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引きこもり)’라는 단어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장기간에 걸쳐 집안에만 틀어박혀 다른 사람들과 교류 없이 고립된 상태, 혹은 그런 상태에 놓인 사람을 뜻하는데, 우리말로는 은둔형 외톨이라고도 불린다. 일본의 히키코모리와 그 연장선에 있는 ‘8050 문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두 사건

2019년 5월 28일,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전철역 근처에서 스쿨버스를 기다리던 초등학생을 50대 남성이 흉기로 무차별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해, 학생과 학부모 2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을 입었다. 범행 뒤 그 자리에서 자살한 용의자는 80대 숙부모와 함께 생활해 왔지만 10년 이상 대화가 거의 없었고 집에만 틀어박혀 지냈다고 한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지 나흘 뒤(6월 1일), 동경도 네리마구에 사는 76세 남성이 44세의 장남을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동기는 이랬다. “초등학교 운동회 소리가 시끄럽다, 죽이고 싶다”는 아들의 말을 듣고, ‘이러다가 가와사키 사건처럼 아들이 살인을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기 손으로 막기 위해서 자식을 살해했다는 것이다. 아들은 20대 때부터 히키코모리 상태에 있었으며, 평소에도 가족과 이웃들에게 자주 폭력과 분노를 표출했었다고 털어놓았다.

두 사건 모두 히키코모리와 관련된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에 큰 충격과 함께 사회적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하나는 연일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면서, ‘히키코모리=잠재적 범죄자’라는 인식(편견)이 확산돼 찬반 여론이 형성된 것이고, 또 하나는 히키코모리의 장기화·고령화로 인한 ‘8050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된 것이다.

한편, 두 사건 발생 이후, 히키코모리 지원기관 등에서는 ‘설마 내 자식이 그런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리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이번 기회에 상담을 받아보고 싶다’는 문의가 급증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자식이 히키코모리라는 것을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많은 부모들이 지역사회에서 고립된 채 지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네리마 사건’을 보고 자기 자식을 떠올렸을 부모들의 불안감과 먹먹함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쓰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히키코모리 실태조사 결과

일본 후생노동성은 히키코모리에 대해 ‘다양한 요인의 결과로 사회적 참가를 회피하고, 원칙적으로 6개월 이상에 걸쳐 가정에 머물고 있는 상태’로 정의한다.

일본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히키코모리에 대한 실태 파악을 해오고 있는데, 2016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15세부터 39세까지의 청년층 히키코모리는 54만1000명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은둔 기간은 7년 이상(34.7%)이 가장 많았고, 3~5년(28.6%), 5~7년(12.2%) 순으로 나타났다. 히키코모리가 된 계기는, 등교거부(18.4%), 직장 부적응(18.4%), 취업 실패(16.3%), 대인관계 갈등(16.3%), 질병(14.3%) 순으로 나타났다.

초·중학교 학창시절 경험과 관련해서는 히키코모리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교우 및 교사와의 관계가 좋지 않거나, 학업부진, 이지메(집단 따돌림) 경험 등 부정적 경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창 시절부터 스트레스를 경험하거나 자신감 강화로 이어질 만한 경험과 기회가 적었음을 의미한다.

한편, 2016년 조사 결과가 청년층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중장년층의 히키코모리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해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가 추가적으로 이루어졌다.

2019년 3월, 내각부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40세부터 64세까지의 중장년층 히키코모리는 61만3000명으로 추산됐다. 히키코모리 기간은 약 45%가 7년 이상이고, 그중 10~20년이 17%, 20~30년이 17% 등으로 청년층보다 기간이 길어짐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오랜 기간 고립돼 생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지원함에 있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여야 함을 시사한다.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정규직으로 일한 경험’을 가진 경우가 약 74%를 차지했고, 비교적 장기간 일을 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점은 청년층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2016년과 2019년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15세 이상 64세 이하 인구 중 히키코모리는 약 115만4000명, 해당 연령대의 약 3.02%에 해당하는 수치다.

