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하이원 객실나눔 행복캠프’…사회복지종사자 재충전 기회 제공

“하이원 행복캠프 가시나요?”

가을의 끝자락이던 11월 16일, 강원도 정선 고한터미널에서 중년의 여성이 말을 건네왔다. 낯선 지역의 초행길에서 일행을 만나 반가움이 앞섰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택시를 탔다.

서울 영등포에서 선유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박민자 센터장은 혼자 하는 여행이 처음이라고 했다. 센터 사정 상 올해 휴가 20일중 3일밖에 사용하지 못했다는 그는 행선지를 검색해 표를 예매하고 이곳까지 온 새로운 경험 자체로 행복해했다.

택시는 얼마 가지 않아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가을의 정취가 가득한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벌써 힐링이 되는 듯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백운산 해발 1100m에 위치한 하이원 팰리스 호텔. 고지대로 올라 귀가 먹먹해질 즈음 호텔 입구에 도착했다. 이곳이 바로 ‘2020 하이원 객실나눔 행복캠프’의 베이스캠프였다.

'2020 하이원 객실나눔 행복캠프' 참가자들이 강원도 영월 한반도 지형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 하이원 객실나눔 행복캠프' 참가자들이 강원도 영월 한반도 지형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가을 정취 가득한 하이원으로 떠나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강원랜드는 10월부터 강원도 하이원리조트 및 정선·태백·영월·삼척 일원에서 ‘2020 하이원 객실나눔 행복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어려운 근무 여건에도 보다 나은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해 애쓰는 사회복지종사자에게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참여인원을 제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 방역수칙을 적극 준수하면서 캠프를 진행했다. 총 20차수에 걸쳐 400여 명이 참여하는 캠프는 올해 10월 12일부터 11월 18일까지 11차수를 진행하고 나머지 9차수는 내년에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의 마지막 캠프였던 11차수에는 사회복지종사자 총 20명이 참여했다. 서울, 부산, 전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참가자들의 얼굴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캠프 첫날, 가장 먼저 강원랜드 사회적가치실현실 사회공헌사업팀에서 강원랜드의 역사와 사회공헌활동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캠프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아로마테라피를 통한 감정관리교육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의 라포 형성을 위해 마주 보고 인사를 한 뒤 첫인상을 적는 시간이 주어졌다. 처음에는 쭈뼛쭈뼛한 듯했지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미는 사회복지사들의 기질을 발휘해 이내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이후 각자의 장점을 되돌아보고 공유함으로써 자존감을 높이고 스트레스 강도를 체크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심신 안정을 위한 아로마오일 만들기 체험을 했다.

연이어 최근 취미 활동으로도 인기가 좋은 ‘우드카빙’을 진행했다. 한 시간여 버터나이프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깎아 다듬고 사포질을 하니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의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었다. 매끈하게 만들어진 나이프에 각자 추억할 수 있는 글귀를 새기고 조별 기념촬영을 하면서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둘째 날 여정은 ‘힐링 투어’가 기다리고 있었다. 2일차 일정은 회차마다 정선·태백·영월·삼척 투어로 나누어 진행되는데, 11차수는 영월로 향했다. 오전 9시부터 서둘러 출발해 도착한 곳은 강원랜드 산림힐링재단이 운영하는 치유센터 ‘하이힐링원’.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곳은 120여 명이 투숙할 수 있는 객실, 요가·명상실을 갖춘 본관동과 예방·치유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4개의 테마동 및 숲 체험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이곳에서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사회복지종사자를 위한 음악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음악에 맞춰 악기 연주를 하며 성취감을 얻고, 음악을 감상하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음악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컸다.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을 훔치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그렇게 한바탕 음악으로 위로를 받고 난 뒤 올 한해를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적었다.

'2020 하이원 객실나눔 행복캠프'가 10월 12월부터 11월 18일까지 11차수 동안 진행됐다. 11차수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 하이원 객실나눔 행복캠프'가 10월 12월부터 11월 18일까지 11차수 동안 진행됐다. 11차수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기까지 잘 왔어. 앞으로도 잘 갈 거야!’

‘그래도 웃는 날이 더 많았고,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옆에 있었다. 스스로 잘했다고 말해 주고 싶다. 여기까지 잘 왔어. 앞으로도 잘 갈 거야!’, ‘오늘은 나만 생각하자. 너를 칭찬한다. 올해

수고 많이 했어’, ‘모두가 준비 없이 맞은 코로나19에도 지금까지 무탈함에 감사하다. 남은 시간 더 멋지고 행복하길…. 너무 수고했어’ 등 따듯한 메시지들이 가득했다. 같은 일에 종사하고 있어 서로의 힘듦을 알아서인지 참가자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위로를 건넸다.

