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나 이야기 듣고 그 기준에 맞춰 사업을 준비해 갈 것

임주찬 사회복지사
임주찬 사회복지사

‘나는 사회복지사다.’ 사실 이 말이 아직 어색하다. 이제 일을 시작한 지 반년 남짓인지라 사회복지사라고 소개할 자리가 많이 없어서도 그렇고, 사회복지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직접 경험하고 나서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은연중에 느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가 적합한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이 들기도 하지만, 이제 막 사회복지현장에 발을 내디딘 신입의 눈과 마음으로 경험한 것들을 소상히 풀어보고자 한다.

사회복지현장에 발을 내딛다

유난히 주변으로부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자라서 그랬는지, 막연하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같이 살아가는 사회를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자연스레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시선이 갔고, 이들을 위해 일하는 사회복지를 전공하게 됐다.

만나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회복지를 공부하며 다양한 곳에서 경험을 쌓았다. 아동, 청소년, 장애인 등 가릴 것 없이 여러 대상층을 만났다. 전공을 통해 배웠던 서비스 과정들이 실제 대상층에 제공되는 모습을 보았고, 이 과정에 봉사자로서 참여했다. 이러한 시간은 당사자들과 직접 만나면서, 어떠한 도움이 정말로 필요한지 지속해서 고민하게 했던 경험이었다.

세심한 관찰과 배려를 더 배우고 싶었고, 뒤에서 지원하면서 배우는 것과는 다른 조금은 치열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갖게 된 이러한 고민이 나를 현장에서 일하게 했다. 단순한 봉사자로서 당사자들을 만나는 것이 아닌 사회복지사로서 이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다른 관점에서의 경험을 제공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올해 5월 서초구에 있는 반포종합사회복지관에 사회복지사로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대학을 다니며 4년간 봉사활동을 했던 곳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사로서 다시 찾은 이곳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지금은 밑바닥부터 하나씩 새롭게 쌓아가는 경험을 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친절히 알려주고 세심하게 잘 챙겨주는 분들과 함께하고 있기에 지금까지 배우면서 일을 하고 있다.

신입 사회복지사에게 쉬운 일은 없다. 서류 하나를 작성하는 것부터 행사를 준비하는 일까지 도움의 손길이 늘 필요하다. 최근 김장 물품 배분을 하며 당사자들을 만나고, 반가워하며 고마워해주시는 모습을 봤을 때 사회복지사로서 가질 수 있는 보람을 어렴풋이 느꼈다. 이러한 순간을 통해 동기부여를 받으며 천천히 배우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짧지만 길게 느껴졌던 6개월을 돌아보며

내가 담당하는 사업은 장애인복지와 자원봉사관리다. 우리 기관은 종합사회복지관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50여 명 규모의 발달장애 부모 자조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해당 이용자들의 필요와 욕구에 맞춘 다양한 교육문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사업을 관리하고 도우면서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의 역동을 옆에서 바라볼 수 있었고, 그분들의 삶의 모습과 소통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자원봉사관리 업무를 하면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복지사업에 자원봉사자라는 인적 자원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몸소 배우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기간 사회복지현장이 마주한 것은 바로 코로나19의 확산이었다. 대부분 서비스를 면대면으로 진행해온 기관들은 전년도부터 준비하고 계획했던 사업을 급히 온라인으로 대체하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진행을 하지 못하기도 했다.

아직도 지역 확산이 끊이지 않아 많은 고민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대체 방안들은 온라인 환경에 취약한 서비스 제공 대상에 따라 더 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특히나 발달장애인은 온라인 환경에 매우 취약한 대상이다. 자리에 앉아 하나의 매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은 이용자들은 사회에서 떨어져 고립됐다.

코로나19가 심각해지자 가장 먼저 줄어든 것은 이들의 근로시간이었고, 당사자가 이용하던 사회복지시설도 차례로 휴관을 했다. 가장 빠르게 사회적으로 고립된 것이다.

평소 여러 기관에서 이용하는 대부분의 서비스는 대면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왔지만, 여전히 면대면 서비스를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언택트의 환경은 모두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극명히 드러난 부분은 이들을 사회와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는 인력과 서비스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어려운 순간에서 사회복지현장은 어떻게든 답을 찾고자 노력했다. 긴급돌봄 소규모 프로그램으로의 전환, 일대일 활동의 확대, 온라인 환경을 익숙하게 만드는 활동 등 그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모든 사회복지사가 그렇겠지만 나는 당사자로부터 배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모두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방법은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기준을 맞추어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배웠고 이번 코로나를 겪으며 더욱 깊게 경험하고 있다. 이용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

기를 들으며, 그 기준으로 사업을 준비하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 사회초년생에게 모든 것은 처음이고 배워야 하는 것들이 많다.

지금도 일을 마치고 귀가하면서 하루를 돌아보며 아쉬움을 갖고, 내일은 더 잘하자는 결심을 매일 반복하지만, 일을 배우고 사람들을 만나는 모든 순간이 내게는 소중하기만 하다. 앞으로도 지금의 마음가짐을 유지하며 현장에 있기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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