무 내용에 대해 확인하고 서로의 역할에 대해 조율한다. 또 서로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코디네이터가 조율하는 과정도 거친다.

초기상담과 연결상담을 진행하기 위해 활동지원 코디네이터는 지역사회 곳곳을 누비며 모든 이용자를 직접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한다. 종종 융통성 없다고 싫어하는 이용자도 있다. ‘전화로 상담해도 되는데 왜 이리 융통성이 없냐’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성동센터 활동지원팀은 이용자를 직접 만나봐야 올바른 서비스 제공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대면상담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 모든 이용자를 만나는 것은 업무에 부담이 되기도 한다. 상담 업무를 제외하더라도 사무실에는 처리해야 할 업무들이 쌓여있다. 코디네이터를 찾는 수많은 전화도 기다리고 있다. 모니터링도 진행해야 하고 활동지원사 급여, 보험 관련 업무도 처리해야 한다. 바쁜 시기에 상담 요청이 오면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서비스가 잘 제공돼 성공적인 자립생활을 하는 이용자들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

사회적 약자도 사회구성원으로 당당히 살아가도록

나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 활동지원팀에서 근무하다 보면 활동지원서비스를 잘 이용해 자립생활을 실천하는 이용자를 많이 만날 수 있다. 실제로 센터를 이용하는 한 경추장애인은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얼굴밖에 없다. 그래도 활동지원사의 도움으로 직장 생활을 해 돈도 벌고 장애인 권리 증진을 위한 활동에도 참여한다. 어떤 발달장애인 이용자는 활동지원사의 도움으로 등·하교를 하고 하교 후에는 운동을 한다. 또 저녁으로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먹기도 한다.

이들처럼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장애인 이용자들도 있지만 우리 주변에는 아직 스스로의 삶을 살지 못한 채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장애인 시설에 거주해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다거나 사회적인 편견과 시선이 두려워 집에서만 생활하는 장애인을 많이 봤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들 또한 사회에서 배제된 채 살아가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도 사회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분명 나 혼자의 힘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기는 힘들겠지만 묵묵히 발로 뛰면서 내 역할을 해내다 보면 또 사회구성원들과 함께 활동하다보면 조금씩 사회가 변화될 것이라 믿는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꿈꾸는 나는 ‘사회복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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