점심 식사 후 영월군 남면에 있는 ‘청령포’를 찾았다.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조선 제6대 임금인 단종이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된 곳이기도 하다. 배를 타고 들어가 단종과 관련된 역사해설을 듣고 자유시간을 가졌다. 단종이 한양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다고 전하는 노산대, 한양에 남겨진 정순왕후를 생각하며 쌓은 돌탑, 천연기념물인 관음송 등을 둘러보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장관을 이루고 있어 찍는 사진마다 화보가 됐다.

날이 조금씩 흐려져 곧 비가 내릴 것만 같았다. 서둘러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영월의 랜드마크로 유명한 ‘한반도 지형’을 보기 위해 전망대로 올라갔다. 산책로보다는 등산로에 가까워 숨이 차기도 했지만 참가자 모두 서둘러 움직였다.

태극 바람개비 다리를 건너 산길을 걷다 보니 한반도 지형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 다다랐다. 눈에 담은 한반도 지형은 신기하면서도 뭉클했다.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카메라 셔터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그렇게 영월 투어를 마치고 다시 정선으로 돌아왔다. 반갑지 않은 비가 내리며 2일차 여정이 끝이 났다.

캠프 마지막 날, 전날 내린 비로 기온은 뚝 떨어졌고 안개가 자욱했다. 마지막 일정은 하이원 리조트가 있는 백운산 둘레길을 따라 걷는 하늘길 트레킹. 비가 언제 내릴지 모를 날씨였지만 참가자들의 뜻을 모아 예정대로 트레킹에 나섰다.

숲 해설가와 함께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안개 자욱한 백운산에 올랐다. 안개 낀 늦가을의 산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참가자들은 청정숲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했다. 산 중턱에 올라 꽃잎과 나뭇잎으로 물들인 손수건을 만들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산을 내려왔다.

사회복지 인생에 있어 뜻밖의 선물같은 시간

강원도에서의 2박 3일. 이번 캠프는 일상에 지친 사회복지종사자들에게 색다른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다.

박민자 선유지역아동센터장은 이번 캠프를 ‘어둡고 침침한 터널 속에 비추인 한줄기 빛’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올해는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서 긴장과 스트레스가 쌓였고 혹시나 아이들에게 감염될까 우려돼 생활에 제약을 받다 보니 행동반경이 좁아지고 답답했다”며 “사회복지사는 에

너지가 소진되기 쉽고 그것이 바로 클라이언트에게 전해지기 때문에 스스로 관리가 필요하지만 알면서도 현장 여건상 쉽지 않다. 지친 일상이었는데 캠프를 통해 새롭게 몸과 마음이 충전되고 회복됐다”는 소감을 전했다.

고희영 세종특별자치시사회복지사협회 주임은 “캠프 주제인 ‘행복캠프’에 걸맞게 몸과 마음 모두 자연 속에서 힐링 됐고 정신이 행복했다. 돌아가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계속 생각날 것 같다”고 했다.

변은숙 은풍골지역아동센터장은 “진행자가 아닌 참여자로 프로그램을 하고, 오로지 나만을 위해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됐다. 휴식이 필요한 시기에 2박 3일의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주어졌으면 좋겠다”며 “멋진 휴식으로 쉼을 주었으니 이 기운으로 미래 우리나라 주역인 아이들의 멋진 꿈에 동참해야겠다”고 말했다.

유재선 충주한가족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사는 “이번 캠프는 14년 사회복지 인생에 있어서 뜻밖의 대박 선물”이라며 “나를 위해 시간을 내려 해도 이런저런 상황으로 미룰 수밖에 없는 지친 사회복지사의 현실을 잘 읽어주고 보듬어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2020 하이원 객실나눔 행복캠프’는 11차수에 걸쳐 197명의 사회복지종사자에게 쉼을 제공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익숙한 사회복지종사자, 제대로 된 쉼을 가질 수 없었던 이들에게 현장을 떠나 오롯이 휴식을 제공한 이번 캠프는 선물과도 같은 시간이었으리라. 참가자들의 바람처럼 사회복지종사자를 위한 행복캠프가 앞으로도 지속돼 더 많은 이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선사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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