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당사자 위한 새로운 복지 서비스 체계로 개편해야

안원영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 과장
안원영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 과장

코로나19 사태는 그동안 정신재활시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표면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재난상황 시 소규모 시설이 대응해야 하는 정보의 미흡, 생활시설의 인력 부족으로 인한 방역조치 불안, 대면 서비스 방식에 대한 고정관념 등 평상시에 변화가 요구됐으나, 문제가 있었음에도 어떻게든 유지되오던 것이 팬데믹 시기에 중대한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하면서 정신재활시설은 거점시설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보 공유와 정신질환 당사자에 대한 서비스 제공 방식의 변화를 요구받았다. 이러한 재난의 시대적 흐름에서 거점시설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정신재활시설을 통해 지역사회 내 소규모 시설과 소통하고, 정보 공유를 통해 지역사회내 다양한 유형의 정신재활시설이 하나의 시설처럼 기능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필요하게 됐다.

또한, 이용자 대부분이 고령임을 감안할 때, 비대면 서비스 제공을 위한 스마트폰 사용법과 SNS 활용법,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게 됐고,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는 물리적 지원과 비대면 복지 서비스 제공에 대한 연구용역 등 이에 대한 전방위적인 지원이 절실하게 됐다.

돌봄 서비스 중단으로 지역 내 정신질환자 고립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진지 어느덧 1년이 돼 가고 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코로나19는 지난 1년간 우리의 생활 전반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는 복지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2020년 2월 정부의 사회복지시설 대응지침에 따라 정신재활시설은 시설 종사자와 당사자 간 접촉 최소화 및 다중 이용공간 일시 폐쇄 등 비대면 강화 조치 시행으로 시설 휴관 결정과 함께 대다수 프로그램 및 서비스가 중단됐다. 이로 인해 정신재활시설을 포함한 정신건강 영역은 복지 서비스 제공 중단과 복지서비스 공백이라는 딜레마에 직면하게 됐다.

정신재활시설에서 제공하던 돌봄 서비스의 중단은 지역 내 정신질환자를 더욱 고립시켜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 시설이 휴관인 상태에서 직원들은 정상 출근하며 위기 상황에 따른 새로운 돌봄 서비스를 기획하기 시작했고, 화상통화, 비대면 회의, 배송을 통한 복지 물품 제공 등 발 빠르게 비대면 서비스로 전환했다. 물리적 공간은 멈춤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가상공간 활용’이라는 새로운 고침의 시간을 통해 유튜브를 통한 서비스 제공, 실시간 화상 면담을 진행했고, 재가방문을 통한 방역키트 전달 및 도시락 배달 등 비대면 서비스로 더욱 활발하게 지원했다.

그러나 정신재활시설 중 50% 이상을 차지하는 생활시설과 공동생활가정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더욱 고립되고 격리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생활시설은 부족한 인력으로 여러 명의 생활인을 감당해야 하기에 감염병 대응이 취약했고, 5인 이하 입소자들이 생활하는 공동생활가정의 인력은 1명으로 직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대체할 인력이 없기에 서비스 제공에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정신재활시설의 생활시설에 대한 3교대와 공동생활가정의 대체인력 지원에 대한 부재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나 현장의 문제점이 그대로 발가 벗겨졌다.

여기에 정신재활시설 내 집단프로그램을 소규모 프로그램으로 전환함에 따라 발생하는 서비스 투입 경비와 소그룹으로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추가 인력 배치, 소그룹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시설 공간 재배치에 대한 변화가 필요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사회 내 사회적 편견과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늘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신재활시설 확충은 지자체의 적극적인 인식개선과 예산지원, 물리적 공간 확보를 통한 위탁방식으로 인프라를 늘려나가야 할 과제가 됐다.

지역사회 정신재활시설 인프라 구축 시급

감염병이 일상화된 시대에 맞춤형 복지 대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뉴노멀’ 시대에 정신재활시설에서의 비대면 복지 서비스가 어떻게 제공돼야 하는 것인지 깊은 고민과 함께 그동안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기이며, 정신재활시설의 부족한 점을 하루빨리 보완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정신재활시설 스스로도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다양한 변화에 대해 일어날 수 있는 어려움과 문제 상황을 예측하고 그것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 블루,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랙’이라는 용어에 관한 대응 방법 및 콘텐츠 개발이 코로나19 이후에 일어나는 변화들 중 하나가 될 것이며, 이와 더불어 지역사회 내 정신질환 당사자의 서비스에 대한 관점도 변화돼야 할 것이다.

정신질환 당사자는 고독, 외로움, 우울, 소외감, 두려움, 불안함 등의 정신과적 증상에 더욱 취약하기에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촘촘한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당사자들의 경제활동 중단에 따른 빈곤, 경제 위기, 가족 해체 또한 사회적 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기에 정신재활시설의 지역사회 내 인프라 구축 시급성과 함께 정신재활시설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사례관리, 자원 연계, 방역조치 등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이전의 사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라고 한다.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잠시 멈춤은 정신질환 당사자를 위한 새로운 구조와 방법을 갖춘 복지 서비스 체계 개편으로의 새로 고침의 시간이 되어야 함을 정신재활시설은 물론이고 정부와 지자체도 반드시 각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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