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항의하는 시각장애인들의 분노가 심상찮다. 헌재 판결에 반발하는 시각장애인들의 시위와 집회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강투신까지 감행되고 있는 급박한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항의하는 시각장애인들의 분노가 심상찮다. 헌재 판결에 반발하는 시각장애인들의 시위와 집회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강투신까지 감행되고 있는 급박한 상황이다. 목숨을 건 시각장애인들의 한강투신은 헌재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를 향해 온 몸을 던지는 처절한 항거의 표시로 읽힌다.

시각장애인에게 안마업은 거의 유일무이한 적합직종이자, 생존의 터전이다. 이러한 밥줄을 끊어 놓겠다고 했으니 그들의 절박한 심경과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한강다리, 철길 위, 명동성당, 도심 한복판, 맹학교 등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각장애인들의 대규모 시위가 생존권 투쟁으로 규정될 밖에 없는 이유다.

헌재가 5월 25일 시각장애인만 안마사를 할 수 있도록 한 안마사규칙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위헌판결을 내린 것은 '일반론'만을 쫓은 냉혹한 법률의 재단이다. 시각장애인에게 있어 안마는 대표적 일자리이자 삶을 의미한다. 맹학교 교육에서도 주요 교과과정으로 자리매김되고 있을 정도로 시각장애인들은 생존의 도구로서 안마업에 의지해 왔다. 헌재가 2003년 6월 똑같은 사안을 두고 '합헌결정'을 내린 것은 이 같은 특수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장애인들의 스포츠마사지업 등 유사업종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기면서 시각장애인들은 삶의 터전이 좁혀지고 있던 터였다. 따라서 이번 헌재의 판결은 생계를 꾸리는데 있어 위기를 느껴온 시각장애인에게는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사태는 굳이 안마업이 아니더라도 직업 선택의 폭이 넓은 비장애인들에게 직업선택의 자유를 주는 '자유권'과 시각장애인들에게 생계를 보장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공익성'이 부닥친 결과다. 그러나 엄격한 법률의 잣대도 인간의 얼굴로 형상화될 때 그 존재가치가 빛을 발하는 법이다. 헌재의 위헌판결은 인간중심의 잣대를 세우지 않은 결과다. 3년전 합헌판결을 스스로 뒤집는 모순도 보여줬다.

비인간적인 법률의 일그러진 모습에 30만 시각장애인과 그 가족이 느끼고 있는 허탈과 절망, 배신의 뼈저림이 분신과 투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시각장애인계 대표들이 안마업을 보호할 대체입법 등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좌절과 분노에 빠진 시각장애인들에게 삶의 희망을 돋우는 제도적 장치가 하루빨리 마련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