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20년 맞는 기초생활보장제도…국민 복지 향상에 선구자적 역할 기대

김달용 금정구청 주무관
김달용 금정구청 주무관

올해 초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일상마저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경제적 위기에 처한 가구를 지원하는 긴급복지 지원의 수급 가구까지 확대돼 취약계층에 대한 손길이 복지 담당자에게 더욱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특히 올해는 IMF 외환위기로 크게 늘어난 실업자와 빈곤층을 구제하기 위해 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지 20년을 맞았다. 국민의 최저생활보장을 위한 ‘최후의 사회 방어망’이라는 명목 아래 수많은 수정과 보완 속에 제도 개편이 되었다고 하지만, 논란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제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까지 ‘부양의무자 기준’의 독소조항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수급자 결정에 있어 부양의무자의 기준 즉, 나를 기준으로 하는 1촌 관계인 수급권자의 배우자, 수급권자의 직계혈족(부모, 아들, 딸 등), 수급권자의 직계혈족의 배우자(며느리, 사위 등)의 부양능력에 따라 판별된다.

기본적으로 기초수급자 신청가구의 소득과 재산이 그 기준에 해당되더라도 부양의무자 자녀 중 한 가구라도 부양능력이 있으면 해당되지 않는다. 더욱 불합리한 것은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이 미약하거나 없어 수급자가 적합 판별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부양의무자 가구의 일정 비율의 부양비가 적용되어 신청 수급자의 지원 금액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신청자 조사에 있어 부양의무자의 부양거부, 기피 또는 가족관계 해체를 주장하는 경우에도 서로가 부양 받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사실 복명서나 소명서만으로 담당자가 객관성과 명확성을 가지고 수급자 책정을 내리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 신청을 한 후 탈락 사유의 결과를 보면 본인들의 가구는 선정 기준에 소득이나 재산이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초과로 인한 탈락이 45.3%로 가장 많고, 그 밖에는 소득기준 초과 17.1%, 재산 기준초과 13.2%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급자로 보호가 결정되고 지원 혜택이 계속되는 동안, 관리 대상자로 분류되어 행복e음으로 통보되는 부양의무자의 소득, 재산의 증감에 따라 수급자의 지원이 달라지고 수급 혜택을 받을 수 없는 탈락 대상자도 속출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책임은 복지담당자의 몫인가

사회복지 일선에서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에 탈락했거나 지원금이 줄어들어 그 화풀이로 담당 공무원을 폭행한 사건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으며,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도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덧붙여 2013년 사회복지공무원들이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잇따라 목숨을 끊었던 안타까운 사건을 통해 근무환경과 처우의 열악성은 어필됐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필자는 몇 년 전 부양의무자 딸 소득 때문에 수급 대상자에서 탈락시킨 당사자가 직접 구청으로 찾아와 면담한 적이 있다. 그게 그분의 이세상 마지막 모습이었다. 수급 대상자 자살 사건으로 인해 방송사, 언론매체의 취재 방문 및 시민단체의 질의 요구서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로 인해 수급자 탈락이 초래한 죽음의 책임은 복지담당자에게 돌아왔다. 사람을 죽인 양심의 가책과 도의적 책임으로 인한 고통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나는 ‘살인범’인가. 기초생활보장제도권 안에 있는 부양의무자 기준에 적용해 업무에 충실했을 뿐인데…. 수급 대상자 죽음에 대한 인터뷰와 질의 요구서의 답변서는 수급자 탈락은 기초생활수급자 제도를 바탕으로 정당하게 처리되었다는 항변이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최저 생활을 보장해 준다고 하지만 부양의무자의 소득, 재산을 적용해 수급자 탈락 후 자살 사건에 연루된다면 그 어떤 담당자라도 고통을 겪을 것이며 그 상처는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부양의무자 전면 폐지가 상생의 길

2015년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맞춤형 급여체계로 개편되면서 부양의무자에 대한 소득 재산 적용이 완화됐지만 아직까지 그 굴레로 인해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대상자가 많이 있다.

과거에는 부모는 자식을 양육하고 성장할 때까지 보호해야 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봉양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로 여겨졌으며, 가난과 빈곤에 대한 책임은 국가의 보호에 앞서 그 가족이 우선적이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부모 자식 간 천륜적 의미는 사라지고 서로가 짐만 되지 않는 관계적 존재로 여겨지는 삭막한 사회가 되었으며, 오히려 부양의무자로 인해 사각지대에 놓인 수급자들에게 국가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걸림돌이 돼 버렸다.

생활이 어려운 국민이 보호받기 위해 탄생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부양의무자 기준의 조항이 적용되는 동안, 빈곤의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시대착오적 제도로 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제2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이후 20년간 유지돼 온 부양의무자 기준을 오는 2022년 전면 폐지한다고 확정했는데, 2021년 노인·한부모 가구 대상으로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2022년에는 그 외 가구까지 대상을 넓혀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부양의무자 전면 폐지는 사회복지 현장에 있는 담당자들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대상자들 모두의 숙원일 것이다. 앞으로도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국민의 복지 향상에 선구자적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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