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 시안이 마침내 발표됐다. 그러나 이번 계획은 코앞의 가시적인 성과를 위한 제도개선에 치우치고 있다. 정부정책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점에서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각종 사회제도의 개선과 함께 국민의식의 개

제1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 시안이 마침내 발표됐다. 이번 계획은 18개 부ㆍ처ㆍ청ㆍ위원회가 참여하여 8개월여에 걸쳐 내놓은 대책이다. 하나의 정책을 수립하는데 범정부적 역량이 총동원된 대작인 셈이다. 약 32조원에 달하는 소요재원도 2006~2010년 국가재정운용계획과 매년 예산편성에 반영해 계획의 차질 없는 추진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번 계획이 코앞의 가시적인 성과를 위한 제도개선에 치우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를 더 낳고 덜 낳고 하는 것은 가치관의 문제이자 문화적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에 대한 대책과 복지정책에 지나치게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이고 문화적인 대안이 부족하다는 것은 옥에 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저출산ㆍ고령사회 대응을 위해서는 정부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전반적인 사회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추진계획을 들여다보면 가치관 형성기인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교육을 위해 초ㆍ중등 교과서 전반에 저출산ㆍ고령화 대응을 위한 사회적 인식과 가치관 관련 내용을 체계적으로 반영하겠다는 것 외에는 눈에 차는 내용이 없다. 저출산ㆍ고령사회 문제의 공론화 및 여론 형성, 중앙 및 지방자치단체간 정책 연계 강화 등 계획은 거창하지만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다.

정부정책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점에서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사회전체가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종 사회제도와 함께 국민의 의식이 개선돼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식의 개선을 위해서는 민간이 중심이 되는 범사회적 시민운동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매우 성공적인 가족계획사업을 수행한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1960년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일부분을 담당할 정도로 가족계획사업이 커다란 성공을 거둔 데에는 보건소와 같은 공공부문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사회원로ㆍ명망가들이 자발적이면서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장기적인 출산장려운동 추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이 같은 범사회적 프로젝트가 추진될 수 있도록 뒤에서 동력을 제공해야 한다.

저출산ㆍ고령화가 미래의 생존이 달린 다급한 문제라고 해서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하려고 하면 안 된다. 이제는 국민의 창의와 자율이 더욱 중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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