8050 문제에 대한 통합적 지원 체제 구축해야

히키코모리는 1980년대 후반부터 이지메와 등교거부 등을 계기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이후, 이른바 ‘취업 빙하기(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를 거치면서 취업 실패 등으로 인한 히키코모리가 급격히 증가해 본격화된다.

한편, 사회적 문제가 된지 30여 년이 흐른 지금,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장년층 히키코모리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히키코모리 문제가 장기화·고령화면서, 일명 ‘8050 문제’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히키코모리에 대한 연령 규정을 통해, 당초부터 15세에서 34세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해왔다. 앞서 소개한 2016년 조사에서는 39세까지로 확대됐고,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포함된 것은 2019년 조사에서부터다. 그 지원에 대해서도 ‘아동·청년육성지원 추진법’에 근거하기 때문에 중장년층은 정책적 지원 대상이 아니었다.

2010년대 들어서, 중장년층의 히키코모리 문제가 현실화되면서 ‘8050 문제’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8050 문제란 50대 중장년층이 80대 노부모와 함께 생활하며 의존하는 문제를 말하는데, 부모와 자식의 지역사회 고립, 혹은 빈곤문제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 용어는 오사카부 토요나카시 사회복지협의회에서 커뮤니티 소셜워커로 일하던 카츠베 레이코씨가 현장의 애로사항을 토로하면서 처음 사용한 표현인데, 최근에는 정책 용어로도 쓰이고 있다.

사회복지 일선 현장에서는 80대 고령자에 대한 지원과 50대 히키코모리에 대한 지원 등, 세대 내 다양한 대상과 욕구를 통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의 부재에 따른 실천적 딜레마를 경험하는 ‘지원곤란 사례’가 오랫동안 지적돼왔다. 그러한 지원곤란 사례가 방치될 경우, 고독사나 동반자살, 부모 사체유기, 부모 연금-생활보호비 부정수급 등의 사건사례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8050 문제에 대한 통합적 지원 체제 구축과 실질적인 지원 없이 문제가 유예될 경우, 향후 ‘9060 문제’, 나아가 사회보장 사각지대 노인의 양산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급한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

히키코모리 지원에 대한 후지사토마치의 사례

일본의 히키코모리 지원에 대한 정책적 움직임은 비교적 최근에 들어서야 확인할 수 있다. 상담창구와 지원기관에 대한 일부 지원들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2015년 4월에야 비로소 ‘생활곤궁자 자립지원법’ 시행을 계기로 히키코모리에 특화된 ‘히키코모리 지역지원센터’가 정비됐다.

전국 광역지자체와 지정도시에 총 67개소가 설치되어 있는 센터에서는 전 연령의 히키코모리 대상자를 지원하고 있다. 센터에는 사회복지사, 정신보건복지사, 임상심리사 등의 자격증을 가진 지원 코디네이터가 배치돼 히키코모리 상태에 있는 본인 및 가족에 대한 상담지원과 지원연계 등을 실시한다. 그 외에도 지역사회 관계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 히키코모리 지원에 관한 정보제공 등 거점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다만, 아직 그 활동이 초기단계에 있다는 점에서, 센터가 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인지도가 낮고, 오랜 기간 고립되어 있던 히키코모리 대상자나 그 가족이 스스로 상담을 받으러 올 것이라는, 이른바 ‘기다리는 지원방식’으로는 실질적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꼬집어 말하는 현장 전문가들의 지적은 깊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한편, 아키타현 후지사토마치의 실천사례는 히키코모리 지원에 대한 많은 시사를 안겨준다. 후지사토마치는 인구 약 3000명, 고령화율 47%인 소규모 기초지자체다. 일명 소멸지역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이 지역이, 최근에는 히키코모리 지원과 마을 만들기 모범사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발단은 201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호보험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방문상담을 요청한 고령자가정을 방문했던 후지사토마치 사회복지협의회 소속 상담원에게 ‘우리집에 아들이 몇 년째 집에만 있고 밖으로 나가지 않아서 걱정이다’는 말을 듣고, 동료들과 이야기하던 중 그런 사례가 지역사회에 적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마침 히키코모리가 사회적 이슈가 되던 터라, 이참에 실태를 파악하기로 하고, 주민자치회와 민생위원들의 도움을 받아 방문을 통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8세 이상 55세 이하 연령대에서 113명이 히키코모리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해당 연령대 인구의 약 10%에 해당하는 숫자로, 고령화가 주요 지역 문제로 인식되던 농촌지역으로서는 의외의 결과였다.

