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영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
구혜영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

최근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 한 자원봉사활동기본법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자원봉사센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즉, 자원봉사센터에 대한 국·공유재산 무상 대여·사용 범위 확대, 중앙자원봉사센터 설치, 자원봉사센터 운영방식, 자원봉사관리시스템 구축·운영 등이 그 내용이다. 이 개정법안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한계에 대해 정리해보고 향후 개정법안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선, 국가나 지자체의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 국·공유재산 무상 대여·사용 대상에 있어 자원봉사센터만을 명시하고 있는 개정안 조항에 대해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본래 자원봉사단체도 포함돼 있었으나 이를 삭제하고 자원봉사센터만 포함시켰다. 본래대로 자원봉사단체들도 포함돼야 한다. 특히 한국자원봉사협의회는 법에 명시된 기구로 법적 사무를 수행하고 있는 단체이기 때문에 이에 당연히 포함돼야 하며, 각 정부 부처별로 소속돼 부처 고유의 공공업무를 지원하는 자원봉사조직(단체)들도 이를 근거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중앙자원봉사센터의 설치근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앙자원봉사센터의 기능과 사업 명시임에도 이를 정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구나 조직을 설치하는데 있어 사업을 명시하는 것은 그 사업들이 타 조직의 사무와 중복되지는 않는지, 기구의 설립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있는지 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이번 개정법안에서는 아쉽게도 중앙자원봉사센터의 주요 기능을 ‘자원봉사센터 간 연계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라고 한정하며 자원봉사센터들의 연합체인 ‘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의 역할을 적시하고 있다. 결국 중앙자원봉사센터는 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와 동일한 조직임을 인정한 것이 되었다.

잘못된 법적 기구 및 기능 바로잡아야

그렇다면 왜 중앙자원봉사센터의 기능과 사업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못했을까?

자원봉사활동기본법에 의하면, 자원봉사활동의 주체는 ‘자원봉사단체(개인 포함)’이고(법 제3조 제1, 2, 3호), ‘자원봉사센터’는 개인 또는 자원봉사단체가 행하는 자원봉사활동의 개발·장려·연계·협력 등의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설치하는 것(법 제3조 제4호)으로 되어 있다.

이때 전국 국가 단위의 자원봉사활동을 진흥·촉진하기 위해 법 제17조에서는, 행안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법인으로 ‘한국자원봉사협의회’의 설립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한국자원봉사협의회’의 주요 사업은 △회원단체 간의 협력 및 사업 지원 △자원봉사활동의 진흥을 위한 대국민 홍보 및 국제 교류 △자원봉사활동과 관련된 정책의 개발 및 조사·연구 △자원봉사활동과 관련된 정책 건의 △자원봉사활동과 관련된 정보 연계 및 지원 △그 밖에 자원봉사활동의 진흥과 관련하여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은 사업 등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 자원봉사단체의 역량 강화를 위해 ‘자원봉사센터’를 명시하고 있다면, 국가적 차원에서는 전국 단위 자원봉사단체와 지역자원봉사센터의 역량 강화를 위해 ‘한국자원봉사협의회’를 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국자원봉사협의회의 대부분의 주요 기능은 현재 중앙자원봉사센터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11년 전 행안부에서는 중앙자원봉사센터를 행안부 소속 조직으로 만들어 한국자원봉사협의회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게 했고, 이번 개정법안에는 ‘자원봉사센터 간 연계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라고 언급하며 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와의 역할을 동일시하고 있다. 결국 중앙자원봉사센터는 한국자원봉사협의회와 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의 고유 기능을 중복해서 대리하는 법의 기능상 불필요한 조직임을 알 수 있다.

2005년 자원봉사법을 제정할 때 우리 자원봉사계의 선배들은 자원봉사화합통일체계인 국가 단위의 중앙자원봉사조직으로 ‘한국자원봉사협의회’를 염두에 두었음을 다시금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한국자원봉사협의회가 제대로 뿌리내리기도 전에 행정안전부는 부처 소속으로 2009년 중앙자원봉사센터를 설치·운영함으로써 자원봉사계는 자원봉사단체와 자원봉사센터가 이원화되는 구조를 안게 됐다.

그러므로 이번 자원봉사활동기본법 개정법안에서는 이러한 잘못된 법적 기구와 기능을 지금에라도 바로잡고, 본래 법 제정 당시의 정신과 기능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센터 관련 법 개정보다 더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행안부는 개정법안에서 ‘자원봉사단체지원파트’와 ‘자원봉사센터지원파트’를 포함하는 민중심의 자원봉사인프라 조직인 ‘한국자원봉사협의회의 기능 정상화’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국가사무를 담당하는 부분에 대해 법에 따라 한국자원봉사협의회에 예산 지원 및 공간 지원 등을 집행하고 관리감독하면 된다.

시민이 중심되는 조직 만들어야

셋째, 법에서 자원봉사센터 운영방식을 지정하는 부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자원봉사는 민중심 거버넌스 영역으로 시민이 중심되는 조직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센터의 민간운영이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것에는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자원봉사지방자치단체의 자원봉사센터 운영 형태를 법에서 명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법으로 지자체의 센터 운영을 지정하는 것은 지방자치, 지방분권, 지방자율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고, 자칫 지역마다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방자치단체의 자원봉사단체(개인포함)들과 주민 중심의 자원봉사센터 운영방식을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민주적이며 민중심의 거버넌스 정신을 살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직영이든 민간운영이든 센터 운영방식에 관한 내용 자체를 법에서 삭제해야 하는 것이 이번 개정법안의 주요 내용이 돼야 할 것이다.

