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신질환이 바로 '교육 위기'를 반영한다고 진단한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강조한 나머지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가르치는데 실패했다는 것.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신질환이 바로 '교육 위기'를 반영한다고 진단한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강조한 나머지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가르치는데 실패했다는 것.

조기교육 열풍이 불고 있는 요즘, '성장'을 강조하는 각 분야의 활약은 눈에 띈다. 경실련이 펴낸 어린이 경제교육 교과서는 정규 교과서 승인 단계에 놓여있고, '어린이 경제교육'은 경제기관 뿐 아니라 복지관, 학교 등에서도 성황을 이룬다. 경제신문은 NIE(Newspapers in Education, 신문활용교육) 지면을 통해 쉽게 익힐 수 있는 경제개념을 집으로 전달하고, 어린이 경제 캠프, 경제교육 사이트도 셀 수 없이 많다.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치는 복지교육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복지교육이 실시되고 있는 시흥의 한 초등학교 사회복지 수업 모습.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치는 복지교육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복지교육이 실시되고 있는 시흥의 한 초등학교 사회복지 수업 모습.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치는 복지교육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복지교육이 실시되고 있는 시흥의 한 초등학교 사회복지 수업 모습. 과학 분야의 노력도 눈부시다. LG연암문화재단은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일반인들이 구할 수 없는 과학서적과 잡지들을 대거 비치한 'LG상남 도서관'을 열었다. 사회공헌을 통한 자분야 인재 양성을 꾀하겠다는 의도다. 과학문화종합포털사이트와 과학뉴스 제공사이트도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 과학의 날에는 범국민적 과학문화사업인 '사이언스 코리아'운동도 선포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제는 '성장'뿐 아니라 '사회봉사', '자아개발', '나눔', '함께' 등을 키워드로 하는 교육이 도입될 때라고 말하며, 그 대안으로 '복지교육'을 제시하고 있다.

풍요 생활 이끄는 교육··· 일본은 제도화

아직 낯설기만 한 '복지교육'은 이미 일본에서는 익숙한 이름이다. 1948년 사회과 교재 참고자료인 '국민서로돕기 공동모금'이 간행돼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배포된 것을 효시로 학교 및 지역사회 기반 복지교육이 잘 발달돼 있는 것이다.

1968년 복지교육 실천을 명문화 한 일본 전국사회복지협의회 복지교육연구위원회(위원장 오오사케 켄사쿠)는 "복지교육이란 인권을 전제로 성립한 평화와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역사적·사회적으로 소외돼 온 사회복지 문제를 소재로 학습하는 것"이라 정의하며 "교육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제반 환경을 지원하는 '교육복지'나 윤리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윤리교육'과는 구별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위원회는 또 "복지교육을 통해 사회복지제도, 활동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제고할 수 있고,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는 능력과 실천력을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본 나가노현 오오마치시에서 매주 열리는 '볼런티어학원' 수료생들이 조직한 '보라보라 클럽'의 청소년들은 양로원 방문, 장애친구들과의 교류, 거리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복지지도 만들기'사업을 추진하는 등 활발한 사회복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장애인은 무서움 아닌 개성' 극적 변화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복지교육이 진행중이다. 가장 먼저 복지교육을 시작한 곳은 청주시사회복지협의회다. 2003년부터 5~6학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12~16주 동안 주 1회 복지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초등학생용 사회복지교재 '복돌이와 복순이의 복지나들이'도 발간했다. '사회복지', '자원봉사', '어르신', '장애인' 등으로 짜여진 커리큘럼을 기본으로 교사들이 개발한 다양한 체험시간도 선보이고 있으며, 보다 효과적인 복지교육을 위해 사회복지학 석사 이상 전공자들을 복지교육 강사로 양성해 현재 40명의 강사가 활동 중이다.

이 밖에도 시흥시사회복지협의회의 '초등학교 사회복지교육', 삼육대 보건복지연구소의 '신나는 복지교육', 부산시 사회복지협의회의 '청소년 복지학교', 아름다운재단의 '나눔 교육' 등이 실시되고 있다. 이들 기관에서는 교재개발, 해외 탐방, 교사 연수, 복지교육 캠프 등을 통해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복지교육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역사는 짧지만 효과는 주목할 만 하다. 청주시복지협의회가 펴낸 평가자료집에 따르면 '교육 이후 장애인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고 답한 어린이가 전체의 92%를 차지했다. 교육 전 장애인은 '무섭다', '기분나쁘다'라는 답이 50%에 달했던 어린이들의 생각이 교육 후 '장애인은 외모만 다를 뿐 나와 똑같은 사람이다'(61%)로 극적인 변화를 보였다. 또한 '정기적으로 할아버지·할머니들의 가정방문을 하는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답한 어린이가 57%, '기회가 되면 더 많은 복지관련 공부를 하고 싶다'는 어린이가 37%로 나타났다.

교육을 진행한 청주시복지협의회 관계자는 "많은 학생들이 12주의 교육만으로도 인권 존중, 자원봉사 등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며 "복지교육을 지속적으로 실행하면 인간의 가치 및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궁극적인 사회복지 이념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흥시복지협의회 황선희 회장 역시 "복지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우리나라의 인권과 평등 의식은 매우 높아질 것"이라며 "이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한 효과"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사회복지 교육 효과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민간의 복지교육 외에 제도화된 사회복지 교육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풍부한 재정과 인력으로 운영되는 다른 분야와는 달리 사회복지 분야의 열악성으로 인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현재 공교육 내에서 다루고 있는 사회복지 내용이 미흡하고 심한 경우 잘못됐다는 것이다. 현행 유·초등학교 교과서의 장애관련 내용을 분석한 김수연 경인교대 교수(교육학과)에 따르면, 총 206권 교과서 중 장애인에 대한 부분은 절대적으로 작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나마 '지체장애인'을 '지체부자유자'로,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맹도견'으로 묘사하고 있는 등 잘못된 용어사용도 빈번하다.

중·고등학교 도덕 교과서 내 복지교육 실태를 조사한 문영희 서울기독대 교수 역시 "현재 도덕 교과 과정에 '더불어 살아가는 삶' 등에 관련된 내용은 거의 나타나있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복지와 관련된 문제 해결력과 실천력을 향상시켜줄 수 있는 부분은 도덕 교과서에서 단 5번 제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국회 '건전한 가치관 향상' 교과반영 노력

문 교수는 "이론적 학습이 우선되면 자연스럽게 실천이 뒤따르게 된다"며 "복지교육을 교과 안에 포함시켜 성장과 나눔을 고루 실천할 수 있는 아이들을 길러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조기교육을 통한 건전한 가치관 향상'을 대안으로 택하는 움직임이 정부와 국회에서 일고 있다. 2005년 12월 정화원 한나라당 의원은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 중 '법률안 22조 2항 ②'에서는 '국가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용도서에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내용이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또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육을 통해 사회 병리를 개선하겠다"며 최근 '제2차 국가인적 자원개발 기본계획'을 선언했고, 보건복지부는 저출산·고령사회 관련 내용을 교과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사회 문제를 조기교육으로 풀어가겠다는 이같은 계획은 어린이·청소년 복지교육에도 긍정적 신호탄이 될 수 있다"며 "복지교육이 날로 심각해져 가는 사회양극화, 왕따, 은둔형 외톨이 등 사회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임을 인정하고 본격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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