이때부터 사회복지협의회가 중심이 되어 히키코모리 대상자에 대한 지원방안이 강구되고 지원 체제 구축을 위한 실천들이 추진됐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115명 중 대부분이 취업이나 기타 지역활동 참여를 통해 히키코모리 상태에서 벗어났고, 현재는 10명 남짓까지 그 수가 줄었다고 한다. 나아가 최근에는 지자체의 이주민 지원사업과 취업지원 사업 등이 맞물리면서 인근 지자체에 거주하던 히키코모리 대상자가 지원기관 이용이나 취업을 위해서 이 지역으로 이주하는 사례도 늘어, 지역인구 증가와 지역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히키코모리 지원활동에 참여했던 사회복지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수조사 이후 우선 지원대상자가 방이나 집안에서 지역으로 나올 수 있도록 작지만 하나하나 접점을 만들어 갔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관계성이 만들어지면서, 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다른 대상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거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고, 일을 하고 싶다고 하면 대인관계 기술을 익히게 하고, 취업 준비를 위한 활동을 제공하는 등의 실천을 꾸준히 이어갔다.

사회복지실천에서 말하는 소위 아웃리치, 관계 형성, 대인관계 기술, 자조그룹 만들기, 역량 강화, 취업 준비 및 취업 지원, 지역자원 개발과 연계협력 등의 전문적 실천기술들이 필요했음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듯 실천의 정석과도 같은 지원활동들이 결과적으로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제도나 실천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공감과 기다림’의 자세가 무엇보다 주요했다고 협의회 담당 책임자 키쿠치 마유미씨는 말한다.

그에 따르면 히키코모리 대상자에게 상담·지시·조언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무엇보다 대상자 스스로 결정하도록 기다려 주고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고, 마음을 열고 다가오면 선택에 필요한 정보제공을 하는 정도의 조력자로서의 자세가 특히 초기상담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마음을 여는 기술, 억눌리고 불안한 심리상태에 대한 공감과 진심 어린 대화가 실천의 기본이 됨을 말하는 대목이다.

‘후지사토마치 방식’의 히키코모리 지원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관계 기관과 실천가들의 시찰이 연중 성황이라고 한다. 제도나 지원 사업은 전국 공통이니 하드웨어적인 지원책보다는, 실천가로서의 마음가짐과 그 효과를 직접 확인하고자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같은 재료라 할지라도 요리하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다르지 않은가. 지원기관, 각종 사업, 지역자원을 누가, 어떻게 활용하고 이어주느냐가 실천의 결과와 효과를 좌우한다고 하겠다. 선진사례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들은 제도, 시스템과 같은 외면만이 아니라 그것들을 클라이언트에게 이어주는 내면적 실천 덕목들이 더욱 중요함을 느끼게 한다.

초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

히키코모리의 배경은 연령대에 따라서 다양하지만, 특히 취업 빙하기에 급증한 히키코모리는 이후 장기화되면서 8050 문제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초 경쟁 사회라 불린지 오래고, 한국판 취업 빙하기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사정은 과연 어떨까?

실업난과 경쟁이 극에 달하면서 실망과 좌절, 실패를 경험하고 있는 청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일본 이상으로 부모가 자식을 책임지고 품어야 하는 사회적 구조를 가진다는 점에서 히키코모리, 나아가 8050문제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 히키코모리가 급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히키코모리에 대한 실태 파악은 물론, 우리 실정에 맞는 지원책과 예방책을 마련해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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