민영화의 이름으로 관변화된 자원봉사센터들이 직영센터가 갖는 문제점보다 더 심각한 문제들을 노출시키고 있고, 센터들이 정치화, 비전문화, 비연속화 돼가는 상황에서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보다 전문적이고 독립적이며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운영모델을 제시해 이를 지자체마다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무부처인 행안부의 중요한 역할이라 본다.

넷째, 자원봉사관리시스템 구축·운영 등과 관련된 부분의 문제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300만명 자원봉사자의 개인정보가 통합되는 것에는 봉사자 개개인의 입장과 의견이 포함돼야 하는 것인 만큼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13개 부처에 9개의 자원봉사관리시스템이 가동 중이라고 하는데, 부처별 봉사자에 대한 인센티브(활동수당 지급 유무 및 액수) 차이, 일감 차이, 봉사시간 누적 인정의 차이 등으로 통합시 상당한 불만과 오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 및 활동실적관리의 투명성 확보의 노력과 시스템 구축 및 운영 위탁 등의 세부내용이 포함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내용을 상세히 담고 있지 못하다. 타 법률에서의 통합시스템 관련 법안들도 아직 국회 계류 중인 상태임을 감안해 볼 필요가 있다.

다섯째, 개정법안 입법예고 절차상에도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다. 단순히 자원봉사센터관련사항이기 때문에 잘 모르는 제3자에게는 원포인트 개정안이라고 쉽게 설득될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자원봉사계에 발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법안이 가져올 자원봉사생태계의 불균형과 관주도 자원봉사로 인한 문제들을 미리 예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개정법안이다.

한국자원봉사포럼 및 한국자원봉사협의회에서 2년 전부터 법 개정을 위한 노력이 진행돼 왔다. 2005년 법 제정 이후 15년간의 사회적 변화 반영 및 한국자원봉사협의회의 기능 정상화, 국가자원봉사진흥위원회의 역할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민간중심의 자원봉사법 전면 개정안 발의를 위해 10여 차례의 전문가 집담회와 세미나를 진행했고, 법 개정 100인 전문가추진위원회 발족 등의 노력이 있었다.

특히 2019년 10월에는 행안부와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중앙자원봉사센터, 센터협회, 자원봉사포럼 등이 모여 ‘국가자원봉사진흥위원회 민간위원장, 사무국 설치’라는 대의적 차원의 합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행안부에서 발의한 개정법안 내용에는 민간중심의 자원봉사 거버넌스체계를 만들고자 했던 그동안의 노력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이 개정법안 입법예고 전에 현 자원봉사법의 법정기구인 한국자원봉사협의회와의 논의도 없었을 뿐 아니라 공청회 등 자원봉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단계도 무시됐고, 자원봉사관련 부처에서 자원봉사활동을 담당하는 다양한 자원봉사조직들과의 의견수렴 절차도 간과하고 있다.

자원봉사는 민주적이어야 한다. 관 편의성으로 자원봉사의 민주성이 상실돼서는 안된다. 다소 시끄럽고 더디 가더라도 공개와 투명, 의견수렴의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것이 자원봉사의 기본정신이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자원봉사생태계 조성 목표로

여섯째, 총체적으로 이번 법안은 민중심의 거버넌스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 국정과제에서 말하는 민간중심의 자원봉사인프라는 관변형(관에서 설립한 자원봉사조직)을 의미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월급 받는 공무원이나 자원봉사자 관리자들이 아닌 자원봉사자들이 중심이돼 자원봉사지원체계를 구축하고, 필요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현행법에서 적시하고 있는 민간중심의 자원봉사인프라인 한국자원봉사협의회의 기능을 유명무실하게 하고, 자원봉사센터의 운영에만 국한시켜 발의한 개정법안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행안부가 명실상부한 민간중심의 자원봉사인프라 구축을 원한다면, 한국자원봉사협의회를 파트너로 해서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중심으로 법안을 준비하고, 자원봉사단체와 자원봉사센터가 하나의 통합된 체계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행안부(자원봉사 주무부처)의 역할이라고 본다.

이와 같은 개정법안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자원봉사포럼과 한국자원봉사협의회는 민간중심 자원봉사인프라 구축과 지속가능한 자원봉사생태계 조성을 위해 민간자원봉사단체와 자원봉사센터들과 함께 전면개정법안 발의를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자원봉사정신을 계승하는 국회자원봉사포럼을 구성하고 발족시켜 전 국민적 여론 환기 및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 확대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자원봉사활동의 주체는 자원봉사센터나 자원봉사관리자가 아닌, 자원봉사자들이다. 묵묵히 봉사활동에 전념하는 봉사자들의 그 아름다운 마음을 단순히 관리라는 이름으로 활용당하지 않으려면 이번 법안 개정의 전 과정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가지고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1300만명 자원봉사자들이 봉사활동의 주체이자 자원봉사활동기본법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도 ‘자원봉사의 파트너는 자원봉사관리자가 아니라 자원봉사자’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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